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음’과 ‘내려몰림’
오늘은 안식일
병원 6층의 치료실에서 오늘도 예배가 시작되었다.
‘하나님, 이 시간도 고백합니다.
무슨 일이든 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분도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아버지밖에 없고,
무슨 일이든 안 해주기로 결정할 수 있는 분도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아버지 밖에 안 계시다는 걸!
그래서 기다립니다. 제게 말씀해주십시오.
어디로 가야 할까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를 둘러싼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받아야 할까요?‘
그러나 기도의 응답을 듣기도 전에 집사람의 신음부터 들어야했다.
온 몸의 뒤틀리는 통증과 다리가 경직되어 참지를 못했다.
결국 예배중임에도 불구하고 휠체어를 눞히고,
다리는 들어 올려서 치료용 매트로 올려서 주물러대며 성찬식까지 했다.
이게 무슨 은총일까?
안식일 예배조차 마음 조이며 어수선해지는 생활...
축도를 마치기가 무섭게 식은 땀을 흘려대며 늘어진 집사람을 데리고
병실로 빨리 돌아왔다.
무겁고 가라앉은 심사를 감출 수 없어 툴툴거렸더니 불편해진 아내가
밖으로 가서 바람이라도 좀 세고 오란다.
아직 점심도 안 먹였는데 놔두고 가기는 어딜 갈 수 있다고...
마음 달래려 손에 들은 이용규선교사님의 ‘내려놓음’ 책을 읽다가
불안하던 마음이 서러움으로 변해 확 몰려온다.
다른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잘 나가던 길을 돌이키고 선교지로 떠나신 결심이나
생활 구석구석 작은 일 하나하나마다 ‘내려놓는 길’을 선택하신 모습들이
내겐 까마득한 부러움으로만 몰려온다.
무엇인가 선택의 기로마다 하나님께로 가는 길을 선택하면서
그래서 생긴 어려움들을 늘 ‘내려놓음’으로 극복하신 간증들,
‘내려놓음’을 자신의 결정으로 할 수 있다는 게 부럽다.
나는 ‘내려놓음’이 아니라 ‘내려몰림’이나
선택의 여지도 없이 강제로 박탈당하고 견디기도 급급한데...
그런 서글픔이 덮친다.
무엇인가 자신들의 가진 것, 좋은 것들을 내려놓고 더 큰 복을 받은
결과들을 말하지만 나는 스스로 하지 않았다.
물질도 내려놓고 스스로 가난해지고,
명예도 내려놓고 스스로 외진 곳으로 가고
편함과 안전도 내려놓고 스스로 위험과 고단함을 감수하고!
참 값지고 하나님도 많이 기뻐하실 결과임에 틀림없다.
스스로 내린 결정과 순종의 삶이니 얼마나 대견할까?
게다가 댓가로 쏟아지는 놀랄만한 평강과 기쁨의 복이라니~~
하지만 나는 스스로 선택한 묶임이 아니었다.
꼼짝할 수도 없는 24시간 강제 구속은 내가 선택한 상황도 아니었고
스스로 내려놓고 선택한 가난도 아니었다.
몰리고 몰려 빚에 허덕이며 잃어버린 가난이었다.
스스로 무슨 하나님께 이삭을 바치는 아브라함의 심정으로 헤어진
가족의 이별도 격리 생활도 아니었으니 무슨 자랑스러움이 있을까?
막 속상함이 치솟는다.
누구는 ‘성숙한 신앙의 결단과 삶으로 ’내려놓음‘도 하고 복도 받는데
나는 이게 무슨 몰리고 빼앗기고 박탈당하면서 겨우 겨우 버티는 신앙이라니...
물론 이런 코너로 몰리지 않았으면 거의 스스로 ‘내려놓음’ 같은 모습은
나에게 기대하기는 불가능했을 것을 누구보다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속상한다.
신앙이 좋다는 분들은 대부분 스스로 불편과 고단함을 감수하면서 선택한
신앙의 길을 가는데, 그러면서 칭찬도 많이 듣는데!
난 이게 무슨 꼴인가 싶어서...
‘내려놓음’
참 부럽다. 그렇게 망가지기 전부터 예쁜 모습으로 차근차근 걸어오신 모습들이,
온갖 넘치는 복들을 마다하며 뿌듯하게 스스로 하늘 백성의 길을 따라가고
성경의 가르침을 주관적으로 실천하시며 가는 대부분의 분들이!
그 책에서 하버드 대학의 유학생활을 광야의 길이라고 표현하셨다.
모든 사람은 부러워하기 십상인 그 상황을 광야의 길이라니,
어려움도 고단함도 따르니 그럴 수도 있지만
그조차 안 할 수도, 다르게 할 수도 있는 결단의 길이 아니었던가?
마음이 삐뚤어지고 곱지 않으니 속에서 가시 돋친 생각이 올라 온다.
‘그러면 그만두면 되는 길이 무슨 광야라고...‘ 하면서,
내가 이 지경에 안 몰린다고 해도 백번을 더 살 기회를 주어도
한 번도 선교사님의 길을 흉내도 못 낼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아는 것과 사는 것의 괴리감!
결론은 그것이다.
하나님만이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최종 결정할 수 있는 분이고,
건강은 물론이고 생명자체까지 포함해서 고백하도록 알게 하셨지만
아는 것을 사는 방식에 적용하는 건 너무 다른가보다.
차라리 알게 하지를 마시든지, 아님 아는 데로 살 힘을 좀 주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게 무슨 난처한 모습인가.
모든 힘을 가지신 분은 하나님 뿐이심을 알면서도
모든 사는 시간을 내 감정, 내 비관적인 습관하나 못 벗어던지고
질질 끌려 다니며 살다니...
갈 데가 없다. 다른 방법도 길도 없는 것을 뼈속까지 인정하니!
그렇다고 온전히 순종하고 이쁘게 살아내지도 못한다.
그놈의 나약한 몸의 한계에서 오는 불안, 고단함, 분노, 슬픔, 줄줄이... 때문에,
밥이나 먹자!
결국은 시간이 좀 흐르기를 바라며 슬그머니 다가오실 성령님의 평안을 기다릴 수밖에 없나보다. 전에도 종종 그랬듯!
생각과 말로는 죽었다 깨도 손에 쥘 수도 느낄 수도 없는 평안, 감사의 마음이 회복되기를
그저 주문 외우듯 중얼거리며 밥이나 먹어보자 한다.
‘하나님 한 번도 외면 하지 않으셨고,
하나님 한 번도 날 버린 적 없네!‘ 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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