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그립습니다!' 라고 해놓고 보니...
친구가 그립다고 해 놓고보니
나는 정말 친구가 하나도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아주 힘들어 할 때 도움을 청하면 와줄 사람이 누굴까?
아는 사람은 많지만 두 번 세 번 생각해보니 서너명쯤은 있네요.
오늘은 그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회상해볼까 합니다.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이해관계 때문에
마음속까지 털어놓고 사귀기가 힘들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결혼하고 신혼시절에 가까운 곳에 그 사람이 살았습니다.
차로 15분 정도니 아주 가깝니는 않네요.
그런데 그때 매일 아침저녁으로 자가용 운전기사처럼
집앞에서 회사까지 출퇴근을 시켜준 '애림이 아빠'가 생각납니다.
나이도 나보다 4살인가 많은데도 한번도 말을 놓지 않고
꼬박 존대말로 대해주어서 가끔은 민망하기도 했지요.
직급이 조금 위라고 호칭을 꼭 붙여서 불러주었습니다.
한번은 회사에서 여직원들이 재미로 남자직원들 인기투표를 했는데
'애림이아빠'가 압승으로 1등을 했습니다.
사실 사장이랑 이사들은 업무능력이 딴사람보다 못하다고
승진도 늦게 시켜주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직원들에겐 그렇게 인기가 좋을 줄은 몰랐지요.
남의 어려운 일을 내 일처럼 도와주고 다니니 그럴 수 밖에요.
나도 아내가 갑상선기능항진증에 걸려서 목에 수술을 해야만 될 상황에 빠졌을 때
한의사인 매형을 소개시켜주고 신신당부를 해주어서 다행히 수술하지않고 완치가 되었습니다.
그때 서른도 안된 나이에 아내가 목에 칼자국을 가리고 다녀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마음이 무거웠는지 모르는데...
정말 고마웠지요.
이곳 충주로 이사오고도 몇번 전화가 왔는데
아직 한번도 초대를 못했습니다.
언제라도 내가 어렵다고 요청하면
달려와줄 만한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사람은 '보람이아빠'입니다.
(미리 이야기 하지 않아서 실명은 못쓰겠네요)
내가 총각때 만나서 지금까지 오가는 사이이니 오래묵었지요.
79년에 만나서 바로 옆집에 살았지요.
그 친구는 막 군대를 다녀와서 직장을 못구하고 형님집에 얹혀 살았지요.
나는 혼자 자취하며 6-7년째 세상을 떠돌던 아주 외롭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뒤로 이직장 저직장 둘다 떠돌다가 그 친구가 먼저 오래 다닐 직장을 잡았습니다.
나중에 나도 같은 직장에 불러주어서 내 인생에 처음으로 5년이라는 시간을
한 직장에서 보내게되었습니다.
사실 그전엔 1년이 넘는 직장을 한번도 다닌 적이 없으며 살았습니다.
실력도 연줄도 없었고 워낙 떠돌기도 좋아해서였지요.
지금의 아내도 그곳에서 만났으니 잊지 못할 직장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에게 늘 고맙지요.
그 친구가 총각 때 같이 알고 어울리던 여자가 있었습니다.
우리 셋 다 친구 사이였지요.
그런데 그 친구가 여자친구와 속도 추월을 해서 일을 저질렀습니다.
작은 방을 얻어서 살림을 차렸는데 난 툭하면 그 방에서 끼어 잤습니다.
연탄불 꺼졌다 그러고 가서 자고,
심심하다고 동해백주(소주) 한병들고 올라가서 먹고 자고오고...
안가는 날은 그쪽에서 또 불러서 가서 자고...
결국은 나중에 신혼집에 5년을 같이 살았습니다.
나는 총각 신분으로...
그 친구네가 작은 아파트를 전세내었는데 보증금이 모자라 들어갈 수가 없다는 겁니다.
난 그때 혼자 수원에서 자취를 할때입니다.
그러고 꼭 5년을 같이 지내면서 아이들 낳고 키우고 돌보는 일에 함께 했습니다.
사정을 잘모르는 사람들은 오해하기도 쉬운 상황이었습니다.
문간방 세든 사람 정도가 아니고 맨날 붙어 다니고 그 친구가 늦으면 둘이서 장도 보러가고
아이를 내가 안고 마중도 나가고 했으니까요.
88년 내가 결혼하면서 떨어져 나왔지요.
그 뒤로 여러가지 어려움 있을 때마다
이런 저런 도움을 내게 참 많이 주었습니다.
함께 부부들 모임을 10년가까이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그 가정에 어려움이 좀 있지만 여전히 변함없는 소중한 친구입니다.
또 한친구가 있습니다.
나보다 나이는 6살인가 그 이상인가 어리지만 나는 친구로 생각합니다.
어떤 경우는 내가 배울 것이 더 많은 돌 같은 친구입니다.
그래서 그 친구는 별칭이 '돌뿌리'입니다.
아직도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지냅니다.
정말 그 친구를 남편으로 맞는 여자는 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모나 재산이나 뭐 그런 것으로는
요즘 흔히 말하는 1등 신랑감은 분명 아닙니다.
그러나
그의 진실한 생활태도는 딴 세상사람 같습니다.
95년도인가 그 친구와 유럽을 한달정도 같이 다녀왔습니다.
프랑스에서 일주일 머물 때 아주 속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다음 예정지인 영국행이 수포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그 일로 우리를 초대해준 분을 내가 많이 원망했지요.
사실 영국이 가장 중요한 방문 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내 원망을 동조해주고 편들어 주기를 많이 기대했지요.
그런데 끝끝내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장단을 안 맞추더군요.
그때는 왜그리 그게 야속한지...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그 일이 잊혀졌을 때
그 친구가 그때 그렇게 해준 것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갈라지게 하지 않으려고 그런 것이지요.
그 덕분에 그 후로도 우리를 초대해준 분들과 아직도 만날수 있으니까요.
늘 그런 배려를 합니다.
힘든 일은 자기가 다 하면서도 불평없고
남들이 서로 잘지내기를 바라며 중간 역활을 잘해주고...
좋은 책만 나오면 수시로 사와서 안겨줍니다.
어떤 때는 내 혈육의 형제보다 더 진실한 애정을 느낍니다.
정말 좋은 반려자가 있어 함께 지낼수 있게되면 참 좋겠습니다.
오늘은 글이 너무 길어진 것 같습니다.
옛말에 일생에 진실한 친구를 다섯만 얻어도
성공한 인생을 보낸 것이라고 했습니다.
조금 모자라지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모두 좀 멀리 떨어져 있다는
아쉬움만 뺀다면 말입니다.
한가지 두렵고 반성하는 점은
나는 과연 그 친구들에게
참다운 친구로 손꼽히게 살았는지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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