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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살 가득한 라면집!

희망으로 2011. 10. 25. 15:15

가을 햇살 가득한 라면집!


노트북이 고장나서 어쩔수없이 서비스센터로 나섰다.

낮선 곳, 시간도 빠듯해 택시를 탔다.


연세 많으신 할아버지기사님께 갈 곳을 말씀드렸더니

한번에 오케이다. 

네비 아가씨보다 더 빠르고 믿음직한 기사님~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손님이 뚝 떨어져 고민이라신다.

새벽5시부터 나와서 뛰는 중인데 소득이 별로라신다.

같은 친구기사님께 전화 한통을 거시더니 

좀 있다 커피나 한잔하자며 

내가 내릴 서비스센터 근처 어디로 약속장소를 정하신다.


길가로 가로수들이 어느새 단풍이 물들어 햇빛에 반짝거린다.

어릴때 아이들이 깨진 거울 조각 같은걸로 햇빛을 반사시켜

친구들에게 장난치는 느낌이 난다.

저위에 어떤 분이 낙엽에 햇빛을 반사시키며 장난치는걸까?


서둘러 다시 돌아오고보니 배가 고프다.

마음만 바빠 점심을 대충 떼운게 기어이 발목을 잡는다.

잡으려면 배를 잡아야지 왜 발을 잡는지? ㅎㅎ




병원 뒸쪽에 아주 작게 자리잡은 라면집,

테이블은 달랑 3개, 1인용 긴 벽테이블 하나, 그게 다다

그런데 이쁜 화분과 꽃들은 얼마나 많은지 세어보았더니

무려 9개나 된다.

호접난이며  무슨 이름도 모르는 이쁘고 단아한 난종류들!












메뉴도 라면, 김밥, 죽 두종류(호박죽,단팥죽) 이게 모두다.

그런데 햇빛이 종일토록 실내로 들어온다.

화사하고 따뜻하게,

종일토록 잔잔한 음각도 흐르고~

(몇번을 갔는데 갈 때마다 그랬으니 아마 종일 그럴거다!)



옆 자리에 앉은 아주머니 한분이 열심히 통화중이다.

멀리 조치원에서 입원하러 오신분 가족인가보다.

한 열흘쯤 입원하면 되는데 식사를 못해서 죽을 사러오셨단다.

내가 들으니 쯔쯔가무시 병인데 약하게 온 것같다.

좀 요란하게 영양제이야기며 각종검사받은걸 늘어놓는다.

속으로 피식! 웃음이 났다.

열흘이나 길어야 보름이면 병원 입원체험담을 늘어놓으며

웃고 사실수 있는 분들이 저리 요란하다니 하면서~ 


마음이 편해진다.

김이 모락나는 라면으로 배도 부르지만

나는 아무래도 쉬러 오는것인가 보다.

한참을 앉아 꽃도보고 노래도 들으며 햇빛에 졸듯 느슨해지면

늘 기분이 좋고 평안해진다.

큰 식당에서도 못느끼는 행복감...


사람도 이런 사람이 있다.

우리 병실에 얼마전 들어온 아가씨 환자 한 분,

나이가 서른을 좀 넘겼는데도 미혼이다.

9인실, 그 많은 사람들도 불구하고 어느날부터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 일일히 커피를 타서 돌린다.

정수기 물은 늘 변덕스러워 가끔 맛없는 커피를 마시다가

하루 두번씩이나 앉아서 타주는 뜨거운 커피를 마신다.

그러니 고맙기만 한가?

모두 커피를 사다주고 컵도 사주고 다른 먹을거리도 갖다준다.

복은 이런 사람이 받는게 당연하다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이 가지거나 형편이 좋아야만 

남을 행복하게 해줄수 있는게 아님을 새삼 확인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잔잔한 기쁨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

상황이야 어렵고 가진거야 없지만... 


서둘러 돌아오니 집사람은 아예 늦을줄 알았는지 

침대를 눞히고 잠에 빠져있다.

예정보다 한시간은 당겨서 끝나고 왔으니 그럴수도 있겠다.


사흘쯤 큰아이와 딸아이를 차례로 재우고 먹이고 보낸 후

몸살이 들어 오한과 통증으로 혼나다가 오늘 좀 괜찮아진다.

안그래도 내일 미국에서 오신 도르가님이 병원으로 오신다.

그 먼곳에서 오셔서 힘드실텐데 문병을 오신다.

아마도 집사람 찾아주신이 중에 가장 먼곳에서 오신분 아닐까 싶다.

연세도 가장 많으신 분으로 두가지 기록을 세우실 것 같다.


이렇게 햇살을 담은 사람도 있다.

아직 나는 까탈스러운 햇살 수준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