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투병일기

오래 머문 이별, 다시 가는 오월의 여행

희망으로 2011. 5. 7. 17:06

지나간 것은 다 아름답다! 고 누군가는 노래했지만

병원에서 일어나고 잠든 짧지 않은 세월이 늘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돌아보면 때때로 덜컹 놀랐던 기억, 기운 빠져 녹초가 되었던 일들,
아프고 한숨 쉬며 땅으로 땅으로 내려갔던 순간들이었다.

눈이 푹푹 빠지게 쌓이고 펑펑 내리던 2010년 1월11일,
아내를 태우고 먼저 떠난 앰브란스를 따라 가다가 폭설 도로에 놓치고
연료는 떨어져 헤메다 한 시간 가까이 늦어 도착해 입원했던 병원,
어느 새 일년하고도 4개월을 넘겨 장기 환자로 분류되어 퇴원권유를 받았다.

짧은 입원 퇴원으로 반복되다가 모처럼 오래 정착(?)해서 안정감을 얻었다.
나도 아내도! 치료도 계획을 세워 꾸준히 해보고, 수시로 예측 없는 재발로 중단되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교통사고와 노인성 뇌출혈 뇌경색으로 생이 무거워진 것을 보았다.
자녀들은 자기 삶을 포기하고 간병하는 사람도 있었고,
보험 보상관계로 재판과 치료를 병행해가는 복잡한 인생도 아프게 보았다.
그 모두가 사는 이유와 바른 생명의 진리를 찾아야만 하는 절명의 시절이었다.
하나님은 우리 앞에 무엇을 주시려고 이길로 인도하시는걸까?...

아이를 만나고 잠시라도 필요한 환경을 정리해주고
오래 비운 자리가 미안해 써늘하고 외롭던 날들을 보상해주자고 내려 온 충주집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아 힘에 부친다.

혼자 일어나 등을 세우고 있지 못하는 환자에게
등을 올리고 내리는 병원 침대가 없다는 것이 왜 이리 힘들게 하는지,
밥 먹을 때도, 날마다 읽는 큐티 보기도, 이야기 나누기도 힘들다.
등짝에 이불 베개 쿠션 몇 개를 고였다가 하나빼기 다시 넣기...
화장실가고 목욕은 아예 험산 준령 넘는 정도로 벅차다.

집이 싫다.
이렇게 환자가 견딜 수 없는 구조에 보낸 하루가 벌써 우울해진다.
아이를 보며 같이 자보는 것 빼고는 너무 힘들어 지치고 감기까지 몰려 온다
온도가 추웠다 더웠다 조절이 힘든 컨테이너 생활이 혹 재발을 불러올까봐,
안절부절 하다보니 나까지 쉬 지친다.

아이가 기숙사라도 들어가면 이 짐들을 다 정리하고 
완전한 병원 나그네로 사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싶은 생각이 미치니 무거워진다.
‘...그러면 가족이 모두 모이기라도 하려면 어디에서 만나야하지??’에 생각이 미친다.
그것도 썩 좋은 해결책은 못되고 비까지 밤새도록 내리는 이 밤이 길다.

5월11일 청주 버스터미널에서 5분 거리에 있다는 재활병원을 예약했다.
5월1일 개원이라는 인터넷 광고만 보고 입원신청을 했다.
어차피 병원을 벗어나서는 생활이 유지가 안 되는데 아이가 오고 가기라도 좀 쉬우라고
다섯 시간에 4번을 갈아타던 것이 두 번에 두 시간으로 줄어든다는 그 하나 때문에!
부디 너무 실망할 정도만 아니고 재발이라는 응급상황만 안 생겼으면 좋겠다.

불평 반, 감사 반, 섞인 묘한 기도를 드리고 밥 먹이고 약 먹이고 
두 시간째 찬송을 들려주니 잠이 몰려오나보다.
나눔이가 우리 대신 끼고 사는 고양이가 아내의 이불 끄트머리에 누워 같이 자고 있다.
털이 이불이고 옷이고 팔 다리에 붙어 기겁을 하면서 
그래도 나눔이 큰 동무가 되어주는 게 고맙다. 
그래서 미우면서 고마운 애물단지가 되어간다.

이 시간도 흘러가면 언제 어느 날 지금을 떠올리며 분명 그리울거다
그때가 좋았다던지, 아니면 그때 참 힘들었다던지 어느 쪽으로던...

청소용품을 사고 치아가 많이 어긋나 교정을 꼭 해주라는 아는 분들의 권유에
치과에 상담을 갔다가 허탕치고 돌아왔다.
이곳 충주가 생활수준이 낮은지 치아교정을 안하는 병원들이 많은가보다.
간신히 5월9일 오후에 예약만 잡아놓았다. 같이 있을 수 없으니 처음 접수와 견적, 
초기 목돈이라도 지급을 해주고 나머지는 혼자 다니라고 할 계획이다.
그것도 나눔이를 아끼는 사람들이 보내주시는 매달 용돈으로 지불해나갈 작정이다.
나눔이도 원하고 치아 건강을 위해서도 꼭 해줄 생각이다. 
나중에는 더 여력이 안 될지도 모르니...

어제 밤에도 새벽 한시까지 이불 옷 빨래를 여섯 번 정도 내리 돌렸다. 작년 추석에 이은 두번째,
밤새 비가 내려 몽땅 쌓아 두었다가 오후 들어 해가 나서 내다 늘엇다.
‘빨래 끝!’ 어디선가 손 탁탁 터는 CF 한자락이 떠오른다.
우울 모드도 끝! 안 좋은 환경도 끝! 헤어져 지내는 것도 끝! 
그랬으면 정말 좋겠다! 누군가 이렇게 노래했다.

- 죽음보다 더 서러운 게 이별이라며
헤어짐이 헤어짐이 서러워! 라고,
이별보다 서러운 게 외로움인데! 라고도 했다.

나는 이렇게 노래 부른다.
‘높은 산이 거친 들이 초막이나 궁궐이나
내 주예수 모신 곳이 그 어디나 하늘나라!‘ 

다들 더 행복할 가정의 달 오월에, 계절의 여왕 오월에
우리는 다만 하나님으로 행복해지고 싶다!
그것밖에 가진 것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