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그립습니다!
어저께는 갑자기 옛적에 적었던 일기가 보고 싶었습니다.
혼자 세상을 떠돌던 20대의 어느 날들에 끄적거린...
보고 나니 참 쑥스러웠습니다.
그때는 왜 그렇게 실없는 말들을 많이도 했는지.
온통 비장하기도 하고
세상 고민은 혼자 다 짊어진 사람 같았습니다.
시간이 좀 늦어 머리가 아파 마당으로 나갔습니다.
"아!~~"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달빛이 너무도 밝았습니다.
희다 못해 파르스름한 달빛에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신음처럼 흘러나왔습니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아도 아무도 없었습니다.
"왜 아무도 없지?"
"...하긴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에 누가 있겠어..."
문득 서러움이 복받쳐 오름을 느꼈습니다.
예전에 스무살이 좀 넘은 나이에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해 새벽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들길로 산으로 헤메고 다니던 그 달빛과 똑 같았습니다.
지금은 온 아파트 천지로 들어선 상계동에 살 때입니다.
수락산 계곡을 따라 산을 마구 달리다 풀밭에 엎어져
통곡을 하고 온 적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마흔이 넘었는데 ..."
그때처럼 외로음을 달랠 수는 없습니다.
그때 스무살에 일기장에 쏟아붙던 언어들을
오늘에 반복하기엔 염치가 너무 많이 늘었습니다.
"잘 살아야지!"
"굳세게 ..., 이제는 좀 듬직하게 살아야지!"
"그리고 할 말 못할 말 다하며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할 수는 없지"
그러나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오늘도 아이들에게 나도 못하는 원칙을 강요하고
일터에서 동료들에게 사람답게 사는 기준을 외쳤습니다.
용감하게도...
다른 사람들에겐 희망에 찬 '좋은 생각'을
예쁘게 포장해서 보여주면서도 나는 수시로 절망합니다.
"그래! 좀 솔직해보자.
분에 넘치게 한 말들과 지나친 엄살들을 돌려보내자!"
늘상 도를 넘을 때마다 누군가 뒤통수에서 씨익! 웃는 같았습니다.
허한 마음을 달래려
사사로운 재미나 소란스러움으로 하루를 지탱할 때면
"너 그러다 또 어느 날 땅을 칠걸..."
하면서 안되었다는 듯 쳐다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두렵습니다.
그 숱한 시행착오와
지나쳤던 말들과
오기와 만용들을 다 돌려보내고 나면
마흔 넘은 이 나이에 남는 것이
풀썩 주저앉는 먼지 뿐이면 어떻게 합니까?
나를 하늘 이라고 믿고 사는 아이들과
집이라도 메고 다닐 만큼 기운 있을거라고
기대고 사는 아내는...
이런 날엔 정말 그립습니다.
"오늘은 희망!"을 가지라고 말해줄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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