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곡차곡 꼭꼭 누르고 말아서 줄여보려고 애썼지요.
그리고 차안에 구석마다 쑤셔넣고 채우고 짐 정리를 했습니다.
어디선가 살림을 살기에는 턱없이 단촐하고 비워낸 짐이지만
승용차에 싣기에는 정말 부담스러운 짐들이었습니다.
장애 정도가 조금만 덜하고, 조금만 변덕스럽지 않을 체력이라면
이것조차 절반으로 줄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러고보면 사람이 정작 없으면 죽는 살림은 그다지 많지 않나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늘 무엇인가 모자라고 없어서 불평하고 위축됩니다.
50년 가까이 살고도 승용차 하나에 다 담을 수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짐을 묶었다 풀었다 하면서 옮겨다녀보니
정작 견디지 못하는 것은 몸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가난하다는 심리적 찌들림, 더 가난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어쩌면 아주 가난해지면 숨을 못쉬거나 걷지를 못할지도 모른다는
전혀 연결도 안 되고 터무니없는 두려움,
아무 일없이 자청해서 짐을 줄였더라면 내 사는 중한 짐도
많이 가벼워지고 한결 쉬워졌을 것입니다.
어쩌다 강제로 원치 않았지만 갈수록 줄이고 또 줄이게 되었습니다.
더 줄이고 아주 없어도 살 수 있을지 모른다는 다른 관심이 생겼습니다.
정말 두 벌 옷도 가지지말고 돈주머니를 채우지 않고도 하늘로 가는 길을
떠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그렇게 세상으로 가라! 고 주님은 말했는지도 모릅니다.
다만 몸만 튼튼 하다면, 아니! 바울은 그조차도 아니었습니다.
오늘 몇 날을 여기저기를 돌아 청주 낯선 병원에 침대 하나를 자리 잡고,
숙달되지 않은 고단한 몸을 누여봅니다.
며칠전까지는 밉네 곱네 하면서도 익숙하고 적응된 사람들과 지내다가
오늘부터는 복도 엘리베이터 화장실까지, 심지어 음식맛까지 달라진
이곳 새 병원에서 살기 시작합니다.
아무도 안 잡아먹고, 낯설다고 밥 굶는 것도 아닌데 그저 고단해집니다.
이래가지고서야 본토와 아비를 떠나라는 성경의 말씀을 어찌 따라갈지...
그래도 눈을 감으면 평안해집니다.
아직 단 한번도 변덕을 부리거나 흐려지지 않은 하늘나라의 모습이
눈 뜨면 보였다 안보였다 하는 하나님과는 다르게 꾸준히 보입니다.
눈 감으면 사라지지 않고 언제나 따뜻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그런데도 아직 오지말라! 하시네요.
아직은 눈 뜨고 할 일이 있다! 명령하십니다.
그냥 눈 감고 어서 오라고 하지 않고...
계속 계속 누군가가 하늘나라를 맛보고 하늘나라로 오도록,
하늘나라를 이어 보여주며 살다 오라는 명령입니다.
이 세상은 내 집 아니요. 내가 영원히 머물 곳은 아니라는
그 말씀이 아직도 더 있으라 하십니다.
진짜 진짜 때로는 빨리 가고 싶은데도!
(차 안에 보따리 보따리 쌓인 짐들에서 당장 쓸 것만 옮겨 놓으려고 다 뒤지다
지쳐 그냥 냅두고 쉬는 중입니다. 예전에 있던 곳보다 절반밖에 짐을 놓을 곳이 없는
8인실 병실이다보니... 장기 입원 환자들은 이럴 때 많이 머리가 아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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