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열개라도 할말 없지만...그러나 하나 더 있다면'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아내가 희귀난치병 진단을 받았을 때도
얼굴 빼고 사지가 마비되어 나무토막 같을 때도
5년만 더 살 수 있게해달라고 빌때도
바닥이 없는 절벽에서 떨어지는 중이라고
슬퍼하고 걱정했지만 적응했습니다
때로는 기적같이 조금 회복되고
더 많은 횟수로 도움받아가며 위기를 넘겼습니다
아이들은 탈선하지 않고 제자리를 지켜주었고
최후의 보루인 내 건강도 늘 경고등 들어와도 버티고
그러니…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습니다
나만 불행하다! 내가 가장 불행하다!
그런 말 입에 담지 못한다는 거 너무 잘 압니다
그런데… 입이 하나 더 있다면
염치불구하고 말 좀 하고 싶습니다.
더구나 이런 봄이 오면 더 그렇습니다
‘힘들어… 지겨워! 미치겠다!’ 라고
자다가도 눈 비비고 두 번 세번 일어나 소변빼고
좀 쉬고 싶으면 배변 씨름하러 화장실가서
때로는 기절하고 드러눕고 녹초되어 돌아오고
그 사이로 세끼 밥 먹여야 약을 먹일 수 있고
항생제 부작용으로 속 뒤집어지고
끊으면 방광염 몸살 감기 통증 줄줄이 오고…
어쩌라고? 창밖은 따스한 봄바람 불며 지나고
산 언저리 둑마다 개나리 벚꽃 피어나는데
놀러는 고사하고 숨이라도 쉬었으면…
이 봄은 더 우울해지고 미칠 것만 같습니다
입 열개라도 불평 원망 닫고 감사만 하고 살겠는데
입 하나만 더 주신다면, 허락 해준다면
‘나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요? 미치겠어요 ㅠ’
라고 하소연 한 번은 하고 싶어요
날이 갈수록 환자는 기운이 줄고 상태는 안좋은데
계절은 맑을수록 슬퍼지는 시간이 길어지고
꽃피는 이런 봄날에는 더더욱…
(장기 환자를 돌보며 사는 가족들이 자꾸 어른거려… 맘이 아픕니다. 재판도 없이 내려진 무기징역같은 삶으로 발목잡히고 사는 숱한 사람들이 안타까워서..ㅠㅠ 이 봄날이 얼마나 밉고 지겨울지 생각보다 더 빠르게 가슴으로 몰려옵니다. 마치 칼 든 강도같이 쳐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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