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투병일기

병원생활 425일을 넘기면서...

희망으로 2009. 11. 1. 20:32

 

 

2008년 9월 부터 병원 입원생활이 시작되었다.

충주 의료원 응급실에 들어서면서부터...

벌써 해가 바뀌고 또 두달이나 지나간다.

 

병원 복도로 나오라는 의사의 손 신호에 불안해하며 따라가 1차 설명을 듣고

신경과 과장실로 꼭 가족 2명 입회하여 들어오라는 통보에 둘째 아들을 데리고 들어가서

수술도 어렵다는 척수종양 선언에 주저 앉아버리고 싶은 걸음을 참고 나왔던게 벌써 1년이 넘었다.

 

그뒤로 정신도 몸도 다 풍비박산이 되다시피

이리저리 휩쓸려다니며 병원을 전전하기를 열손가락도 넘어버렸다.

어떻게 먹고 어떻게 자면서 그 세월을 넘었는지 돌아보기도 무섭고 길기도하다.

 

이제 조금씩 받아들이고 알아가고

막막하던 바닥난 살림도 조금 추스리고 도움도 받아가며 길을 만들었다.

물론 나을지 안나을지는 누구도 장담할수 없지만 반대로 그래서 희망도 머물 이유가 생긴다.

 

병원 아침 밥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병원 저녁 밥으로 하루를 마치는 생활도 벌써 400일이 넘어간다.

그 시간들을 아이들도 집사람도 나도 다 힘들게 보냈다.

늘어가는 병에 대한 지식, 대처 요령과 반비례로 지쳐가는 몸과 마음들...

 

병원 살림이 계절마다 늘어나고 옷가지도 사계절이 다 차 트렁크 가방마다 뒤섞여있다.

넣었다 꺼냈다 나름대로 맞춰가며 적응해보지만 아쉬운 것들 투성이다.

병원 옮기며 입원 퇴원을 할때마다 보따리 주렁주렁 쌓다보면 피난민이 따로 없다.

 

길어지는 병원 생활에 늘어나는것 말고 줄어드는 것도 있다.

처음에 바짝 관심가지고 보던 친인척 부모 형제들이 다 멀어져간다.

친구도 이웃들도 교회식구들도 그렇게 서서히 뜸해져가고... 한편으론 내가 멀리 가기도한다.

 

요새 새로 들여다봐주는 사람들로 우리는 또 기운을 차린다.

아프기 전에는 생판 모르던 사람들이  들여다보고 위로하고 병문안도 와준다.

김치도 담가서 가져와주고 라면도 사다주고 모금해서 병원비도 보태준다.

 

...언제 우리가 본 적이 있다고, 우리가 받을 업을 쌓은 적이 있다고,

그저 감사하고 나중에 갚자 다짐만 해볼 뿐이다.

지금은 무얼 할 형편이 안되니...

 

요즘 부쩍 마음을 졸이게 하는건 보호자인 내 정신건강상태다.

아무래도 졸라매오던 감정의 허리끈이 늘어졌나보다.

몸살감기첨럼 마음살감기가 들었나보다. 더웠다 추웠다 반복하니...

 

지나가는 창밖의 계절만 느껴도 눈물이나고

흔하던 아내의 핀잔 한마디에도 생선가시처럼 찔리고 걸려 불편하다

공연히 목도 뻐근하고 심장도 답답하다고 불안해온다.

 

그래도 감사할건 감사해야되겠지

오늘은 공기도 물도 밥도 없어도 살지만 그분 없으면 못산다는 안식도 얻었고

지난 주에는 여러분이 다녀가셔서 많이도 사랑 받았던 행복주간이었다.

 

이런저런 모습으로 자기자리에서 열심히 투병하며 희망을 주는 분들도 고맙고

자상하고 준비된 모습으로 치료를 해주시는 지금 병원의 선생님들도 고맙다.

단지 내가 선 자리에서 비틀거리는것만 고쳐진다면 더할 나위 없을텐데...

 

바램은 병원생활이 어서 끝났으면 좋겠고

설사 500일이나 600일 쯤 더 간다 할지라도 이 세상 끝나는 날까지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고

열심히 순종하며 사는 중에 우리 두사람 동시에 데려가주신다면 정말 좋겠다! 

 

 

******************( 다시 돌아 가고 싶은 모습들...) *******************

 

    

(아프기 전 해 가족이 같이 산에 올라 즐겁던 시절...)

 

 

 

(발병 한달 전 큰아이 대학 입학을 축하하러 가서...2008년 봄)

 

 

(20일전 딸아이 나눔이가 3관왕을 한 전국양궁대회 응원을 가서..2008년 4월)

 

 

(발병 후 청주 산성을 절룩거리며 딸과 올라서...입원 한달 전 2008년 8월)

 

 

 

(거의 400일을 넘게 입고 지내는 환자복 차림의 모습...)

 

 

(김치도 담가 주시고 병원도 알아봐 주시는 강이사님과 정간호사님의 병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