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에 상처받고, 작은 일에 행복하고...>
“아버지, 보냈어요...”
“어디로?”
“아는 친구에게요”
“그랬구나, 좀 서운하지?”
“예! 안 떨어지려고 울어서 좀...”
그래서인지 둘째 아들의 얼굴이 안좋아보였다.?
아들은 군대를 다녀온 후 취업이 쉽지 않았다
이것 저것 시도 해보는 것도 잘 안풀렸다
제대하며 조금 모아 온 생활비도 떨어지고 있었다
아들은 편의점 심야 풀타임을 꼬박 알바로 일하며 지냈다
그러다 새끼고양이 한마리를 원룸에 데리고 왔다
낮에 잠을 자고 오후에 이것저것 시도해보다 또 근무를 나가고
그런 생활이 아들을 많이 우울하게 만들고 외롭게 했던가보다
그러다 그 생활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어 형과 함께 살기로 했다
작은 집에 얹혀살려니 살림이며 짐을 다 정리해야했다
아들은 그새 정이 든 고양이를 보내고 슬퍼하고
나는 그런 아들을 보면서 슬펐다.
우리는 각자 다른 대상을 보며 슬퍼했지만 이유는 같았다.
능력이 모자라 같이 지내거나 힘이 되지 못한다는 자괴감...
작은 일이지만 상처받은 그날의 감정이 오래 남았다
“나 많이 속상해요...”
“무슨 일인데?”
“아들이 나보고 당신 좀 힘들게 하지말래...”
“당신이 나를 뭘 힘들게 한다고?”
아내가 나에게 무슨 말 끝에 서러움에 받쳐 눈물을 지었다.
문득 아차! 싶은 생각이 났다
아들과 병원밖에서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고단함을 늘어놓았다
그 넉두리속에 나도 모르게 애들 엄마를 흉본게 있었다
운동삼아 나갔다 좀 늦게 들어오거나하면 짜증을 낸다고.
아내는 아들이 아빠편만 들고 자기를 나무라듯 말했다고 울었다
그 서운했던 순간을 나에게 털어 놓으면서 또 눈물 콧물이 터졌다.
정적 아들에게 고자질한 나도 아들도 잊어먹고 있었는데
작아 보이는 그 말이?아내에게만 잊혀지지 않고 상처가 되어 돌아왔다
작은 돌에 맞은 개구리가 다치듯 작은 일에 상처받은 사람도 아프다
그 반대도 있더라.
어느 날 조용한 병실에 갑자기 푸하하하! 큰소리로 웃어 제끼는 아내
깜짝놀란 내가 무슨 일이야? 물으며 살펴보면... 영락없었다.
주로 아내가 좋아하는 유재석과 그 일당들이 모여 수다떠는 토크쇼!
작은 일에 상처받는 사람이라 반대로 그럴 수 있는걸까?
어떤 날은 몸도 아프고 몹시 우울해서 가라 앉았다가도?
해피투게더나 놀면뭐하니 같은 프로그램을 보다가 폭소를 터뜨린다
언제 내가 그랬냐? 하듯, 기가 차고 어이가 없어 나도 웃는다
아내의 혈액형이 O형이라 내가 자주 놀린다. 단순 용감 무지하다고!
금방 잘 잊고 오랜 앙금을 담지 않아 어떤 때는 다툰 후에도 밉다
난 안풀렸는데 좀 전에 싸운 사이 같지 않게 털어버리고 말 걸어와서.
그렇게 단순하고 몰입하는 성격 덕분에 긴 투병도 가능한지도 모른다
“와! 축하 축하~”
“무슨 일이야?”
“드디어 당신 신용불량자 명단에서 해방될 희망이 생겼어!”
내가 스마트폰을 아내에게 보여주며 하이파이브를 청했다.
아내가 희귀난치병이 걸려 초기에 너무 많은 병원비를 쓰면서 빚을 졌다
나중에 집을 팔아 다른 빚은 갚고도 신용카드 빚은 못 갚았다.
한 해 한 해 흐르다가 눈덩이처럼 불어 끝내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두 개의 카드회사중 200만원 좀 넘는 곳은 국민행복기금에서 해결했다
나머지 한 곳은 원금이 580만원 정도인데 십년이 넘어가면서 불었다.
이자만 1200만원, 원금까지 거의 2천만원을 향해 점점 늘어 갔다.
수시로 날아오는 강제집행 경고문, 채무회수회사가 바뀔 때마다?
전화를 걸어와 온갖 법 규정에 안걸릴 말로만 괴롭힘을 해댔다
내가 사정을 설명하고 제발 강제집행이고 압류고 뭐든지 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정말 질긴 고수였다. 밀당을 하며 그냥 끌고만 갔다.
원금이 적어 법적으로 개인파산도 안되고 워크아웃도 안되었다.
그러다... 금년 초 법이 좀 개정되어 신용회복위원회에 호소를 했다.?
그곳에서 나를 대신해 채권사와 협상을 해주었다.
1월 혹한을 무릅쓰고 아내를 데리고 찾아간 신용회복위원회
가능성은 반반이었는데... 석달만에 회신이 왔다.?
이자는 면제해주고 원금만 8년에 걸쳐 매월 갚아 나가는 조건!
아이들에게 빚을 물려주거나 상속포기서를 내는 수치를 피했다.
부모로서 못난 꼴을 아이들에게 보이지 않아도 된다.
4개월만에 드디어 통장에서 자동출금이 되고 그 내용이 찍혔다.
[4월26일- 신용회복1차분 58,600원]
총 96회중 1회, 앞으로 남은 95회...
아... 돈 나가고 빚 갚는 이 시작이 왜 이리 눈물나게 행복할까??
아내와 나는 그 출금된 통장의 한 줄 내용을 보고 또 보며 행복해졌다
이 작은 일이 이루어지기까지 지나간 여러 기억들은 힘들었다.
다 갚도록 8년을 아내나 내가 안죽고 살아낼 수 있을까?
만약 아내가 일이 생긴다면 잔금은 방을 빼서라도 갚을 생각이다
아내를 빚 정리못한 불명예자로 영구히 낙인 찍기 싫으니까.
돌아 보니 우리는 늘 작은 일에 울고 웃으며 살아왔다.
나도 아내도 큰 욕심이 없어서 그랬기도 하고?
한편으론 너무 큰 일은 아예 당연해서 그랬던 것 같다.
가령 반드시 다가올 죽음 이라든가,?
사람을 너무 믿거나 의지하다가 실망하는 거,
그런 당연한 일에는 오히려 초연했던 것 같다
그런데 죽음은 곱게 받는데 사는 과정의 일들에는 목을 맨다
소유나 결핍에도 그렇고 미움이나 친절에도 감정이 요동친다
작은 일에도 상처받고 작은 일에도 행복해 한다
하긴 그 바보같은 희노애락도 없다면 지루해서 어찌 살까?
감사도 원망도 없는 가족들 사이란 상상하면 끔찍하다
아마 사람과 하나님 사이도 그렇게 될거다
천방지축 원망과 감사가 때도 시도 없이 오가지 않는다면
죽고 사는 큰 계약만 지키고 완료! 하며 악수로 끝낼지도...
이해못할 많은 일들과 번잡한 감정을 주신 하나님이 고맙다
그래야 우리가 서로 추억을 가진 소중하고 아름다운 사이가 되고
그래야 긴 날을 회색빛 권태가 아닌 알콩달콩 무지개로 살테니!
2021.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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