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이야기, 그러나 안 사소한 사람관계
부모들이 흔히 생기는 일 중에 자녀들에 대한 생각 다름이 있다.
의견차이일 수도 있고 자기주장이 다른 사람 주장과 부딪치는 경우일 수도 있다.
나중에 보면 그 다른 의견이 큰 문제도 아니고 안 다른 게 이상할 수도 있는데
정작 감정이 상하고 나면 본래 발단은 아무것도 아닌 채 잊혀지고
밉고 속상한 마음이 앙금처럼 남아 뒤 이어 생기는 사사건건마다 시비가 커진다.
오늘 우리도 또 하나의 다른 의견이 생겼다.
아이가 사고 싶은 것이 하나 있는데 아내와 나는 생각이 달랐다.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열심히 상대에게 설명을 하다가
슬그머니 정도를 넘는다.
설명이 설득이 되고, 설득이 예리하다가 강요가 되고,
결국은 이상한 사람으로 감정이 조금 상한 채 그만하자고 봉합을 한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봉합은 미결이지 해결의 상태가 아니다.
아침밥이 나오고 입맛도 없는 7시 좀 넘어 먹는 밥이 늘 어렵다.
해서 김치라도 한쪽 먹으면 나으려나 싶어 아내가 버리지 말라고 기어이 보관시킨
김치를 꺼냈다.
대뜸 돌아오는 말, ‘이 아침에 신 김치가 넘어가지도 않는데 왜 꺼내요?’
확 속이 상했다. 그리고 얼씨구 잘되었다 싶어 맞대꾸를 날렸다.
‘나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싶어 꺼냈는데 안 먹고 싶으면 놔두면 돼지,
내가 점쟁이도 아니고 남의 속 생각까지 어떻게 알아!
그렇게 말하면 뭘 할 때마다 이건 생각이 맞을까 아닐까를 고민하느라 하겠어?‘
명분을 잡았다 싶기도 하고 공세를 퍼부어도 할 말 없겠다 싶었다.
민망해진 아내는 잠잠하고 대꾸를 하지못했다.
하지만 이내 내 속에 작은 재판하나가 열렸다.
이건 지나친 억지고 바람직하지 않은 불행의 시작이 되겠다 하는,
‘내가 지금 먼저 감정이 아직 남아서 이런 것 같다. 마음이 안 풀린 상태가
계속 이어지는 것 같은데 조금만 이해해주라‘
일단 말은 그렇게 솔직하게 아내에게 했다. 그건 사실이니까...
그리곤 복도로 나가 혼자 앉아 한참을 내 속을 들여다본다.
이러다가 사람들이 싸움을 그럴듯하게 한다.
앞에 세운 명분이나 싸움거리는 사실은 본질이 아니다.
그 아래, 혹은 그 전에 감정이 상한 미움과 복수하고 싶은 앙금이 남았다가
어떤 일을 핑계삼아 터질뿐이다. 그러니 남은 백날 들어보고 살펴보아도 모른다.
정작 그 감정을 알면 창피하고 자존심 상하니 꼭꼭 숨겨 포장을 하고 덤비니...
이런 상태를 빨리 중단하고 고치려고 씨름을 한 게 벌써 30년이다.
그런데도 아직 때마다 고전이다.
솔직하게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인정하는 것도 그렇고,
그 일자체도 나의 욕심이나 이기적인 우월감이 채워지지 않은 소산물임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게 오래 걸린다.
이럴 때마다 느끼는 또 하나의 사실은 ‘말’ 그 자체다.
말로 말을 만드는 경우가 왜 그리 많은지,
마음은 안 그런데 튀어나온 말이 수준이하로 날카롭고 쓸데없이 체면 따지느라
서로 다치게 하는 손해를 얼마나 많이 보는지 모른다.
차라리 벙어리로 산다면 진심을 알아주고 이중 행동은 안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참 사소한 습관성 고집이 계속되면,
결국은 계속 다툼이 꼬리를 물고, 그러다 모여서 안 좋은 사이가 되고,
불행한 삶이 되고 마는 것 같다.
결코 사소하지 않다.
사랑하는 가족과의 관계도 그렇고,
하나님의 이름으로 모여 살아가는 신앙인의 교제에도 그렇고,
최종적으로는 자기의 일생에도 그렇다.
30년쯤 더 노력하면 좀더 일찍 차단을 하고,
아예 전에 생긴 감정을 다음에 연결하지 않을 수 있게 될까?
‘의인은 없나니 한 사람도 없다’는 성구가 생각난다.
아무래도 이 노력은 내 힘만으로는 안 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 예쁘다 해주시는 하늘아부지께 맡겨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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