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날마다 한 생각

더 사는 것과 바로 가는 것의 선택...

희망으로 2010. 8. 12. 06:18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가 죽을 날을 알게되었는데

전심으로 매달리며 병이 낫고 더살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누구도 쉽게 따라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과 호소로 구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병도 낮고

15년을 더살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앞으로 가는 해를

뒤로 십도나 가게하는 약속의 징표도 받으면서...

 

그는 옳게 살았고

부끄러움이 없도록 옷깃을 여미고

사람에게서나 하늘로부터나 손가락질 당하지 않도록

살았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누구든 그처럼 만 살아내고

누구든 그처럼만 애절하게 매달린다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게는 또 다른 생각이 듭니다

굳이 왜 더 살아야만 했을까 하는 궁금함이...

이 세상으로 보내신 이가

이세상을 마치고 데려가시겠다는데

무엇이 더 살아야만 하겠다는 이유가 되었을까요?

그것도 정말 떳떳하다고 말할만큼 잘 살아낸 사람이...

 

저라면 그냥 고맙다고 가고싶습니다.

날마다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고

희망과 절망이 파도처럼 수백번을 밀려오고 가는

이 세상의 삶이 얼마나 아슬아슬한지 돌이켜봅니다.

옳다고 믿는 것을 지키면서

서로 상처주지 않고 떡을 나누듯 마음을 나누며

하늘을 배신하지 않고 산다는게 참으로 힘듭니다.

 

잘못된 생을 용서받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면

그이처럼 벽을 향하여 눈물로라도 연장해야겠지요.

그렇지않다면 언젠가 종지부를 찍을 날을 굳이 미룰 이유가 없습니다.

이 세상을 저주하거나 부정해서가 아닙니다.

사랑하는 자녀도 있고

아름다운 시와 노래도 있으며

산들거리는 고마운바람도 멋진 구름도 있는 세상이

왜 밉기만 하겠습니까

 

기어이 가야만 하는 떠나온 곳이 있는데

미룬다고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끔은 많이 힘들고

설음도 쌓여 돌아가고 싶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부디 남겨 놓고 가는 것들에

하늘에서 보호하고 기뻐하며 함께 해주시기만 한다면

아무것도 아쉬움 없이 이곳을 정리하고 가고 싶습니다.

 

아직 앞쪽에 남아 있는시간들을 떠올려봅니다.

얼마나 되는지 알 수가 없고

그 시간을 알려주었던 선지자도 제겐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 그날이 오리라는 것은 너무 확실합니다.

기쁜 마음으로 그날을 맞을수 있도록

오늘 살아 있는 이유는 그것으로 하겠습니다.

오늘 무엇을 할지도 그것을 기준으로 하겠습니다.

행여 통보가 온다면

준비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로 하고 싶습니다.

 

아! 15년을 더 살았던 그이는

그 기간에 병도 낮고 아이도 낳았지만

좀 바르게 살지 못하고 욕심과 교만에 빠졌습니다.

그것을보고 자란 아들이

하늘에 계신 분이 지독히 싫어하는 일들만 골라했습니다.

다른 우상을 만들고 분노할 일들을 골라 했습니다.

공연히 15년을 더 살아서

본인이나자식,누구에게도 별로 덕될 결과가 못되었습니다.

히스기야와 아들 므낫세처럼 닮지 않고 싶습니다.

 

이것이 오늘 새벽에 바람에 실려온 속삭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