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힘든 아버지 자리>
마음이 아팠습니다.
늦게 우리의 막내로 태어나준 딸이 너무 소중하고 예뻤습니다.
그래서 늘 힘을 낼 수 있는 에너지 원동력이 되었고
아이를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도 고비도 넘길 수 있었습니다.
그랬던 딸아이가 꼭 가고 싶었고 장학금도 약속받은 미국 단기유학.
필요한 영어 시험 자격과 비용 준비도 다 되었는데...
예상치 못한 재난이 아이 앞길을 막았습니다.
코로나19 전염병이 전 세계를 휩쓸었고 여지없이 미국과 한국,
양쪽 모두에서 심각한 상황으로 진행되자 길이 막히고
마침내 무기한 취소가 되었습니다.
그것이 끝이 아니고 등교 수업도 불가능해 학교가 문을 닫았습니다.
일년내내 집에서 온라인으로만 공부를 해야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받던 생활비와 근로장학금 모두 없어지고
학생들이 좁아진 알바자리를 놓고 경쟁도 치열해져
생활자체가 위기에 빠졌습니다.
딸아이는 안팎으로 실망하고 지쳐서 휴학을 또 해야 했습니다.
그렆다고 마냥 주저앉아 있을 수 없어 부득이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닥친 실망의 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만들어보자고.
그런데... 애쓰고 허리를 졸라매며 노력해보았지만...역부족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된 나는 힘 보태거나 밀어줄 여력이 전혀 없어 슬펐습니다.
어깨가 쳐진 딸아이를 바라보자니 자꾸만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옵니다.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이전 자리에서 일년 늦은 재출발을 하려는
딸을 지켜보려니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가슴이 저며옵니다.
나는 이렇게 무기력한 아버지입니다. 속수무책...
이런 감정이 여러번 있었습니다.
중학교를 마치고 갈 곳 없는 처지라 기숙사 있는 대안고등학교를 가려다
전혀 탈락할거라 생각못했는데 탈락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랬습니다.
카톨릭 운영 학교라 개신교인이 문제도 되었지만 재산없고 직업없이
병든 엄마를 둔 가정이 학비나 년 천만원 넘을 기숙사비 기타 납부할 재정을 염려한
학교쪽에서 성적이 더 낮은 친구는 합격시키고 아이를 탈락시켰습니다.
그때 오랫동안 꺼지는 가슴을 달래며 한이 맺혔습니다.
못나고 자격이 딸리는 아버지를 둔 대가를 딸이 치르는 것 같아서...
한동안 아이 눈치를 보며 그늘진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좀 비싼 겨울 파카를 사주고 돈 걱정에 딸아이를 통곡하게 했던 때와
장염으로 응급실을 가야하는데 곁에서 돌봐줄 수 없어서 또 그랬습니다.
그런 슬픈 일 만날 때마다 그저 바라보면서 남몰래 눈물흘렸습니다.
긴 한숨을 나도 모르게 내쉬며 멍들어가는 가슴을 느껴야 했습니다.
그저 동행하며 울어주기... 그것이 아버지 된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
당사자인 딸이 겪을 감정과 인내와 힘겨움을 짐작만 하면서.
아... 아버지의 자리란 그렇게 말로는 설명이 모자라기도 합니다.
더구나 매번 초능력자처럼 모든 문제를 팡팡 해결해주지 못한다면 더더욱.
문득 육신의 아버지도 이럴진대 영혼의 아버지라면 얼마나 더 할까?
그런 짐작이 들었습니다. 자녀가 그저 실패나 아픈 정도가 아니고
죽을만큼 괴롭거나 외롭고, 실재로 형틀에 매달려 찢어지고 피흘리면?
극심한 불행으로 울부짖다 죽어가는 데 다만 곁을 지키는 아버지라면?
일생을 그렇게 곁을 떠나지 않고 동행하는 것은 정말 대단합니다.
울면서도 외면도 하지않고, 그렇다고 번쩍 구해버리지도 않고 늘 함께 해주기란...
바로 그렇게 하늘의 하나님 아버지가 나에게 해오셨다는 생각이 미치니
미안해지기도 하고 말할수없이 고맙기도 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딸을 곁에서 지켜보는 심정을 알게 되니 그렇습니다.
힘든 순간, 실패와 낙방, 외로움과 방황의 순간들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육신의 아버지인 나는 능력이 모자라 별수없이 감당하고
하나님 아버지는 힘이 있어도 그렇게 하면 서로 망하니 행사하지 않고 참고 당합니다.
사랑 하나가 이렇게 고통과 먼 길을 돌아가는 관계를 만듭니다.
잘익은 김장이나 음식처럼 우리가 시간이 흐른 후에 서로를 이해하며 감사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 날에는 좀 위로가 되고 가벼워질 것 같아서...
딸도 나도 하늘의 아버지도!
* 1년을 애쓰고도 수확없이 다시 돌아가서 출발할 준비를 하는 딸,
잠시 마음을 달래려 거리를 걸었다며 딸이 보내 온 사진
2020.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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