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날마다 한 생각

진실은 이거지요!

희망으로 2012. 9. 19. 19:00

진실은 이거지요!

 

세상의 절반이 일 때 나머지 절반은 이라는 것!

정밀한 과학적 비율은 62.5% 37.5%! 뭐 이런 항의는 사양합니다.

제 말은 한쪽이 밝을 때 다른 쪽은 어둡다는 상식정도를 말하고 싶은거니까요.

 

딸아이와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사이처럼 잘 지내다가

어제는 무슨 일이 있어 아이와 다투고 아이가 저를 연락금지를 시켰습니다.

며칠이 될지는 모르지만 화가 풀릴 때까지라고 했으니

지금으론 무기징역에 해당됩니다. -.-

 

물론 4-5일이면 헤헤거리고 뭐가 필요하다거나 배가 고프다고 지가 먼저

문자가 오겠지요. 전에도 그런 적이 두어 번 있었으니까...

 

이 일이 직접적인 원인의 전부는 아닙니다.

하지만 쌓여있고 터질 준비가 되어 있는 제 처지들이 심지가 되어

아이의 그 선언에 불이 붙어 터져버렸습니다.

 

세상사는 게 지겹고 화도 나고 무지 우울합니다.

간밤에는 자정 가깝도록 잠이 못 들고 뒤척이다 별 생각을 다했습니다.

이참에 병원을 탈출하여 하염없이 걸어 인도까지 가버릴까?

지금 하던 일들을 다 스톱해버리고 아프다고 누워

삼사일쯤 밥도 굶고 잠이나 자버릴까?

세상이 경도 20도쯤 되는 큰 지진하나로 자는 사이 폭싹 사라졌으면...

 

저녁이 되어 밥 생각도 없고 김밥이나 두어 줄 사다먹으려고 나갔습니다.

길을 건너려고 신호등에서 기다리는데,

문득 태풍이 지나간 하늘에 파아란 가을색이 너무도 깨끗하게 보입니다.

구름 몇 점마저 그림이 되어 흐르고 있습니다.

산들거리며 축 처진 제 팔과 목을 감싸고 돌아가는 바람은 왜 그리 상쾌한지...

 

! 나도 모르게 딴 세상으로 발을 들여 놓은 것 같았습니다.

내내 마음이 울적하여 하루 종일을 보내던 중인데,

내 마음이 그러면 온 세상이 다 회색에 젖은 솜처럼 늘어지고

웃음기라곤 한 모금도 없는 사람들만이 거리를 채울 것 같았는데,

<전혀 아니올시다!> 였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누군가는 이별의 슬픔에 하늘이 내려 앉아도 누군가는 다른 장소에서

무지 행복한 일로 하늘이 솜털처럼 두둥실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

누군가는 먹을게 없어서 굶으며 힘들어도 누군가는 맛있는 음식을 차리고

둘러앉아 입맛을 다시며 설레이고 있다는 것,

한쪽에선 사람이 세상을 떠나고, 다른 곳에선 새 생명이 태어나고,

 

오래전부터 그래왔는데도 그걸 몰랐을 뿐입니다.

내가 기쁘면 온 세상이 기쁜 줄 알았고,

내가 슬프면 온 세상이 슬프고 있을 줄 알았고,

안 그런 사람은 나쁜 사람이거나 야속한 사람처럼

말도 안 되는 강요를 무언중에 하고 있었지요.

 

이건 한쪽에서는 희망을 보는 것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절망을 보는

아주 상식적인 진실입니다.

비록 서로 인정하기 싫고 외면한다 할지라도 엄연히 존재하는...

 

아주 좋은 일만 있어서 영원히 그렇게 살 것만 같은 분도,

아주 힘들어서 바늘 끝만 희망도 안 보이는 사람도,

무작정 휙! 돌아서 고개 한 번 돌려보십시오.

틀림없이 그곳에서 예상도 못한, 때론 인정하기도 싫은 다른 모습,

다른 분위기의 엄연한 사실이 보일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가지 마냥 행복할 것 같던 세상이 거듭 고난과 시련이 오고,

비관적인 불행들이 숨을 끊어 놓을 것 같아도 아직 안 망하고 가는지 모릅니다.

그러기를 바라는 조정자가 분명히 계시지만 인정여부와 상관없이!

 

세상의 반은 밝고 반은 어둠 중입니다.

한쪽에서 대성통곡을 해도 한 쪽에서는 히히덕거리고,

누군가는 이별에 아파하고 누군가는 새로운 만남에 설레이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내 처지를 중심으로 한 가지 분위기로 흐를거라고

터무니없는 착각에서 빠져나갑시다.

그러면 뭐 좀 매몰의 위험에서 조금은 안전해지지 않을까요?

 

지지고 볶는 아이도 자라면 독립해서 조금은 멀어질 것이고

지금은 발목에 쇠줄을 채우고 갇혀 살아도 어느 날은 놓여서 훨훨 날겠지요.

그게 사실이니까요.

 

틀림없는 진실은 이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