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울지 않고 버티고 있습니다.
왜 그래야 하는지는 나도 모릅니다.
어머니가 운명하신 소식을 들은 것이 오후 세시반
그 후 네시부터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여섯시반이 넘어 잠에서 깨어나 집사람 저녁 몇숟갈 먹이고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마치 몸살난 사람처럼
또 잠에서 깨어난 시간이 9시 45분 쯤,
아내에게 허락을 받고 병원을 나서 하염없이 길을 걸었습니다.
11시 30분, 아정님과 바라며님이 왔습니다.
병원을 들러 소변을 치우고 다시 길로 나선 뒤 만났습니다.
이 상황에 문안을 오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이
정말 신기합니다. 무슨 배짱으로...
두 시간을 넘도록 공원과 산길을 같이 걸어 주고
커피자판기까지 동행을 해주었습니다.
새벽 두시가 넘어서 돌아갔습니다.
이런 친구 흔하지 않은데 제가 복이 터졌나봅니다.
그런데도 잠이 오지 않습니다.
다시 길로 나섰습니다.
정말 한번뿐인 어머니와의 이별이 무지 힘들기는 합니다.
이 집 저 집 기웃거리며
다시 시간도 보내고 마음도 추스리고 싶었지만
도무지 낮설고 쑥스러워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새벽 세시반이 넘었습니다.
만만한 편의점을 들어가 캔맥주 하나를 사고는
그냥 병원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사이에도 잠 못든 집사람은 나를 눈치봅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셔는데도
울지도 않는 아들이 뭐 그리 좋다고...
삼일을 울고 삼십년을 잊어버리는
정나미 떨어지는 아들이 되고 싶지 않아
삼일을 참고 삼십년을 남몰래 울겠다 작정합니다
마음대로 될지 허울뿐인 배신자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병원으로 돌아온 새벽 4시 가까운 시간
정말 나는 어머니를 사랑했고
지금 많이 힘드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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