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날마다 한 생각

자다가 깨어 부르는 '엄마. 미안했어...'

희망으로 2011. 5. 8. 09:30

자다가 문득 부르는 ‘'엄마, 미안해..'

 

오랜만에 집에서 딸이랑 나란히 누워 잠을 자는 중이다

병원에 와서 자고 갈때도 그랬지만 몸에 열이 많은지 늘 이불을 차내고 잔다

한겨울 코끝이 시리고 어깨가 움추려들 때도 몇 번은 깨어서 덮어주고 자야했다.

 

안쓰러운 마음과 사랑스런 마음이 아이를 자꾸 쓰다듬게 된다.

머리도 만지고 팔베개도 넣고, 손을 만지작 거리기도 한다.

아주 어릴 때는 늘 품에 꼭 안고 자고, 아이가 파고 들어오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가 잠이 방해가 되는지 가끔 돌아누워버린다.

잠 깨우는 것 같아 미안해서 가만두다가 얼마 안가 또 머리를 쓸어내리고

토닥거리는 있는 나를 발견한다.

 

...언젠가 이 느낌을 많이 겪은 기억이 떠오른다?

맞다. 내 엄마가 그랬었다!

 

어릴 때 집안이 묘하게 일이 돌아가 초등학교 6학년 여름방학 종합식을 마친

725, 경주에서 서울로 벼락치기 이사를 오고, 그때부터 세상에 던져졌다.

부자가 된다던 계획은 빗나가고 셋방살이가 시작되었다.

학교도 6학년은 서울로 전학 안 된다는 규정으로 졸업도 날아가버렸다.

그 뒤 14살부터 시작된 온갖 직업과 공부, 혼자 떠도는 생활이 시작되엇다.

 

17살 때인가? 다시 경주로 내려가 살고계신 부모님께로 가서 7-8개월 정도 살았다.

부평초처럼 떠도는 도시생활이 지쳐 같이 보낸 귀한 시간이었다.

몰락한 집안의 살림살이란 단칸방에 다섯명이나 되는 가족이 웅크리고 자야했다.

그때 엄마는 밤마다 내 옆에서 주무시며 나를 쓰다듬으셨다.

난 그게 불편하고 잠도 자꾸 깨는 게 싫었다. 돌아누워버리고 손을 빼버리기도 하고...

엄마를 정말 좋아하고 고생하는 모습이 측은하기도해서 마음은 안그랬지만,

어떤 때는 엄마가 이상한 버릇이 있나보다 꺼리기도 했었다.

17살의 남자, 온갖 경험을 다 하며 도시를 떠돌다 온 직후라 더 그랬다.

 

이제 내가 그 엄마의 마음이 되었고,

딸아이가 그때의 내 입장이 되었다. 나는 나대로 미안하고 안아보고 싶고

아이는 아이대로 사랑과는 별개로 편하게 자고 싶은 바람을 가진 나이로,

아빠 잠 깨잖아,’ 그 한마디에 ! 미안, 나도 모르게...’

 

옛날 그때 엄마의 마음이 지금 나 같았을까?

얼마나 두가지 마음이 교차되었을까,

쓰다듬고 만지고도 싶고 잘자게 냅두고도 싶고...

 

공교롭게도 오늘이 58, 어버이날이다.

어제 밤엔 엄마가 나를 찾아오셨나보다. 니도 내 맘 좀 이해하라고!

삼십년도 훨씬 넘어 이제 그때 일이 떠오르다니!

나도 모르게 새벽에 잠이 깨어 목이 메인다.

임종하시고 하늘나라로 가신지 한 달 조금 넘은 엄마,

엄마, 미안해, 그때 난 그 마음을 이해 못했어요

 

딸아이는 아마 지금은 나를 이해 못할 거다.

그때의 나처럼, 그리고 언젠가 저도 이 마음을 아는 날이 오겠지?

내가 곁에 없을지도 모를 먼 훗날에...

이래서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했나보다.

세월이 필요하고 나이와 경험이 필요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