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덜 보고 조금 덜 듣고...
이 사람 저 사람 성격을 감안해 마음 써주고,
말하기 전에 불편해 보이는 거 배려해주고...
그러다 슬슬 지친다.
비난 받지 않기 위해 나가는 말 조심하고,
미움 생길까봐 들어오는 말 모른 체 흘려듣고
그러다 식어가는 회색빛 그늘을 느낀다.
이렇게 사람 속에서 살아간다는 게 고단할 줄이야
어쩌면 사람에겐 끌어당기는 자석 힘만 있는 건 아닐까?
언제나 나를 위해, 나를 중심으로, 내가 먼저....
사람의 눈이 더 정밀하지 않은 게 참 고맙다.
현미경보다 잘 보이고 망원경보다 멀리까지 보인다면
얼마나 힘들어질까?
밥 속에도 마시는 물속에도 미생물이 바글거리고
사랑하는 이의 얼굴에도 벌레가 기어 다니는 걸 봐야한다면?
아름다운 구름에서도 축축한 습기덩이를 보고
하얀 눈 속에서도 온갖 먼지를 보아야한다는 건 고역일 것이다.
작은 날파리들의 날개소리도 탱크처럼 들리고
나를 흉보는 이들의 100미터 밖 소리도 도청장치처럼 들린다면
다른 이들을 반갑게 사랑하는 일이 훨씬 어려울거다.
잠도 못 이루고 숨소리에도 화들짝 놀라 일어난다면 얼마나 고단하랴.
그러니 좀 덜 보고 좀 덜 듣게 만드신 창조주의 배려가 고맙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 복도에서 힘찬 쌍소리가 들려온다.
숫자중 17과 19 사이의 한가지만 좋아라 연신 불러대며
싸우는 고함소리...
샤워실 겸 화장실에서 빨리 안나온다고 벌어진 다툼,
종종 벌어지는 민망하고 안스러운 재활병원의 풍경이다
성한 사람이 곁에서 보면 둘 다 한심하다고 혀를 찰지도 모른다.
뇌질환 뒤의 한쪽을 못쓰는 절뚝환자와 휠체어 환자들인데,
마음의 세계와 몸의 세계를 가려주는 벽이 얇아졌나보다
생각과 사는 것이 가깝기를 늘 바랬더니
이젠 아주 가까워지나보다. 지나쳐서 단순해지는걸까?
흔하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못 본 체, 못 들은 체 해준다. 모두 다...
여기는 세상사는 법을 배우는 연습실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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