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는 것은...>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고 함께 산다는 것은
어느 시인의 말처럼 엄청난 것이다
그에게는 수십년의 과거가 있고
그와 관련된 일과 사람과
죽음과 이후 그 기억과 아픔까지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자녀나 부모, 친구나 동료 등
꼭 부부나 연인이 아니더라도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서로가 만나려면
그 비슷한 수용을 해야만 가능하다
간이나 신장을 이식받는 사람은
꼭 통과해야하는 조건이 있다
이식 받는 사람은 수술과 회복기에
면역력을 최소로 낮은 상태를 유지해야만
다른 사람의 장기를 큰 부작용없이 받아들인다
그 이유가 면역력이 높은 상태에서는
자기 몸에 들어오는 이질적 대상을 적으로 간주하고
죽도록 공격을 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면역력을 낮추는 억제제를 맞고 유지하는데
몸에 암세포나 염증이 있으면 면역력이 높아지면서
충돌이 일어나고 이식수술은 실패한다
그래서 이식받는 사람 몸 검사를 철저히 한다
몸에 아주 작은 암세포나 염증이라도 있으면
실패의 확률이 높아져 시도를 못한다고 한다
이 원리가 어디 신체에만 적용될까?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누군가를 받아들인다는
통과 과정이 아주 비슷하다.
나를 지키려는 경계심 자존심이 너무 높은 면역력처럼
때론 이질적인 상대의 작은 현상까지 모두 거부하면
사랑은 고사하고 도무지 가까워질 수 없다
한몸이 아니라 같이 지내기도 어려울 지경이 될 것이다
그러니 내 속의 암세포나 염증같은 요소도 할수있는대로
미리 고치고 위험도를 낮추거나 다스려야할 것이다.
아주 사소한 일에도 자신의 정체성 존재감을
강렬하게 울타리 치고 공격적으로 내세운다면
남과 어울려 살기는 요원할 것이다
어쩌면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평생 혼자 가진 능력으로만 살 수 있다면
아무 도움도 이식도 없이 살 수 있다면 행운이겠지?
그러나 누구도 알 수 없고 피치 못할 경우도 있다
내게 일어난 질병과 상처를 고치기 위해
때론 이식을 해야하는 것이 어찌 몸에만 해당될까?
개인의 마음도 조직적 관계도 그러할거다
무사히 건강한 다른 장기를 이식해서
위험을 덜고 회생할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인가!
누군가를 만나기 시작하고 적응해서 평안해지려면
어떤 순간은 나의 면역력도 최저로 낮추고
나의 나쁜 암세포와 염증같은 부분도
미리 조심하며 정리할 필요가 있다
부득이 없애지 못하고 안고 산다면
고슴도치들이 사랑하는 지혜라도 배워야 한다
서로를 찌르지 않는 거리를 유지하며
가시를 안전한 방향으로 돌리고
체온을 서로에게 전하려는 최선의 마음이라도...
몸에게서 행복한 생존을 위한 한 수를 배운다
2021.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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