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내일 근심을 하다가 받는 벌

희망으로 2021. 7. 26. 09:32

<내일 근심을 하다가 받는 벌>

 

새벽부터 올무에 걸렸습니다

3시 좀 지난 시간 아내의 호출에 잠깨어

소변을 빼주고 뒷마무리를 하는데

휴지에... 피가 묻어났습니다 ㅠ

아마도 3일만에 보는 배변이 나오지 못해

장갑끼고 손으로 빼다가 상처를 낸 것 같습니다

종종 생기는 일이라 짐작이 갑니다

그런데 이 새벽에 그 일은 심란하게 다가옵니다

여러 생각들을 일으키다가 나를 끌고 갑니다

“이렇게 살다가... 어디서 내 삶은 끝날까?”

아내가 언젠가 세상을 떠나면 내게는 뭐가 남을까?

지친 몸 여기저기 병든 채 가진 것도 없고

유익은 고사하고 한 몸 지탱이나 할수있을까?

서글픈 내일 근심들이 온갖 상상이 되어

낡은 필름처럼 연달아 흐릅니다

그저 붙어있는 생명이 오히려 구차하고 

아이들이나 아는 분들에게 짐이되어

구차하고 외롭게 버틸 날들이 한숨 나오게 합니다

이 쓸데없는... 알면서도 허우적거리는 올무

사탄의 쓴 덫에 걸린 새벽이 나를 뒤척이게 합니다.

 

‘얻어 먹을 힘만 있어도 남을 도울 수 있습니다’

구걸로 먹고살던 최귀동 할아버지는 밥을 얻어 

다리밑에 움직이지도 못하는 다른 거지들에게

귀한 생존의 양식을 전하며 살았지요

그 사연이 신부님에게 알려지고 음성 꽃동네라는 

큰 봉사와 나눔의 사역을 만들었지요

아... 그 사례가 아니었다면

이 새벽의 올무에 허닥이다 슬픈 아침을 맞을 뻔 했네요

늙고 병든 신자들이 무엇으로 생명을 이어가고

무엇으로 감사를 드리며 극단적 고립과 고독에서 벗어날지

아찔한 시달림을 벗어납니다

나이가 더 많아지고 더 무기력해지고

혹 짐덩어리가 되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더라도

남은 숨붙은 몸뚱이를 귀하게 감사로 마치는 

지혜와 밝은 감정을 허락해주시기를 더욱 기도합니다

구차하고 비루할수록 의지하며 어두운 기운과 싸워나갈 

정리가 필요해집니디

따뜻하고 의로운 친구 몇과 건강한 모임도 정말 필요하고

무엇보다 상한 갈대와 꺼져가는 불도 보살피는

하나님의 긍휼과 사랑을 구합니다.

다시 눈덩이처럼 커져서 정신과 치료를 해야하는

비극까지 가지 않게되기를 기도합니다

이런 새벽마다 하나님이 나를 도우시기를...

 

“하나님, 내일 근심에서 벗어나게 도우소서! 아멘!”

 

2021.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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