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투병일기

적반하장, 없는 사람은 있는 것도 빼앗겨??

희망으로 2010. 11. 24. 23:39

나와 아내가 있는 병원에 속 좋은 사람이 한명있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이 층층이라 20대부터 60대까지 있다.

그런데 100명이 넘는 사람들 중에 나이를 가리지 않고

모든 세대에 끼는! 환영받는 넘버 쓰리가 있다.

그중에 첫째냐 둘째냐를 가리기는 힘들지만 셋 안에 들어가는 친구가 있다.

자기말로는 늘 만 삼십대라고 우기고 남들은 마흔이라고 몰아부치는 총각이다.

그런데 우리 방에도 거의 날마다 와서 인사하고 간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그 친구를 진짜 이 병원의 원장이라고 부르고

올때마다 회진 오셨네! 그런다.

어쩌다 늦거나 안오는 날은 회진도 안돌고 뭐했냐고 따진다.

 

요 며칠 아내는 탈수증에 체온은 38선을 수시로 넘어갔다 오고

혈압은 장기병원생활에 늙어버렸는지 60을 가랑가랑한다.

어느 날은 한번에 연달아 기저귀 세개를 바꾸며 설사를 해대고

하루에 열번을 갈아 찼다. 그것도 힘이 빠져 침대에 누워서...

게다가 계속 설사를 해대니 피부가 다 헐고 복통에 쓰라림에 힘들어한다.

오늘 내일 여차하면 큰 병원 응급실로 가려고 앰브런스를 예약했다 미루었다 반복하는 중이다.

이제 4일쯤 되니 고비를 넘겼는지 살만해진다.

체온도 더 이상 오르지 않아 이불 세채를 겹겹히 덥고도 오한으로 이를 드드득 부딧치는 밤도 끝났고

진땀으로 부채질에 선풍기 돌리는 한낮의 행사도 멈추었다.

아는 분은 장염에 방광염증이 겹친것 같다고 한다.

면역을 떨어뜨리는 항암제를 계속 쓰는 부작용중 하나란다.

심하면 생명도 위태롭다는데 고비를 넘기는 듯하니 눈물나게 고맙다.

 

며칠 안보인다고 그 총각이 회진을 왔다.

이것 저것 먹을 것을 내놓고 이야기 하다보니 결혼이야기가 나왔다.

왜 결혼을 안하느냐고 묻는 내게 그 친구는 아예 포기를 했단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뜸도 없이 당연하다는 듯...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물어보았다.

먼저 결혼하면 누구나 하는 부부생활이 불가능한데 그걸 견딜수 없고

나들이나 야외 활동도 불편하니 그 결혼생활이 오죽하겠는냐 한다.

그 친구는 이곳 130명이 넘는 환자중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부러운 환자다.

척수 등급 중 아시아 D급이라는 지팡를 잡고 걷기도 하는 정도의 양호한 상태! 

그런 친구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참 마음 아프다.

그러면 다른 총각 처녀들은 어쩌라고...

교통사고의 후유증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그래서 내가 정말 마음만 맞으면 입양도 있고

꼭 나은 자식아니라도 기른 자식도 중하다 그랬다.

다음 말은 더 할말이 없게 만든다.

남들보다 뒤쳐지지 않게 키워야 하는데 아이가 경쟁에서 밀리면 얼마나 힘들겠냐

자기 형편으로는 여러가지가 다 불리하고 힘들다 그런다.

....맞는 말이다. 억지로 갖다 부치지 않고 본다면!

 

나는 아이들 일류가 되라, 돈 많이 벌어야 행복하다,

그런 분위기 안 따르고 아이들 키웠더니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될 정도로 아이들이 좀 자유롭고 좋아하는 일에 잘 빠진다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역시 마음은 안편하다.

그리고 화가 난다.

왜 사람들은 돈 외모 여건 뭐 이런 보이는 것보다

눈에 안보이는 마음 사랑 노력 뭐 이런게 더 값지다 말하면서

눈에 보이는 것들을 잃어버리거나 남보다 뒤떨어지면

한순간에 더 값지다 말하는 가치들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릴까? 하면서...

덜 중요한 것 때문에 더 중요한 것들이 쓰레기통에 쳐박히고

아무 힘도 없고 소용없는 껍데기처럼 대접 받게 된다는게 너무 속상하다.

정말 인간은 그렇게 나약하고 스스로 미련해야만 할까?

문제는 나도 별 다를게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다.

성경에도 있는자는 더 있을 것이고 없는 자는 그 가진 것도 빼앗길것이라고

멀리 길 떠난 주인이 맡긴 렙돈을 받은 종들의 이야기에 나오던데

정말 꼭 그래야하나?

아님 다른 깊은 해석이 있는데 내가 모르는걸까?

 

그 친구를 격려하면서

제발 문은 열어놓고 있어달라 부탁했다.

세상에는 착한 천사도 있고 모양만 따라가는 여자도 있고 그렇다고!

문을 걸어 잠그면 아무도 올 수 없으니

제발 문은 열어놓고 안들어올 사람은 그냥가고

불편해도 들오와보고 싶은 사람은 들어올 수 있게 해야 되는 것 아니냐? 이러면서...

그러나 정말 내가 생각해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쉬운 일만 늘 당연하게 일어나는 세상은 아니길 기원한다.

약한자를 들어서 강한자를 부끄럽게 한다는

이 세상을 지으신 하늘의 그 분을 떠올려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