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라디오에서 북한이 섬이 아닌 경기도 내륙에
폭탄 공격을 하겠다는 경고를 했다고 나왔습니다.
우리가 머무는 병원이 경기도 일산입니다.
속으로 아침에 드린 마음의 기도를 벌서 들어주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전에 여전히 복통에 설사로 탈수증을 보이는 아내를 간신히
추스르곤 지쳐 떨어져 있는데 한 병원의 다른 환자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너무 심한 강직으로 기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인 그는
정말 우울하다고 합니다.
저도 13일이 넘어가는 장염과 탈수증세로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
쉽게 이런 말이 튀어나오고 말았습니다.
하나님이 죄를 묻지도 않고 지옥으로 안 보낸다고 약속해주시면
아내와 그만 이 세상을 떠나고 싶다! 라고,
그분도 대뜸 동의를 합니다.
‘자기도 그렇다고! 더보태 자기 남편도 좀 만나서 그렇게 해주라고 말해달라고!’
펄쩍 뛰었지요.
나야 내 가족 문제로 그렇게 한다지만 남의 집까지 권할 일은 아니다.
그 집은 그 집에서 알아서 하세요! 라고 해주었다.
같이 날마다 병원 앞 새벽기도를 같이 나가는 삼총사 중 한분인
그 환자의 간병인 집사님이 깜짝 놀라시면서 말합니다.
‘집사님이 무슨 그런 말을 하세요!’하면서...
...정말 하나님이 그렇게 해주신다면,
저나 아내는 그러고도 싶습니다.
세상이 무슨 특별히 밉거나 서운해서는 아니지만
사람다운 노릇도 하지 못하면서 끝없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지속되는 생명과 살림인데 굳이 오래 끌어야 하나 싶습니다.
하나님의 이름에도 무슨 보탬이 안 되고 오히려 안믿는 형제 친구들에게
조롱거리나 되기 직전인 상태니...
늘 아이들이 마음에 걸렸지만 이제 적응도 되고
우리가 열심히 버티며 신앙을 붙들고 유지하는 것도 인정할 정도는 되니
그리 마음에 걸리지는 않을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저도 하나님이 그런 보증을 보이게 해주시지 않을거라 압니다.
그저 해보는 투정에 불과하지요.
아침 밥도 못 먹고 24시간짜리 고단백 영양주사를 퉁퉁부은 팔에 꽂으면서
저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높은뜻 숭의교회 목사님 말씀처럼 내 목숨이 어디 내껀가요?
알아서 하세요! 라고 맡기고 편하게 마음먹자. 그렇게...
변을 처리한 기저귀를 봉지에 싸서 들고 수거통에 버리러 가는데
전의 그 집사님이 묻습니다.
‘뭐예요?’
‘이거요? 자세히 말해야 되요? ZZ'
그제야 눈치 챈 그 집사님이 ‘아~’ 하고 빠르게 사라지십니다.
속으로 킥킥 웃으며 버리는데 예전 생각이 떠오릅니다.
재작년인가 너무 장의 마비가 심해 약도 안듣고 관장도 안되면서
배속에 가스가 계속 차서 자주 방사선 사진을 찍을 때였습니다.
‘제발 오줌 똥 다 치워 줄테니 내보내기만 해주라!’
정말 그때는 그랬습니다. 기저귀를 차고라도 변을 자연으로 보는 분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그때는 그게 소원이었는데, 지금 이렇게 쉴 새없이 나오니
이제는 그만 좀 나왔으면 하고 소원이 또 바뀝니다.
누워만 있을 땐 앉기만 했으면!
앉을 만 하니 일어서기만 했으면...
그렇게 사람은 끝없이 이루어진 소원보다는 아직 오지 않은 소원만 쳐다봅니다.
그러니 또 끝없이 자신을 불행하게만 보기 십상이고,
나보다 나은 사람만 눈에 보이니 한없이 불평만 하기도 합니다.
두 아들이 동시에 군대에 있으니 많이 염려도 됩니다.
더구나 둘째는 어저께 강원도 홍천으로 배치가 되었습니다.
이천이라고 좋아서 감사헌금까지 드렸는데 하루만에 바뀌었습니다.
거짓말하시는 하나님이라고 하루 종일 원망도 해댔습니다.
벌 받을 짓 많이 하는 요즘입니다.
그것만 아니라면 원하던대로 스스로 종료하는 죽음도 아니고
겁나지 않습니다. 비참하고 상처받는 전쟁을 환영한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저도 평화 이 땅에 가득하기를 늘ㅇ 기도합니다.
전쟁의 후유증이 얼마나 사람들을 할퀴는지 너무 많이 묵상했기 때문에!
다만 무슨 일로던 우리가 생명을 마감하고 불려가는 것이 두렵지 않다는 것 뿐입니다.
그래도 남북한의 본격적인 전쟁으로 불려가는건 안되겠지요?
가끔은 하나님을 따르는 한국기독교가 북한에 무력으로 응징하라는
주문을 종종 앞장서서 하는 기사를 보고 참 섬뜩했습니다.
그분들은 정말 하늘나라를 빨리 가고 싶어서 그러시는걸까?
믿음이 그리 좋은 분들인가? 하면서요.
천국을 소원하는 목사님들께 빨리 돌아가시길 기도하겠습니다! 하면
얼굴빛이 확 변하면서 불쾌해하신다는 우스개를 씁쓸하게 들으면서!
많은 고통중에 있는 사람들이 어서 죽고 싶다는 마음이 사라졌으면 하는
간절함을 마음에 담고 전쟁임박! 뉴스를 듣는 소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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