코피 흘리고도 웃어?

‘코피 흘리고도

웃는 여자’

 

사흘에 한 번씩 돌아오는 아내의 장 청소가 많이 힘들다. 목욕시키는 일보다 더 힘들게 느껴진다. 좌약을 두 개나 넣고 한 시간에서 두 시간까지 기다려서 신호가 오면 화장실로 데려가서 또 삼십분 이상을 씨름해야한다.

그 시간 내내 나는 기립성저혈압으로 아득해지는 아내의 다리를 주무르고 쓰다 듬고, 힘을 주지 못해 밀어내지 못하는 장을 두드리고 등도 쓸어내리고..., 땀이 나도록 씨름 한다.

그렇게해도 끝쯤에 가면 아내는 지쳐서 번번이 거의 졸도직전까지 간다. 그러면 후다닥 휠체어에 눞힌 다음, 다리를 높이 들어 올리고 머리로 피가 가도록 한다.

이렇게 힘드니 아내도 삼일에 한 번씩 장청소를 하는 시간이 죽으러 가는 것 같고 두렵단다. 왜 안 그럴까...

오늘은 아침에 잠에서 깨어 아침을 먹으려고 상체를 일으키는데 코피가 나왔다. 간밤에 그 장청소 시간이 유난히 많이 힘들었나보다. 밥상을 받고도 맨 날 그러듯 두 세 숟가락을 들다말다 하곤... 코피를 닦아내면서 내가 그랬다.

“이런! 뭘 한 게 있다고 코피씩이나 흘려? 돈을 벌어왔나? 애를 낳았나? 나 참~~“

집사람은 글쎄 말이야 싶은지 씨익 웃는다.

“어라? 코피 흘리며 재미있다고 웃는 여자는 또 처음보네!”

또 웃는다.

“....이게 재미있나?”

겉으론 같이 웃었지만 속으로는 맴이 안 편하다. 벌써 이렇게 일을 본지가 3년, 도무지 돌아올 기색이 안 보인다.

귀속으로도 아무 충격도 안 주는데도 피가 저절로 계속 흘러 나와 딱지가 앉았다가 떨어져 나오고를 반복한다. 정말 한 대 맞은 적도, 바깥에 나가서 뭐가 들어간 것도 아닌데, 귀 주변도 피부가 늘 헐어 있고...

“혹시 나 몰래 재발이 또 진행되는 중일까?”

두려움이 밤처럼 스며온다. 낮에서 밤으로 들어가는 걸 누가 볼 수 있단 말인가? 서서히 노을이지고 차츰 어두워 지다보면 어느새 밤이 와 있는 것처럼...

 

미국 영국 스위스 등 서구의 이 희귀난치병 환자들이 제 발로 걸을 수 있음에도 안락사의 길을 선택하는 그 마음이 짐작이 된다. 오죽하면... 오죽하면 뻔히 가족과 가정을 다 포기하면서 그럴까?

십여년 안팎을 내내 통증과 씨름하면서 허물어지는 과정을 생생히 겪어가면서 죽어가는 게 얼마나 부담스럽고 두려웠을까...

두 다리가 잘려나가거나 몸의 한쪽을 잘라내는 암환자들은 표라도 나지, 이건 외부적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온 몸은 통증이 고문처럼 24시간 붙어서 살고, 장기들이 돌아가며 수시로 마비되어 곤경을 치른다.

한번 상실되고 다시는 아프지 않거나 없는 채로 익숙해지면 그런대로 극복이 되는 장애는 차라리 부러움이 되기도 한다.

이걸 말이라고 한다. 그 분들은 또 다른, 남들이 모르는 고통을 안고 살텐 데 말이다.

 

“병끼리 비교하고, 덜 심한 환자와 더 심한 환자끼리 비교해서 마음의 평화가 온다면 그건 속는 거다. 그런 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