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그저 오늘 이야기...

죽는 건 괜찮은데 아픈건 못참아...

희망으로 2012. 4. 26. 09:04

죽는 건 괜찮은데 아픈 건 못 참아!

 

여기 저기 쑤시고 아프다.

목에서 어깨로, 옆구리에 등짝도 뒤틀리고,

끙끙 앓는 소리에 밤에도 다리를 주무르고

아침에도 눈뜨자 다리를 붙들고 씨름했다.

내 몸도 아파 만사가 귀찮은데...

 

어제 오르고 내려온 일산 병원 검사길

하루 종일 바람과 함께 쏟아진 빗줄기는

안 그래도 답답한 장거리 길을 더 피곤하게 했다.

그러니 그 긴 시간을 부동자세로 휠체어에 앉아

버티고 온 아내도 죽을 지경이 되었을게다.

그 앞에서 난 입도 못 열고,

 

잠자려고 누워도 심신으로 온갖 찌부듯함이 몰려와

좀 걷고 싶어 길을 나섰더니 아직도 비바람이

걸어다니게 허락을 안한다.

처마밑에서 한참을 앉았다 병원으로 되돌아 왔다.

 

, 왜 이렇게 신경질이 날까?

아침을 대충 떼우고 나서도 피곤한 몸은 안풀리고

공연한 짜증으로 심사가 불편하다.

눈에 귀에 들리는 아내의 힘든 상태를 외면 못해

몇 번을 주무르고 발바닥도 두드리고 시중들다

피로가 온 몸으로 덮쳐오는걸 느꼈다.

 

몸이 아프니까 자꾸 짜증이나네...”

아내에게 툭 던지듯 하소연을 하고보니

참 한심하다 싶어 내 꼴이 우스워진다.

아무리 고상한 구절을 외우고 성인이 된 것처럼

미소를 머금으면 무엇하나?

단지 배 안고프고 춥고 덥지 않으면서

아무 걱정 없을 때만 할 수 있는 너그러움이라면,

돈 걱정, 불안함으로 발생하는 가족사이 갈등,

뭐 그런거 없을 때만 할 수 있는 감사 고백이라면...

 

차라리 죽는거라면 받아들일 준비는 되었는데

오히려 아프고 고단한건 사람을 더 구차하고 비참하게 한다.

만사 귀찮고 할 일도, 주위 사람도 거추장스럽고

아무 것도 의욕이 안 생기게 만든다.

뭔 이런 경우가 다 있나? 말도 안 되게 쩨쩨하게...’

무슨 거창한 이유나 명분으로 좌절을 하던지

무릎 끓어야 창피하지 않을텐데 이건 말이 안 된다.

고작 몸 고단한 정도로 그 잘난척하던 그리스도인의 품위도,

사랑으로 목숨도 줄 것 같던 각오도 이중인격처럼 되어버리다니...

 

사람이란 본래 이렇게 속이 허하고 나약한걸까?

다들 그러나?...

그러나 그렇게 일방적으로 변명하기엔 진짜 제대로

힘이 되는 본을 보이며 사는 사람들 많이 보았다.

가까운 주변에서, 전해 들은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내 게으름과 속물 인격으로 단정하기엔 귀한 분들의 삶이,

 

그러나 그렇게 길게 인내하고 견디며 꽃 피운

그들의 삶에도 비오고 바람불고 고단한 순간들이 무지 많았다.

당연히 경험해보면 뻔 한 일들인걸 왜 모르겠나

다만 그 사소한 장애물들을 진짜 사소하게 받아 넘기며

중요한 기준으로 중요하게 살아내서 피어난 꽃이고 열매일 뿐...

 

오늘 아침부터 몰려오는 사소하지만

죽음보다 귀찮고 치사하게 만드는 고단함들과 씨름하며

내 존재의 경박함에 혀를 찬다.

하지만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새 힘, 희망인 그리스도,

저기 끝에서 기다리는 영원한 나라 입구를 기억하며

떨치고 움직이려고 한다.

 

얼어 죽을 몸뚱이는 왜 이렇게 사람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거야...’

투덜거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