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그저 오늘 이야기...

가을에 온 사람

희망으로 2011. 10. 11. 00:38

    가을의 소원

                              안도현 

    적막의 포로가 되는 것
    궁금한 게 없이 게을어지는 것
    아무 이유없이 걷는 것
    햇볕이 슬어놓은 나락냄새 맡는 것
    마른 풀처럼 더이상 뻗지 않는 것
    가끔 소낙비 흠씬 맞는 것
    혼자 우는 것
    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하는 것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가을은 아무도 부르지 않았다.

    심지어 삶의 고단함조차도,

    친구는 그 불청객의 담벼락을 기어서 넘어오고,

    막지 못하는 외로움은 기어이 손 잡고...

     

    수강님은 장거리 밤 운전을 기어이 감행하고

    산다는 수수께끼를 그렇게 오래 풀어도

    아직도 모르겠다 하면서 나를 보러 왔다.

    참 지독히도 열심히 산다.

    이 좋은 계절 가을에...

     

    다시는 태어나지 않으리 이 세상,

    믿고 부탁하고 협박하면서 가는 길,

    무엇이 우리들을 만나게 하는 이유인지,

    여전히 하루에도 서너번씩 바뀌는 오답...

     

    까짓 술 한 잔 하면서

    건강 해치면서 마음 주눅 들지 말고

    그렇게 가는 거지!

    전화 걸어 바꿔준 돌도끼님께 늘어놓은 모순,

     

    그래도 받아주고 반겨 주는 사람이 고맙다.

    가을 문턱을 넘어서며 떼쓰는 어리광

    사람이 그립다

    사랑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