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기도 23 - ’아내의 고맙다는 말… ’
”오늘도 하루 고마워요!“
“뭘 그 정도를 가지고~”
아내는 종종 하루를 마치고 잠들기 직전 불을 끄려고 하면 그렇게 나에게 진짜 마음이 느껴지는 인사를 하곤 한다. 하루동안 세끼 먹을거 챙기고 빨래나 청소도 하고 약이나 과일 간식 등 살림과 간병을 해준 것에 감사를 표한다. 누워서 사는 사람이라 말로만 해야하는 것에 미안해 하기까지 한다. 특히 좀 고역인 화장실 씨름을 한 날에는 더더욱 무게가 실린다.
자주 들어도 인사를 받으면 기분이 참 가벼워지고 어떤 때는 신이 나기도 한다. 뭔가 해낸 것 같은 성취감과 내가 좀 괜찮은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느껴져 자부심이 든든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 날은 맘이 울컥하고 눈물이 핑돈다. 어쩌다 아내가 이러고 살게 되었나 싶어 측은하고 맘이 짠해진다.
’나는 예전에 아내에게 저녁이면 하루 수고해줘서 고맙다고 맘을 담아 말한 적이 있던가?‘ 아무리 더듬어보고 또 기억을 샅샅이 뒤져도 그런 날이 없었다. 너무도 당연한 듯 넘겼고 세명의 아이를 키우느라 얼마나 많은 수고를 할때도 그놈의 꼴랑 직장가서 돈 벌어 온다는 위세로 피곤해… 소리를 달고 살았다. 이 무슨 염치없는 과거였는지 ㅠ
새삼 고맙다는 하루 마감의 감사를 받아보며 얼마나 그 말이 소중하고 위력이 큰지 알게 된다. 고단한 몸과 감정들이 씻은듯 풀리는 효과며 기쁜 자부심을 가진 채 잠에 들어가는 그 평안과 행복한 순간은 돈으로도 살 수 없을 거다. 그걸 모르고 살았다니, 그걸 알아주지 못하며 살았다니… 참 오래도 세월을 낭비했다.
젊어서 만나 같이 늙어가는 부부는 세상의 으뜸가는 복이라더니 그런 것 같다. 별로 말이 없어도 표정만 보아도 뭐가 아쉬운지 뭐가 필요한지 짐작을 하는 사이가 되어 간다. 30년을 넘어가며 점점 말보다 먼저 마음속이 보이고 말보다는 먼저 이해와 행동으로 배려를 할 수 있는 날이 많아진다. 이 또한 다시는 얻기 어려운 오랜 공들여야 얻을 수 있는 복이 아닐까?
세월이 좀 더 가면 누가 먼저 떠나든 이별의 날이 오겠지? 남남에서 부부로 만나 거리를 점점 좁혀오다가 거의 하나가 되었는데 그 자리가 비어버리면 아마 비틀거리고 허전할거다. 반쪽쯤 사라진 몸이든 마음이든 성할리가 없을테니… 너무도 공평하게 모든 인간에게 닥치는 불평도 못할 과정이니 받아들여야겠지? 아무도 모르는 세상에 혼자 처음 온 날처럼 마지막 날에도 아무도 없이 혼자 떠나는 숙명을.
다음 세상은 이전 삶이나 사람, 일들을 기억한다는 말도 있고 전혀 기억 못한다는 말고 있는데 뭐가 맞는지는 모르겠다. 만약 아무 기억도 못한다면 천국과 지옥의 판정은 어떻게 수용할까? 왜 그런지도 모르면서 상과 벌을 받는 입장이 될테니. 만약 기억할 수 있다면 참 다행이겠다. 이 땅을 사는 동안 행복하고 감사했던 많은 사람과 순간들을 기억한다면 분명 다음 세상에서 뿌듯할테니.
그 생각을 하면 이렇게 살다가 잠시 이별의 슬픔과 그리움을 안고 지내는 시간이 괴롭겠지만 충분히 희망을 가지고 참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만날 기대와 설렘도 좋고 다시는 이별이 없는 세상에서 서로 가졌던 고마움과 감사를 지난 이야기로 나누면서 기쁘게 보낼테니 얼마나 좋을까!
경사가 큰 언덕과 산을 넘어설 때 얻는 성취감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지 않는가? 마지막 산이 비록 좀 더 힘들고 길더라도 희망과 믿음이 흔들리지만 않는다면 뭐 기꺼이 참고 넘길 수 있으리라! 그 작은 바탕이 될거라 생각하니 아내의 하루 감사말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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