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나왔던 큰아이를 먹이고 재우고(병원보조침대에서)
아침 일찍 버스터미널에서 배웅해서 보냈다.
돌아와 잠시 쉬는데 손전화가 울렸다.
"희집사님이신가요?"
"아~~ 도르가님! 언제 오셨어요?"
"아, 알아보시네요,"
"그럼요! 저를 '희집사'라고 불러 주시는 분은 도르가님 뿐인걸요"
그랬다.
기독교사이트 한 게시판을 통해
미국에 계시는 민들레님(닉네임이 중복되어 나중에 '도르가'로 바꾸셨다)을
만나고, 격려를 받다가 내가 쓴 책을 미국까지 보내드리고...
그렇게 얼굴도, 목소리도, 손 한번도 잡아보기 전에
마음부터 만나고 사랑부터 나누어주신 고마운 분,
30년이 넘은 몇십년만에 오신 고국방문길에
기어이 우리 부부를 보고가시겠다고 병원으로 오겠다는 분,
나이로야 부모님 연령대인 팔순의 신앙선배님이시지만
마치 형제 자매같이 느껴지는 귀한 분이시다.
글마다, 말씀마다 풍기는 겸손의 모습들이 자꾸 마음을 잡아끌었다.
안그러면 오겠다고 해도 거북하고 민망해서 볼 생각을 했을까?
어쩐지 손만 잡고 있어도 영양제나ㅣ 보약 한보따리는 먹는것 같은
위로와 기쁨이 될 것만 같은 기대가 생긴다.
사람을 믿고, 기대를 넘어선 환상을 가졌다가
환각기를 지나 환장했던 경험이 그리 많았음에도 아직 남아있다니...
단순히 사람에 대한 기대만 일까?
곰곰 살펴보니 아마도 빨리 하늘나라로 불려가고 싶었던 힘든 기억들이,
보다 가깝게, 제대로 살아가신 분에게서 안도감을 느끼나보다.
나도 저 어르신처럼 잘 이겨내고 문턱까지 갈수 있을거야! 뭐 그런거...
그 긴 장거리 여행의 피로도 안 풀리셨을 시간인데
불과 4-5일만에 병원으로 오신다고 연락을 주셨다.
길도 물어보고 이런저런 안부도 물어보시고,
오는 길에 고마웠던 옆자리 두 사람을 천사였다고 자세히 이야기해주신다.
그렇게 늘 고마운 자세로 사시니 다들 보고 싶어하고 기다리거다.
나이들어간다는게 반드시 보기 좋은 모습으로만 가는게 아니더라는
내 경험상 참 아름다운 인생 선배님이시고, 신앙의 어머니 같은 분이다.
도르가님, 부디 건강하신 모습으로 귀한 고국나들이를 보내시고
다시 돌아가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제가 뭐라고,
무슨 기쁨을 드릴 형편도 아닌데 와주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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