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그저 오늘 이야기...

벌거벗고도 안 부끄러운 분, 옷깃을 여미고도 죄송한 분들...

희망으로 2012. 7. 4. 00:44

아이구! 감사합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존경합니다!”

 

- ‘앗싸! 또 포장 잘해서 좋은 사람 소리 듣겠네!’

 

자주 속을 감추고, 때론 꾸미는 수준을 넘어 변장에 가깝게 사람들을 속이며 삽니다.

속에 입은 옷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한정된 사람들의 투시력, 겉모습에 쉽게 단정적 평가를 잘하는 사람의 속성 때문에 남을 속이는 게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기간을 전제로 말입니다. 깊이 사귀지 않으면 오래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도, 단 한번 조차도 속지 않는 분이 게십니다.

 

! 니가 아무리 꾸며봐라 난 그 속에 입은 속옷의 얼룩과 낡은 곳도 다 안다. 옷이야 새 걸로 사면 커버되겠지만 입안의 썩은 이빨과 엉덩이의 종기는? 발가락의 냄새나는 무좀은? 내 눈에는 다 보이는데 뭘 폼내고 어깨 힘줘? ㅎㅎ! 귀엽다.”

 

그러시는 분..., 더 무서운 건 몸 만이 아니라 마음도 속속들이 다 안다는 사실입니다.

아이고! 그럼요, 맞습니다. 지당합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에고... 치사하지만 할 수 없지 신세도 져야하고 비위를 건드리면 손해가 많을테니...’ 그러면서 사람들과 사는 걸 다 보고 듣고 계시는 무서운 능력의 하나님...

 

완전히 발가벗고 방방 뛰고 다니는 형편입니다. 기죽게시리...

그래도 참말 다행입니다. 그 분은 알고 보는 걸 다 고자질하거나 남들에게 터뜨리지 않고 비밀로 담아 주신다는 고마운 사실! 많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겁니다. 크크!

 

그러고보면 비슷한 경험이 생각납니다. 육신의 부모님도 그랬습니다. 빨가벗고 오줌 똥 여기저기 싼 일도 다 감추어주시고 남들에게 일러서 창피 당하게 않습니다. 그러니 그런 시절 다 지나고 좀 나이 들었다고 뻔뻔하게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침 떼고 폼 잡기도 합니다. 정말 다행이지요. 저도 역시 부모가 되고 보니 울 아이들 온갖 적나라한 모습을 보았음에도 전혀 그런 적 없었던 것처럼 모른 척 대해줍니다. (짜아식들 그것도 모르고!~’~ ㅎㅎ)

만약 작정하고 날 속상하게 하면서 말 안들을 때 그 시절 그 모습을 다 까발리며 협박하면 꽤 유용하게 효과를 볼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요근래 아이들 문제로 마음이 좀 무겁습니다. 한 아이는 이제는 겉으로나 속으로나 놓아버려도 되는 나이인데도 불안한 장래가 우리 사이를 불편하게 합니다. 요즘 세상이 취업도 어렵고 이것저것 만만치 않은 생활 유지비들을 떠올리다보니 전혀 등 비빌 언덕이 되어주지 못하는 부모라는 자괴감 때문에 오히려 아이를 부담스럽게 합니다. ‘성적 더 올려야 한다. 자격증도 좀 따야 하지 않겠니? 영어 학원을 좀 다닐래? 비용을 못보태주니 아르바이트도 알아봐라 등...’

 

막내 딸아이는 여자고 사춘기에 혼자 지내면서 생긴 생활습관들, 그런 것 때문에 자꾸 아이 엄마와 견해차이가 생겨 불편합니다.

 

나는 그저 남 해치지 말고 자기도 해치지 말고, 몸만 건강하게 살아준다면 뭐든지 니 좋아하는 거,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라고 말합니다. 아이 엄마는 좀 다르게 신앙생활도 흐트러지면 안 되고 학교생활도 느슨하면 안 되고 돈 씀씀이도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그 차이로 오는 내 맘이 참 복잡해집니다. 속상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아이에게 미안하기도하고...

 

아내의 기준이 틀린 거 아님을 알면서도 서운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언제 부모노릇 제대로 해준다고 의무만 강요하느냐? 하는 반론이 생깁니다. 무슨 일이 생기던 하고 싶은 데로 냅두는 건 분명 자유가 아니고 포기에 가까운 잘못일겁니다. 그렇다고 사사건건 목표와 기준을 정해놓고 지키기를 강요하는 것 또한 사랑이 아니라 분명 간섭이고 욕심일겁니다.

 

그 두 간격과 시행착오의 어중간한 자리에서 종종 괴롭습니다. 심하게 몰려오면 사는 게 싫어지기도 합니다. 지나친 비약으로 몇 가지 우울할만한 이유를 끌어다 보태면서 자학을 하게 됩니다. 이 병원 떠돌이 생활이 언제 끝이 날까? 기약도 없잖아? 물론 이대로도 원망하지 않겠다고 수차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회복시켜주시면 더 감사하고! 당연히 능력 있는 하나님이시니! 라고 늘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심사가 불편해지면 어두운 쪽으로 기울고 맙니다. 그냥 팍 세상을 떠나버렸으면... 이러다가 퍼뜩 무지 미안해집니다. 몇 몇 분들의 이름을 떠올리면서..., 우리를 본 적도 없는 그 분들은 지금까지 매달 후원을 해주고계십니다. 그 돈은 아내만이 아니라 저와 우리 가족들 모두의 생활을 유지 시켜주는 큰 밧줄이 되고 있습니다. 언제고 중단하셔도 이미 진 신세만으로도 오래 감사하며 기억할 분들이십니다.

 

그런데 아이들 문제나 이런저런 일로 속상할 때 다 놓아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겼을 때 이 분들이 떠오릅니다. 그러면 얼른 맘속으로 사죄를 드립니다. ‘잘못했습니다.’라고... 참 부끄러워집니다. 발가벗고 길에 나선 것 같은 심정으로... 제가 그 분들의 정성과 마음을 생각하면 도저히 그러면 안 되지요. 정말로...

 

하나님 앞에서야 제가 어떤 말과 행동, 생각을 한들 숨길 수도 없고, 또 설사 벌거벗고도 수치를 안 가져도 되지만, 우리를 돕고 계신 여러 사람들 앞에서는 그래선 안 됩니다. 참고 또 참고, 힘들어도 또 힘내고 울고 싶어도 웃으며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하는 걸로 갚아야 합니다. 저는 세금혜택을 받는 사회모금같이 기부금 영수증도 못 드리고, 그렇다고 감사의 자리나 고맙다는 기본적인 예의도 못 차립니다. 드러내지 않고 나타나지도 않으시는 분들이니...

 

다만 한 가지 희망은 제 모든 모습을 다 아시는 하나님께서는 그분들이 누군지도 아시고 갚아주실 능력도 되시니 그리 해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위안을 삼습니다. 저는 옷깃을 여미고 부끄러운 모습 보이지 않도록 열심히 사는 걸로 갚아야지 마음먹습니다. 이 각오가 또 힘이 되어주니 더욱 놀라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