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흐린 하늘에 편지를 씁니다

희망으로 2021. 8. 29. 08:58

 

<흐린 하늘에 편지를 씁니다>

 

“나… 집에 가고 싶어 ㅠㅠ”

“많이 힘들어?”

“자꾸 우울해지고 울고 싶어져”

“…. 어쩌냐”

 

아내가 맘이 안정이 안되고 자꾸 가라앉는 기분 때문에 힘들어 합니다. 울상이 되어 눈물이 금방이라도 뚝뚝 떨어질 것만 같습니다.

그 말을 들은 나도 무거워지고 종일 그 말을 하던 아내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이대로는 오래 못 가 병원을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하기는 아내가 13년이라는 긴 병원생활을 참 오래 잘 견뎠습니다. 불쑥 터지는 서러움과 비참함을 꾹꾹 누르며 나나 아이들에게 내색하지않으려 많이 노력했다는 거 압니다. 그래도 못견디고 가끔은 오열을 꺽꺽 삼키며 입을 피가 나도록 깨물며 커튼으로 가리고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울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무 방법이 없이 찢어지는 내 맘은 며칠씩 앓이를 하곤 했습니다.

 

병원에서 알림 카톡이 왔습니다. 

 

[<접촉면회안내>

[Web발신]

[씨엔씨재활요양병원] 

☆ 코로나19 지침 변경에 따른 요양병원 접촉면회 관련사항 안내 ☆

▶ 접촉면회 대상 : 백신2차 접종 후 2주 경과한 환자와 보호자.

※ 면회객의 경우 *예방접종증명서(**전자증명서 포함)를 반드시 제시 확인후 가능

▶ 접촉면회 불가대상 : 환자, 보호자 모두 백신 미접종자(1차만 접종한 경우도 포함) 

※ 접촉면회 대상이 아닐 경우, 기존 비접촉면회와 동일하게 진행

▶ 접촉면회 시행일 : 2021.07.01.(목요일)~ 종료시까지

▶ 면회는 사전예약제 운영으로 평일 주1회, 주말은 2주에 1번 예약가능

(시간:월~일 10시,11시,14시,15시,16시)

▶ 면회 예약시 동시에 여러날짜 예약은 불가하며, 예약한 면회를 진행후 다시 예약이 가능

▶ 면회는 환자의 가족에 한해서만 가능하며, 면회시간은 20분 진행

 

★★★ 예약방법 ★★★

▷ 문자접수(010-7721-8114) 또는 전화접수(043-239-8114)

▷ 예약접수 시작일 : 2021.06.21.(월)~

※ 예약시 날짜와 시간은 치료시간 관계로 변경될수 있습니다.

 

기타 자세한 내용은 043) 239-8114 (내선번호2번) 원무과로 업무시간(평일:09:00~18:00, 토요일 09:00~13:00)에 문의부탁드립니다.]

 

코로나 백신을 맞으면서 가족이나 친구 면회를 기대하던 중인데… 아직은 자격이 안된다는 내용입니다. 아내는 두 번 맞았지만 보호자인 나는 한 번만 맞았기에 대면 면회는 안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2차까지 맞고도 15일이 지나야하니 계산해보면 거의 추석 때 쯤 가능합니다. 아내의 우울증이 더 깊어지는 원인에는 가족도 보지 못하는 이 코로나 사태도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물론 면회가 되어도 긴 투병의 지겨움과 시간과 비례해 당연히(?) 나빠지는 하향곡선에 의욕을 상실해가는 원천적인 이유가 더 큽니다.

 

“죽어도 병원에 못 있을 거 같으면 한 번 더 말해줘! 나가도록 할게…”

“죽을만큼?…ㅠ”

“아니, 나간다고 꼭 죽는 것도 아니니 내가 준비할 며칠 정도만 시간을 주면 집으로 갈 수 있다는 거지”

 

아무래도 여러가지 점검을 해보고 집으로 가서 살 준비를 해야할지도 모릅니다. 자주 닥치는 통증과 컨디션 난조를 의사선생님과 간호사실에서 대처해주던 역할을 제가 해야하는 부담이 가장 큽니다. 또 없어지는 재활치료의 공백을 내가 채워야하는 전문적 지식과 시간과 체력도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병원에서 부담해주던 의료약품과 건강보험으로 지급해주던 넬라톤카테터 소변용품도 직접 사야 합니다. 가정집까지 지원하지는 않기에. 매번 끼니때마다 받아서 먹고 내놓으면 끝나던 식사도 식단도 내게는 만만치 않은 언덕입니다.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음식조리 실력이 바닥인 내게 이 문제는 큰 담벼락같습니다. ㅠ

 

그래도… 여러 문제가 내 머리를 아프게해도 사람이 살고 봐야합니다. 자꾸만 항우울증약을 늘려만 가는 방법은 상책이 아닙니다. 그래서 마음의 준비와 홈 간병준비, 생활준비를 생각해보려 합니다. 그늘처럼 따라붙는 염려 하나는 집에서 다른 사람을 종일 못보고 지내면서 생길 또 다른 우울증입니다. 또 하나는 집생활 하며 누워지내는 환자의 특성상 반드시 오는 운동부족과 빠른 체력 근력의 퇴행입니다. 내가 어떻게 대처를 할 수 있을지… 

 

또 다른 길로 들어가고 새로운 산을 넘는 것은 인생의 필연입니다. 늘 아는 길 익숙한 장소에서만 살 수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기대나 미처 예상못한 장점과 소득도 생길 수도 있구요. 다만 비용과 체력 감당의 무게가 늘어나는 것은 순전히 제 몫인데 잘 할수 있을지…

 

하늘이 많이 흐리고 며칠 비가 올 것 같다는 예보입니다. 병원 옥상에서 걷다가 잠시 쉬면서 이 글을 씁니다. 날씨가 내 맘 같고 우리 가정의 상태와 닮았다는 느낌입니다. 저 하늘 위에는 지금도 밝은 햇살이 있을텐데…

 

‘하나님, 지금 여기까지 데려오셨으니…

버린 자식처럼 외면하지 않으실거지요? 

남은 여행도 잘 부탁합니다! 

몇번째 자식인지 모르지만… 아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