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기 내 안에 머무는 것들

사진일기79 - 비바람이 부는 까닭은?

희망으로 2025. 2. 21. 06:32

‘비바람이 부는 까닭은‘

밤새 비가 내리더니
개울이 맑아졌다
그리고 물흐르는 소리가
건강해졌다.

서쪽 하늘은
먹구름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모든 색이 사라졌다
남은 것은 오직 검고 흰 구름뿐

진실과 현실은
자칫 흑백만 있다
아름답지 않다
중간색들이 사라진 풍경처럼

어느날 둘째 아들은
새벽에 닥친 복통에 못참고
응급실로 가서 수술을 했다.
장유착, 십이지장과 췌장이 꼬였단다.

아내는 꼼짝 못하는 자신이 서러워
이틀째 울기만하고
발목잡힌 나도 아무 것도 못하고
참고 참고 또 참기만 했다

현실은 늘 이렇다
많은 색이 사라진 풍경처럼
좋거나 아님 아주 안좋거나

다시 색을 채워야겠다
비가 그치고 녹음이 짙어지고
그러면 봄은 가버려도
마침내 단풍도 꽃이 될거야.


사진일기79 - ’비바람이 부는 까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