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있는 큰 아들이 내일 휴가를 얻어 병원으로 온단다.
이제 제대를 3개월 정도 남겨 놓았다.
다시 휴학한 학교로 가서 공부하는게 쉽지도 않고,
군대 생활로 모은 돈으로 학교 등록금은 간신히 내겠지만
생활비니 동아리 회비니 무엇보다 목돈인 기숙사비는
별 수없이 전에처럼 아르바이트를 하던지 대출을 받아야하니
그리 편하지는 못할것이다.
그러니 제대하는 날이 꼭 해방의 날만은 아닐게다.
그동안 3년가까운 동안 휴가만 나오면 절반은 병원으로 와서
불편하게 쪽잠을 자며 지내고 나머지 반은 막내딸이 있는 충주로 가서
지내다 부대로 들어갔다.
그래도 하나뿐인 여동생이라고 얼굴도 보고 먹을거라도 한번 사주고
그렇게 오라비 노릇도 하곤 했다.
큰 아이가 군 입대한 날이 2009년 1월 5일 이었다.
며칠을 앞두고 강릉 기도원에 머물던 아내와 나를 보며 지내다
눈이 쌓인 겨울 한가운데 어느날 손 흔들며 시외버스터미널로 갔다.
그게 군대가는 첫 아들을 보낸 기억이 되고 말았다.
훈련소까지 배웅은 고사하고 따뜻한 밥도 한끼 못먹이고...
그날 아픈 마음으로 쓴 글 하나...
- 큰아이 군대 가는 날
찬 바람 눈이 되고 바늘이 되어 얼굴을 찌르는
겨울하고도 한가운데 1월 5일
열흘하고도 닷새를 기도원 좁은 방에 붙잡아놓고
엄마 사경을 헤매는데 손잡고 구덩이 건넜다
밥 한 그릇 지어 못 먹이고 보내는 어미 눈보라 뒤에 숨어 울다
시외버스 터미널 진입로도 눈얼음이 턱을 높이고
안 그래도 서러운 객지에서 출발하는 입영 길에 불을 지른다
오려면 한 십 미터 쯤이나 올 것이지 아예 발이나 묶게...
미끄러져 빠져나가는 시외버스 뒤만 보다가
가족이란 한 사람만 주저 앉으면 굴비로 무너지는 시나리오
난치병 기호 영문과 숫자 몇 개가 이리 힘이 셀 줄이야
제발 잊어버리라 묻어버리라 탈영만은 하지마라
주문처럼 빌고 빌면서 착한 심성 아들이 더 불안해
차라리 욕이나 하고가지 별 생각도 다 해본다.
저 햇빛 잠깐 나는 하늘은 지금 사기 치는지도 모른다
겨울에도 따뜻할 때가 있는 법이라고
아서라 돌아가면 온몸에 사형선고 딱지 부치고 날 기다리는
진짜 반쪽 올가미가 고해상도 입체동상처럼 날 기다리는데!
그랬던 날이 어저께 같은데 벌써 3년이 끝나가고 있다.
오늘 간호사에게 아내에게 다시 소변주머니를 달아달라고 부탁했다.
아무리 가족이지만 아들놈 앞에서 3시간마다 넬라톤으로 소변을 빼는걸
보여주는건 불편하다. 그렇다고 그때마다 나갔다 오라고 할수도 없고...
그렇게 아직도 아내는 여자다. 비록 환자이고 엄마이지만,
아직 한번도 만나본 적 없고, 이름도 최근에야 알게된
어느 사이트에서 만난분이 문자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왔다.
외국출장을 떠나면서 안부를 물어왔다.
나는 아내가 오랜 병원 생활중이고,
그 분은 딸아이 두명중 큰아이가 혈관종으로 병원을 자주 다니고
둘째아이가 자폐증이 의심되는 증상때문에 최근 맘 고생 중이다.
그 이야기를 기도부탁하면서 올렸다가 예상못한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관심끌려고 그러냐는 말도 듣고,
하나님이 부모에게 주는 1차, 2차 경고라는 말에 아이들 엄마가 또 상처받고...
어떻게 그러지말아달라고 그 분들에게 부탁하다가 나도 비난을 받았다.
뭐 그럴수도 있지 해보다가 내가 주제넘게 나서나 싶어 침묵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런 내가 맘에 미안하고 걸리시나보다.
여러번 문자를 보내주며 안부도 묻고 여러 이야기도 나누었다.
내가 뭐라고...
여행을 많이 하신 분이고 권위에 메이지 않은 자유로운 감성이 좋게 느껴져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었나보다.
내 형편이 힘들다고,
다른 사람들이 많은 위로와 격려를 해주는걸 받다보니
마치 내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것처럼 나서는게 아닌가 싶어
잠잠해지려고 하다보니 한편 허전해진다.
마음도 비우고 관심도 줄이고...
그러다보니 시간도 남아돌고 여기저기 텅 비어 빈집같은 느낌도 든다.
그럼 가벼워져야할텐데, 반대로 감정이 무거워진다.
이게 무슨 조화일까? 불안해지기도 하고...
그동안 너무 깊이 발을 들여놓은 것일까? 그래서 상실감이 생기는걸까?
어쩌라고...
지난번 출판한 책이 유통전문회사에 맡기지도 않고,
그렇다고 광고나 행사 등 홍보도 별로 못해서 주문이 조용하다.
그것도 또 하나의 짐이되고 부채가 되어 맘이 안편하다.
뭐하려고 내 욕심만 부려서 남을 힘들게 했나 싶다.
때는 왜 가을인지,
차라리 봄이나, 아님 한여름이라면 이런 기분은 덜 생길텐데
비운 마음에 채워오는 상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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