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투병일기

죽는날까지 늘어날 채무...

희망으로 2012. 10. 5. 08:25

<죽는날까지 계속 늘어날 채무...>

 

 

일년에 두 번정도,

주소만 남겨둔 집에 쌓인 우편물을 정리한다.

추석 당일날 그 두번째 정리를 했다.

 

대개 버리고 태우는 그릇으로 옮기고 하는데

하나를 붙들고 오래 하늘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언제쯤 이 진행을 멈출수 있을까?...'

 

아내가 발병한 2008년 5월,

그 뒤로 몇달을 온갖 병원을 전전하며 보내는 동안

이전에 사용한 카드대금과 추가로 사용한 병원비가 누적되었다.

반대로 일도 중지, 수입도 중지되었는데...

 

그래도 들여다보면서 참 무거워진다.

2008년 7월, 290만원선이던 갚을 금액이 이자만 390만원이 더붙었다.

배보다 배꼽이 커졌다. 총 690만원...

 

이 금액은 죽는 날까지 계속 될것이다.

현재로선 벌떡 일어나 아내가 혼자 살림을 살고,

나는 돈을 벌러가서 갚을 가능성이 현저히 낮으니...

 

그동안 참 많이도 시달렸다.

응급실, 중환자실에 아내를 누이고고 잇는 동안에도 전화는 쉴새없이 왔다.

빚 갚으라는 카드사와 넘겨받은 회수업체에게서,

법적절차를 밟겠다고 수도없이 문서를 보내고 독촉하고,

그래서 사정을 말하고 무엇이든 하라고 했는데도 안하고 계속 독촉만한다.

아내를 석달만에 신용불량자로 명단에 올리고, 모든 거래는 중지시켜놓고도,

 

그 덕분에 나중에 무서워서 병원비가 없어 걱정하면서도 사채는 쓸 엄두를 못냈다.

그냥 병원에서 쫓겨나는거야 망신만 당하면 되지만

사채는 아이들 장래까지 망친다는데 싶어...

 

1급장애인이 된 아내에게 병원비랑 싼 이자로 전세금 대출도 해준다고 해서

희망을 가지고 농협을 갔더ㅣ 아내가 신용불량자가 되어있어 안된다고 했다.

정말 그 대출이 필요할 정도로 막바지에 몰렸는데, 너무 힘든 사람은 안된다니,

그 돈은 덜 급하고, 조금은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빌려주는 돈이었다.

 

법적으로 파산신청인가를 할려고 했더니 그것도 힘들었다.

당사자인 아내가 신청하고 법원도 가고, 아님 무지 복잡한 서류들을 만들어서

가족이 가야한다는데 나도 발이 묶였으니...

 

어쩌지 못하는 사이에 눈사람만들듯 빚이 늘어나고 있다.

누가 그랬던가? '시간은 돈'이라고,

정말 이렇게 정확한 표현이 없다.

시간이 가는대로 갚아야할 돈이 늘어나고 있으니... 

 

쉽게 죽지 않는다면 아마도 나중엔 천문학적인 숫자로 늘어날 것이다.

그나마 우리는 아이들에게 물려줄 재산이 하나도 없으니

아이들 장래까지 망치지는 않을 것이다.

유산 상속을 포기하면 빚도 안 물려받는다고 누가 그러던데...

 

제발 이 잠 못자게 하는 빚의 굴레를 벗어날 길을 알려주면 좋겟다.

1급 장애인이 된 당사자와,

그 아내를 간병해야할 남편에게 무슨 갚을 방법이 있다고...

 

이렇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을 중단할 수 있는 무슨 방법을 아는 분이 있다면,

제발 좀 알려주면 고맙겠다.

아내도 늘 전화만 오면 가슴이 철렁하고 민망하고 훌쩍인다.

돈을 갚아야하는 당연한 도리를 모르지 않는데 힘이 닿지 않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