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그저 오늘 이야기...

조금 덜 보고, 조금 덜 듣고...

희망으로 2012. 5. 12. 08:36

조금 덜 보고 조금 덜 듣고...

 

이 사람 저 사람 성격을 감안해 마음 써주고,

말하기 전에 불편해 보이는 거 배려해주고...

그러다 슬슬 지친다.

 

비난 받지 않기 위해 나가는 말 조심하고,

미움 생길까봐 들어오는 말 모른 체 흘려듣고

그러다 식어가는 회색빛 그늘을 느낀다.

 

이렇게 사람 속에서 살아간다는 게 고단할 줄이야

어쩌면 사람에겐 끌어당기는 자석 힘만 있는 건 아닐까?

언제나 나를 위해, 나를 중심으로, 내가 먼저....

 

사람의 눈이 더 정밀하지 않은 게 참 고맙다.

현미경보다 잘 보이고 망원경보다 멀리까지 보인다면

얼마나 힘들어질까?

 

밥 속에도 마시는 물속에도 미생물이 바글거리고

사랑하는 이의 얼굴에도 벌레가 기어 다니는 걸 봐야한다면?

아름다운 구름에서도 축축한 습기덩이를 보고

하얀 눈 속에서도 온갖 먼지를 보아야한다는 건 고역일 것이다.

 

작은 날파리들의 날개소리도 탱크처럼 들리고

나를 흉보는 이들의 100미터 밖 소리도 도청장치처럼 들린다면

다른 이들을 반갑게 사랑하는 일이 훨씬 어려울거다.

잠도 못 이루고 숨소리에도 화들짝 놀라 일어난다면 얼마나 고단하랴.

 

그러니 좀 덜 보고 좀 덜 듣게 만드신 창조주의 배려가 고맙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 복도에서 힘찬 쌍소리가 들려온다.

숫자중 1719 사이의 한가지만 좋아라 연신 불러대며

싸우는 고함소리...

샤워실 겸 화장실에서 빨리 안나온다고 벌어진 다툼,

종종 벌어지는 민망하고 안스러운 재활병원의 풍경이다

성한 사람이 곁에서 보면 둘 다 한심하다고 혀를 찰지도 모른다.

뇌질환 뒤의 한쪽을 못쓰는 절뚝환자와 휠체어 환자들인데,

 

마음의 세계와 몸의 세계를 가려주는 벽이 얇아졌나보다

생각과 사는 것이 가깝기를 늘 바랬더니

이젠 아주 가까워지나보다. 지나쳐서 단순해지는걸까?

흔하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못 본 체, 못 들은 체 해준다. 모두 다...

여기는 세상사는 법을 배우는 연습실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