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불면, 혼자를 감당못하는 순간

희망으로 2022. 1. 15. 05:36

‘불면, 혼자를 감당못하는 순간’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공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시간들
적막함이 싫다
고요함이 너무 무겁다
한밤중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씨름 또 씨름들…

어느 어두운 구석에서 꾸역꾸역 기어나오는
빈 공간을 채우는 불길한 상상들
벌레 소리 하나없는 시간들을 메꾸는
불안한 미래에 대한 예감들
그게 너무 싫어 집안 어딘가의
불 하나를 켠다
침묵은 긴 팔들이 여럿 달려있어
내 목을 졸라댄다
그게 무서워 아무도 안보는 티비를
작은 소리로 켜둔다

잠들었던 아픈 아내가 깨어
나를 부른다
‘여보, 나 소변…’
아! 해와달이 된 오누이에 나오는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처럼 반갑다
불면의 지옥에 열린 탈출문 
누군가 나를 부르고 필요로 한다는 것은
로또 따위는 비교도 안되는 
고맙고 눈물겨운 은총이다
생명을 살리는 자비다
심연의 외로움과 불면에 시달려본 사람만 
감지덕지 경험하는 이 감동의 순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