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투병일기

지금은 새벽 2시55분...

희망으로 2009. 12. 2. 03:34

지금은 새벽 2시55분...

 

방광에 심한 세균 감염이 생겨 더이상 소변 주머니를 찰수가 없다는 의사선생님의 선언,

하기는 벌써 소변주머니 신세를 진지가 7개월째,

문제가 생길때도 되었다.

 

저녁먹고 7시30분에 500밀리, 10시30분에 700밀리를 빼냈다.

계속 간호사에게 맡길수가 없는 것이 시간간격이 불규칙해서 더 고단해진다.

그래서 내가직접하기로하고 넬라톤과 위생 장갑을 받았다.

 

보통은 5시간에서 6시간 간격으로 한다는데 집사람은 세시간마다 나를 깨운다.

2시간마다 배게를 옮겨가면서 체위를 바꾸고

그 사이에 통증때문에 땀으로 옷과 시트를 적셔대는 바람에 주무르고 두드리고...

간신히 잠이 들려는데 또 깨운다.

 

'...배가 많이 아파!'

 

손발이 차갑고 식은 땀이 배었다.

얼른 간호사에게 넬라톤 호스와 소독장갑을 받아서 가림막을 치고 작업에 들어갔다.

다 끝나니 2시20분이 좀 넘었다.

소변량은 900밀리, 아플만도 했겠다...

 

자리에 누워 눈을 감아보지만 잠이 오지않는다.

팔다리는 늘어지고 정신은 몽롱한데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렇게 얼마나 버틸수있을까?'

 

벌써 500여일이 다되어가는 병원생활이 끝은 오기는 올까?

두렵다. 체중은 자꾸 빠져나가고

아내의 증상은 점점 미끄럼처럼 한없이 아래로 비탈져내려가기만하는데...

 

'...남들은 다 잠속에 빠져 있겠지?'

 

난 내일도 모레도 그 다음날도, 그다음의 다음 날도 계속 이렇게 살아야할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숨이 턱에까지 헉! 막혀온다.

 

사람들은 힘내라, 혹은 엄살부리지마라 한다.

그러나 정말 내일이 싫다.

제발 내일은 내 일(나의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나빠지는 상태와 바닥없는 수렁같은 생활이 말이다.

 

이렇게 막막하고 지금의 생에 지치면 내가 쓴 시가 떠오른다.

 

 

'...(생략)

돌아가고 싶다.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신다던 시인처럼

몸은 너무 무거워 데려갈수 없다며 가볍게 떠난 어린왕자처럼

예전에 내려온 기억은 없어도 엄마 품 같은 그곳으로...

 

걷고싶다.

깃털처럼 가볍게 봄날 햇빛처럼 따뜻한 길을

마냥 걸어 걸어 고단치도 않고 가벼운 시장끼 같은 상쾌함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구속없이 책임감없이 같이 걷고싶다.

 

그날이 언제일까

이 세상 보내줘서 고맙고

데려가줘서 더욱 고맙다고 엎드려 절하고픈

귀천의 그날이...'

(.하늘로 돌아가는 길' 중에서)

 

...돌아가고싶다.

이렇게 소원하지 않아도 지금 돌아가는 중인지도 모르지만,

점점 축축 늘어지는 몸을 감당 못하는 아내는 가끔씩 눈치를본다.

내가 힘겨워한다고 먹는 것도 줄여서 체중을 늘리지 않겠다고 해서 티걱태걱도 했다.

이제 밤에 깨우는게 미안해서 물도 줄여 먹는다. 나몰래,

이게 하늘로 돌아가는 중이 아니라면 어디로 가는 중이란 말인가...

 

하긴 이 암센터 치료과정이 끝나면 더 병원에 있을 비용도 없다.

 

그러나 정작 심각하게 나를 고민하게 만드는건 따로 있다. 

간병인에게도 못 맡길 아내를 두고 내가 먼저 가는 일이 안생기길 바라는거다.

 

...누가 아랴,

이 세상에 오고 가는 순서는 아무도 모르는것을!

오늘은 어제보다 더 늦은 새벽에 잠이 들지도 모르겠다.

꿈속에서 나를 세상에 보내신 그분을 만나면 물어보아야겠다.

우리 부부가 무엇을 하기를 바라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