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속으로2 9번 ‘예수로 말미암아’를 읽고,
- 이재철 목사님께 드리는 감사의 편지
3월 29일 화요일, 아침 일찍 치료실에 있는데 한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어머니가 위독하시다는 바로 아래 동생의 연락이었습니다.
같이 갈 수가 없는 내 처지를 알기에 예상은 하지만 혹시나 하여 갈 수 있으면 들러서 데리러 오겠다고 했지만 역시나 갈 수가 없었습니다. 희귀난치병으로 24시간 식사 대소변 씻기고 치료실로 이동하는 모든 일에 잡혀 지내는지 벌써 3년을 넘어 또 한해로 가는 중이라...
그렇게 큰 돌덩이 하나를 삼키고 가슴어딘가가 멍멍하고 발에는 족쇄를 채운 듯 걷는 것도 힘들어하며 보내는데 오후 세시, 막내 동생에게서 어머니가 임종 하셨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임시 간병인을 구해서 아내를 맡기고라도 갈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지만 그 연락을 받자마자 대성통곡 눈물의 저수지라도 터진 듯 울어대는 집사람 때문에 포기했습니다. 몸이야 맡긴다지만 어머니를 한동안 모셨던 특별한 아내의 기억들과 자기 때문에 최근 몇 년이나 되도록 한번도 보지도 못하고 마침내 임종도 보지 못하게 했다는 슬픈 자책에 힘들어하는 아내의 마음은 맡길 수가 없었습니다. 여차하면 또 응급실로 가야 할지도 모르는 자율신경 면역병이라 일산에서 울산까지 가 있는 다는 것은 너무 무리였습니다.
형제들은 모두 사정을 아니 오히려 나를 염려해주고 다독거려주었지만 진정을 할 수 없는 허무함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울어대는 아내를 달래느라 정작 나는 한번도 울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참고 이틀을 꾹꾹 누르며 참았더니 사흘째는 참지 않아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첫날은 밤이 새도록 병원 밖을 나가 걷고 또 걸으면서 새벽까지 지치도록 걸었습니다. 두시간에 한번씩 병실로 들어와서 아내의 소변을 비우고 확인하고 또 나가고, 그렇게...
하나님은 정말 계시는걸까? 사람마다 다르게 일생을 주시고 겹치는 어려움을 동시에 주는 기준이 무엇일까? 믿음의 힘으로 여기까지 버티며 왔는데 더 잘 믿는다는 것은 어디까지일까? 아니, 도대체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 온갖 질문과 불안하고 속상함이 쓰나미 물이 밀고 들어오듯 가슴을 구멍 내고 지나갔습니다.
3월 31일 간신히 집사람 고등학교친구에게 떼를 쓰며 낮동안 잠시만 곁을 지켜달라고 부탁하고 KTX를 타고 택시를 타고 그렇게 대전 현충원 국립묘지 안장식을 벼락치기로 다녀왔습니다. 미안함과 슬픔을 꾸욱 누르고 빚진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고 잠시 참석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온 몸은 몸살을 앓는 중인 사람처럼 맥이 빠지고 자꾸 잠이 시름시름 몰려오고 아무 생각이 없어져 머리만 빈 것이 아니라 가슴도 비어버린 사람 같았습니다. 많이 아픈 마음으로 어머니께 이렇게 이별의 글을 올렸습니다.
‘두 번째 탯줄을 끊고 소천하신 어머니를 보내며’
나 태어날 때 기다리며
들여다보시며
몸의 탯줄을 끊으신 어머니
이 세상에 온 생명을
홀로 반겨주신 어머니가
오늘은 떠나셨습니다.
나 태어난 후 50여년을
마음 졸이시며 늘 주시기만 하다가
이제 마음의 탯줄도 끊으셨습니다.
누구의 한이 내게로 왔는지
무슨 잘못이 내게 많았는지
발이 묶여 임종소식을 듣고도 못갑니다.
올때는 어머니가 반겨주셨으니
가실 때는 내가 배웅 해드리는게 도리인데
그리 못합니다.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도 못가고
임종하셨다는 연락을 받고도 못 갑니다.
사람 구실을 못하고 아픈 중입니다.
또 한명의 사랑하는 여인 아내가
난치병으로 침대에서 몇년을 등을 붙이고
두시간 이상을 벗어나기 힘들게 하는 중이라
나보다 더 슬피 우는 아내를 보기만 합니다.
오고 가는 생명 내 힘으로 안되는거
벌써 경험하고 이미 받아들였지만
도리가 아님에 가슴 찢으며 피 흘립니다
이 밤이 지나고
내일 밤도 지나고
그 다음 날도 지나면
흘러간 강물처럼 모든게 지나가겠지요
지금도 세상은 꿈쩍도 않고
하늘 어디 새는 곳도 없고
주위 사람들 얼굴색 변한 사람 하나없이
웃고 먹고 끔찍하도록 아무일 없는데...
고개 들어 올려 본 하늘
저 어디쯤 이승의 질기던 고통 벗어놓고
휘적거리며 가시는 어머니 보일라나 해보지만
흐린채 듬성 구름만 무심하게 흐릅니다.
어머니
부디 평안하소서
사랑할 줄 몰라서 못해드리고
알만하니 형편안되어 못해드린
불효자식 용서하시고요
정말 어머니 사랑했어요.
아시지요?
이천십일년 삼월 스물아홉날에
어머니 보내드립니다.
어떻게든 이겨보자, 그러면서 다시 손에 든 이재철 목사님의 ‘사도행전속으로2’를 읽다가 9번 ‘예수로 말미암아’를 또 만났습니다. 한 번 읽고 다시 읽고, 세 번 읽고 다시 읽고! 가슴을 때리고 들어오는 뜨겁고 목이 메이는 사실 하나가 온 몸을 불덩이처럼 휘감았습니다. 믿음이 시련을 이긴다지만 언제까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를 불안해하던 제게 믿음은 우리의 힘으로 가지고 유지하는게 아니라는 선언의 말씀이 충격을 주었습니다. 베드로가 사람들을 향하여 왜 우리가 앉은뱅이를 고친 것처럼 보느냐, 이는 예수로 말미암아 난 믿음이 이 사람을 일어나고 걷게 하였노라! 하고, 앉은뱅이가 베드로에게 믿음으로 요청한 것도 아니고, 베드로가 예수에게 자신의 믿음으로 권능을 달라고 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었습니다. 예수가 먼저 베드로를 믿고 불렀고, 그 믿음으로 베드로는 앉은뱅이에게 일어나라고 했고, 앉은뱅이는 베드로의 믿음에 답하는 믿음을 가지게 되어서 기적이 일어났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결코 사람이 믿음의 주체도 아니고 자랑할만큼 대단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말씀이었습니다.
하나님 예수님 감사합니다! 제 속에 얼마나 큰 감동으로 평안이 일어나는지! 그 무겁던 짐과 불안의 심정이 사라지는지 말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애당초 그게 내가 일으키며 버티고 가야할 내 짐도 아니었고, 사실 그렇게 해서 유지되는 것도 아니라는 자유로운 선언이었습니다. 동시에 믿음이 흔들릴까봐 조바심내고 이 믿음을 내가 못 지키면 나도 망하고 아내도 아이들도 가정도 파산이 될지도 모른다는 길고 길었던 압박감이 걷어졌습니다. 더하여 기적은 홍해의 갈라짐도 아니었고, 베세다의 오병이어와 남은 음식이 아니라는 진실을 깨우쳐 주신 말씀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과부의 자식이 죽음에서 살아난 것도 마찬가지라 했습니다. 정말 큰 기적은 하늘에서 이 낮고 힘든 세상으로 내려와 우리와 함께 계시기로 작정하시고 이후로 늘 곁에 계시는 것 그 자체가 기적이라 했습니다. 천지를 지으시고 생명의 기운을 우리에게 주신 분이 우리의 곁에 있다는 그 사실이 가장 큰 기적이라는 말씀,
생각해보니 그렇습니다. 이미 하나님이 곁에 계시는데 홍해가 갈라지거나 안 갈라지거나, 오병이어의 음식이 생기거나 안 생기거나, 죽은 자식이 살아나거나 안 살아나거나 그건 작은 기적일 뿐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해도 모든 사람은 끝내 언젠가는 하늘로 돌아갈 것이고, 그렇게 하지 않아도 또 다른 방법으로 우리를 건지셨을테니 그다지 큰 일은 아닐 수도 있겠다 싶어졌습니다. 아내가 이 어려운 난치병이 나음을 받거나 혹은 안고 살아가거나, 어머니가 마지막 가시며 상봉을 하거나 혹 못하더라도 이미 우리를 부르신 다음에야 큰 일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온 길을 돌아보면 함께 해주신 것을 부인할 수 없는 많은 증거들을 봅니다. 아이들을 통하여 가정이 구원 받은 것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내가 이 과정을 버티거나 혹 견디지 못하여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내 영혼이 손 내밀고 등 두드려주시는 주님을 늘 인정하는 동안은 마음이 놓입니다. 나야 얇은 양은냄비 같이 뜨겁다 식었다 하거나 울고 웃기도 하겠지만 내 믿음이 나를 구원하는 게 아니라 내게로 먼저 오신 주님의 믿음이 나를 구원하실거라는 변치 않는 사실을 인정만 한다면 말입니다. 믿음의 출발점은 내가 아니라 하나님에게서라는 사실을 뺀다면 무당을 믿는 사람보다 우리의 믿음이 보잘 것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벌써 두 번째입니다. 목사님의 말씀이 급박한 순간 벼랑 끝에 선 저를 구해 주신 게,
예전 처음 아내가 사형선고 같은 난치병 진단을 받고 휘청거릴 때 성숙자반 시디를 들으며 다시 기운을 얻었습니다. 그때도 너무 감사하여 편지를 드렸고 다시 기도해주시겠다는 답신도 주심을 큰 위로로 담고 살아가는 중입니다. 그리고 오늘 다시 하나님께로부터 온 믿음을 저에게 주시는 베드로와 같은 전도자 되신 목사님의 믿음의 힘으로 제가 일어납니다. 주저앉고 싶고 다시 일어나기 싫어졌던 불안한 상태에서 일으켜 주셨습니다. 믿음의 시작은 제가 아니라고!
어찌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께는 두말 할 필요 없고 그 힘을 전해주신 베드로 이재철 목사님께 이렇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이 책을 통하여 귀한 성경의 말씀과 설교를 늘 곁에 두고 읽게 해주신 홍성사 출판사 여러분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이 사역이 하나님께로부터 나왔음을 동시에 믿습니다.
'하늘가는 길 > 예수님과 함께 가는 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두 잠든 금요일 전날 밤 (0) | 2011.04.21 |
---|---|
하루 여행을 마치고 (긴 글) (0) | 2011.04.15 |
언제나 어디서나! (0) | 2011.03.27 |
예수는 내가 믿고 복은 당신이 받았습니다! (0) | 2011.03.13 |
'내려놓음'과 '내려몰림' (0) | 2011.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