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처럼 또 다른 병원을 찾아서...
어저께 토요일 지금 있는 병원의 원무과 과장이 면담을 하자고 했습니다.
내용인즉 장기 입원으로 퇴원대상자라서 알려주려고 왔다고 합니다.
언제쯤 계획이냐고 해서 지금 실명된 오른쪽 눈 검사가 5월에 최종확정을 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수술이 가능한지 아니면 그냥 포기할 것인지 그때 의논하기로 했으니
그다음에 좀 이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알았다고 내려가더니 오늘 다시 호출이 왔습니다.
좀 내려오라고 하더니 긴 시간을 줄 수 없는 형편이라고 재촉처럼 말을 합니다.
우리가 남들보다 좀 더 오래 입원해 있었던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다른 병원을 찾아서 입원예약을 하고 가려면 한 달에서 두 달은 잡아야합니다.
그것도 집사람의 병 상태가 쉬운 것도 아니고 단순 요양원으로 가는 것도 아니라서...
섭섭하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하고 참 심란해졌습니다.
한동안 떠돌이 생활을 좀 면하고 잊어버리고 안정이 되어간다 싶었는데 다시 예전 생활이 떠오릅니다.
짧으면 3주에서 길면 한 두달씩 이 병원 저 병원을 돌아다니던 고달픈 생활이...
우리나라 보험공단의 병원수가지급이 장기 입원이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대학병원 종합병원 등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예 한두 달 이상이 어려울 정도로 운영규정이 되어 있고,
재활병원은 그나마 좀 났지만 3개월에서 6개월을 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보험적용 지급률이 자꾸 줄어지고 병원측이 손해를 보는 일이 종종 생기게 됩니다.
그렇다고 100% 환자가 별도로 부담하면서 입원해있으라고 할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재활치료가 필요한 많은 장애인들과 뇌경색 뇌졸중 등의 환자들이
2년에서 3년이면 병원치료가 불가능해집니다.
병원이 입원자체를 거부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서 그렇습니다.
물론 아픈 치료는 상관이 없습니다만,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 종합 병원의 재활의학과는 점점 줄어들어서 30%가 채 안됩니다.
모두 다른 과에 비해 원가는 높고 돈벌이는 안되기 때문에 전부 없애버리는 추세입니다.
환자는 점점 늘어가는데, 나이드신 분들은 거의 요양원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젊은 교통사고 환자들조차 갈 병원이 점점 없어서 경쟁을 하는 판국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집에서는 도저히 유지도 치료도 안되는 집사람 같은 경우는 정말 난감한 떠돌이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응급실이나 수술, 혹은 주사제치료 등의 목적으로 잠시 입원하는 것 외에는
병원에 장기 입원할 수 있는 길은 재활병원 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더 이상 재발이나 잦은 악화를 동반하지 않는 장애인들은 집이나 단체 재활센터등에서 생활할 수도 있지만 스스로 운동이 가능하지 못하고 장기가 점점 굳어지는 난치병 환자는 솔직히 애물단지입니다.
가족에게나 병원입장에서나...
그래서 떠돌지 않고 간병하느라 온가정이 폭삭 망하지 않도록
장기 입원 재활치료가 가능한 병원이 설립하기위해 모금중입니다.
푸르메 병원이라고 남양주 쪽에 설립하려고 지금도 진행중입니다.
민간 후원금과 모금으로 가족들은 매달리지 않아도 치료에서 간병까지 다 소화하며
거의 무료에 가까운 저렴한 병원비로 가능하도록 추진중입니다.
그러나 불과 몇퍼센트의 환자밖에 수용할수 없는 것이 또한 현실적 한계입니다.
다만 모델 역할로 선구자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진행하는 것으로 압니다.
병 자체로 인한 고통과 오르내리막에 속을 다 태우고,
별개로 병원 입원 퇴원 이사로 또 늘 조바심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것이 이중 고통입니다.
이 짐이 다 벗어지는 날이 세상을 떠나는 날이 될지,
아니면 세상으로 복귀하는 날이 될지 가끔은 두렵기도 합니다.
좋은 병원이 잘 만나져서 다시 몇 개월의 숙식과 치료가 가능하도록 기도를 할 작정입니다.
혹시 다른 이를 위한 중보기도를 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면 이름 줄에 우리 가족도 좀 넣어주십시오.
그래서 상세히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이곳 병원에서 한 달도 눈치가 보인다고 급해서 아무데나 막 가다보면 너무 힘들고
또 다시 옮겨야 하는 것도 만만치 않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지금까지 떠돈 곳만도 너무 많습니다.
충주 수원 다시 충주,
정동진 강릉 강남 다시 수원
용인 또 서울 국립암센터 이곳 일산 재활병원,
다음은 또 어디가 될른지 모르겠습니다...
아브라함 같은 믿음도 없는데
아브라함보다 더 여러 곳으로 보내시는
하나님의 뜻을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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