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 몸은 얼마짜리 산 제물?
집사람이 밥 대신 먹을 죽을 사러 총총히 걷는다.
찌는 날씨와 습한 바람에 불쾌지수가 조금 오르는 걸 느낀다.
들어 선 죽 집은 에어컨도 안 켜고 선풍기만 돌고 있다.
투덜거릴까 하다가 주방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를 보니
말이 쏙 들어간다.
‘저 안은 얼마나 더 더울까?...’
오늘 내 몸은 얼마짜리 산 제물이 되었을까?
오늘 주일예배 때 읽은 성경구절이 자꾸 머릿속을 뱅뱅돈다.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영적예배니라 -로마서12:1‘
우리 몸이 산 제물이란다.
제사나 차례상에 통째로 오르던 닭 한 마리나,
고사상 돼지머리가 연상이 된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산 제물이라면 좀 깨끗해야 되겠지?
별 이상한 상상이 떠오른다.
너무 더운 날씨 탓일까?
어느 도시락 나눔을 하시는 목사님이 하신 말,
스무집을 배달하는 한시간반이 또 다른 예배라고 하셨다.
그렇게 우리가 사는 시간 시간들이 다 예배다.
누군가의 짐을 거들어주거나,
아픈 사람을 위로하러 가는 발걸음이나,
깨끗한 먹거리를 위해 땀 흘리며 농사짓는 일,
튼튼한 집을 만들기 위해 현장에서 더위와 추위를 견디는 일,
그 모든 일에 하나님이 기뻐하실 마음으로 산다면...
나의 하루는 자주 슬프고 무겁고 불안하며 보낸다.
간신히 사이마다 기뻐하거나 감사하기도 하니
참 다행이다.
하나님이 좀 헷갈리실지 모른다.
‘이걸 받아야 하나 말아야하나??’ 하시면서!
이 삶의 모든 순간이 예배지만
특별히 몸을 던져 기뻐하실만한 모양으로 산 것을
두렵게도 ‘영적예배’라고 하신다.
주일마다 건물에 모여 목회자와 신도들이 절도있게 드리는
그 예배와는 또 다른 영적예배...
성경 어디선가는 하나님이 이 영적예배를 더 좋아한다고 했다.
수천의 양과 염소를 가증하다고 화내시기도 했다.
나의 오늘은? 나의 산 제물은 어떤 상태로 드렸나?
나의 입술은?
나의 행실은?
나의 심사는?
..................
돌아오는 길의 발걸음이 더 무거워질뻔했는데
다행하게도 한 음성이 들려왔다.
‘야 그래도 니는 종일 내 생각만 하니 받아줄 만 하데이!
저기 부처나 큰나무도 아니고, 돈도 출세도 아니고 내 생각만하니
그런대로 안 밉다카이! 기운내거라~~‘하신다.
맞다. 그건 사실이다.
내가 제대로 못살아내서 미안하고,
몸이 하자는대로 충동을 못 이기고 온갖 유혹에 질질 끌려다니긴 하지만
늘 그걸 부끄럽게 자책하며 이러면 하늘아부지 화낼텐데?
그런 생각 떠난 적 없이 살았다.
비록 발밑에 땅이 모래수렁처럼 내려앉고 무서워서
가끔씩 못 믿겠다는 눈길로 힐끗거려서 속이야 터지셨겠지만...
오늘은 주일,
오늘만 예배를 잘 드리고, 이쁘게 하면
일주일 내내 편하게 내 맘대로, 나만위해 살아도 당당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모든 게 와장창 무너지고 빈털터리가 되고나니
자꾸만 별별 모르고 살던 염치도 생기고 부끄러움도 생긴다.
잘 끌어안고 살던 물건도 목표도 다 포기하라시고,
오늘 나는?
오늘 내 말과 생각과 행동은?
결정적으로 오늘 나는
어떤 경우에도 이 세상 다음에 만날 하늘아부지를 안 잊고 살았나??
그거 돌아보느라 비디오를 자꾸 돌려본다.
- 어이구... 저게 뭐야 저게? 쯧쯧,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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