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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기도 16 - 나를 외롭게 하는 것

희망으로 2022. 6. 30. 00:05

그저 기도 16 - 나를 외롭게 하는 것

‘아…’ 길게 나즈막한 신음을 내보내면서 보았던 영화가 있습니다. 모짜르트 아마데우스! 그 영화를 보며 모짜르트가 아닌 살리에리만 계속 신경이 쓰이고 불편해지는 감정을 떨치지 못하여 괴롭게 시달렸습니다.

모짜르트는 워낙 신동이고 천재적 음악재능을 타고 났고 자유분방 자기 하고 싶은대로 사는 모습에 아예 다른 차원의 사람을 보는 느낌이라 부럽지도 않았고 별다른 감정이입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살리에리는 조금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살리에리는 모짜르트의 놀라운 음악재능에 감탄하며 팬이 되기도하고 가슴이 뛰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인정받는다면 무지 기쁘고 신날 것도 같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모짜르트를 추앙하는 그 칭찬과 박수를 자기도 비슷하게 받을수만 있다면 평생의 자랑이 될 것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마음의 질주가 벽을 만나 멈추고 말았습니다. 심혈을 기울여 작곡한 곡이 그리 큰 관심을 받지 못한 점도 있지만 치명적으로는 모짜르트에게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모짜르트가 즉석에서 자기 곡을 변주곡으로 연주해버렸습니다. 엄청 오래 다듬고 만든 곡을 단번에 그 자리에서…

남들에게 모짜르트가 받는 시선 비슷한 인정을 받고 싶었던 살리에리는 충격과 좌절에 빠졌습니다. 선의의 짝사랑은 그 크기나 깊이만큼 반대로 가시가 돋고 흑암 비바람으로 변하여 영혼을 뒤흔들며 살리에리를 비참하게 만들었습니다.

널리 알려지고 싶고 인정을 받고싶었던 욕망이 좌절되면서 어쩌면 살리에리가 모짜르트를 살인이라도 했을지 모른다는 의심을 받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최소한 죽음에 몰아넣을 정도로 시기와 질투 혼란에 빠진 것처럼 영화에 표현되었습니다.

남에게 지기싫어서, 혹은 누구보다는 더 유명해지고 인정받고 싶어서 가끔 우리도 무리를 합니다. 많은 영화와 소설, 심지어는 아이들이 보는 만화 애니메이션에서까지 주인공에게 지기 싫어하고 더 유명해지고 싶어한 라이벌이 온갖 조작과 주인공 괴롭히기 조작 모함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러나 대부분 그런 이들은 끝에 가면 패배하고 망하고 벌을 받기도 합니다.

그토록이나 더 유명해지고 인정 받으려는 욕구가 빗나간 행동을 부르고 나중에 더 비참하고 고립되게 하며 감옥을 가거나 모두가 멀리하는 외로움에 몰립니다. 그 비슷한 크고 작은 경험과 실패의 쓰라린 추억들이 남들은 모르지만 나에게도 있습니다. 어쩌면 나만이 아니라 공개하지 않고 홀로 가슴에 담는 많은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비슷한 감정을 느낀 경우가 또 있습니다. 이해인 수녀님은 자기가 다 사용하지 못할 많은 선물이 들어와 종종 그것을 다른 이에게 나누어주는 일상을 산다고 책에서 보았습니다. 가장 어울리고 필요한 누구를 떠올리며 작은 메모라도 포함해 미리 포장해두었다가 즐거운 선물나눔을 한다고.

그 분은 신앙심이 깊고 수녀라는 특별한 삶을 사시니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일반인인 또 한분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상대적으로 나의 욕심과 내놓지 못하는 좁은 마음이 비교되어 슬프기도 했습니다. 그분은 바로 노래하는 피아니스트 노영심씨였습니다. 그분도 이해인 수녀님 못지 않게 비슷한 나눔을 즐기는 성품의 소유자였습니다.

‘노영심의 선물’이라는 책은 물론이고 많은 기부를 한 같은 이름의 음악회도 열었습니다. 그녀의 마음과 노래와 삶은 비슷한 공통점을 가졌습니다. ‘나눔’이라는 내주고 비우는 마음, 성품입니다. 아래는 ‘노영심의 선물’ 책을 설명한 것이지만 사람을 소개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피아니스트 노영심의 선물과 사람, 인생에 관한 맑고 향기로운 이야기.

이 책은 '이런 선물이 좋다'거나 '이런 포장을 해서 주면 좋다'는 식의, 아이디어 제안 실용서는 아니다. 그저 피아니스트 노영심이 자신이 했던 흡족한 선물 45가지를 얘기해줄 뿐이다. 사진도 그녀가 했던 선물의 모양을 짐작해볼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자그맣게 들어가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소중한 사람에게 특별한 날에 뭔가 선물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책이다. 노영심의 선물 이야기를 들으면, 무엇보다도, '선물이란 무엇인가'를 곰곰이 다시 생각해보게 되기 때문이다.

노영심이 말하는 선물은 특별하거나, 비싸거나, 실용적이거나, 예쁜 그런 것들이 아니다. 가수 이문세에게 선물한 코털집게, 여행가는 후배들에게 선물한 필름통으로 만든 양념통, 가수 김창환에게 선물한 책받침을 잘라만든 피크, 한국생활을 새로 시작하는 선배에게 준 비누와 치솔, 항상 앞머리를 제 손으로 자르는 독특한 친구에게 준 이발가위...

이런 선물을 생각해낼 수 있는 것은 선물을 받을 사람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늘 마음에 둔 덕분이라고 그녀는 말해준다. 게다가 그렇게 선물 줄 사람을 생각하며 '무엇이면 기뻐할까'를 열심히 궁리하는 것, 그 자체가 선물하는 사람에게는 커다란 기쁨이라고 말이다.]

나는 이 향기로운 책 노래 삶 앞에서 더 많이 쌓고 싶어 욕심에 늘 붙잡혀 지내는 자기 구속의 민망함을 느낍니다. 이건 이래서 아깝고 이건 하나뿐이라 못주고… 이유를 대며 나눔할 것들이 줄어드는 나를 봅니다. 그나마 막내딸이 종종 용돈을 요구하면서 ‘나를 사랑하는만큼~’ 달라는 수법에 넘어가 주머니를 털기도 합니다. 그 덕분에 자발적 나눔은 아니지만 남들에게는 못받아보는 사랑을 되돌려 받는 경험을 합니다.

이 경험을 누구에게라도, 언제라도 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올까요? 가능할까요? 그래야 쉬지 않고 늘 받아온 하늘의 선물에도 진정한 감사를 하게 되고, 그나마 계속 받을 자격을 갖출텐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