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소원이 무엇이냐?>
멀리 남쪽나라에 계시는 장로님이 물어왔습니다.
교회에서 드리는 삼겹줄 기도회에 우리를 위하여 기도할건데
구체적으로 기도 제목을 좀 달라고 하십니다.
마치 동화속에 나오는 세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요정 느낌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세가지 소원을 뭘로할지.
돈? 건강? 자녀의 성공? 다 필요하고 언제나 필요한 대상입니다.
아내가 아픈 환자건 아니든 평생 필요로 하는 것들입니다.
구체적으로... 그 조건이 걸렸습니다.
돈이라면 5천만원? 5억? 얼마를 할지
건강이라면 감기도 포함해서 무병장수를 빌어야할지
십년 넘게 걷지 못하는 아내가 벌떡 일어나서 걷는 회복을 빌어야할지.
아이들 성공은 도무지 구체적으로가 불가능한 큰 소원입니다.
그래서... 당장 어제 오늘 내가 답답한 문제로 좁혀 보았습니다.
첫째는 소변 배변 신경마비가 해결되면 살겠습니다.
밤낮 3시간 안팎으로 빼야하는 일이 저를 꼼짝을 못하게 합니다.
배변 문제는 아내도 힘들고 저도 중노동에 속하는 일과입니다.
두번째는 자꾸 체력 기운이 바닥나서 보통 4-5일 길면 열흘씩
침대를 지고 재활치료도 못가는 악순환이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그 두가지를 구체적으로 말해놓고 다시 돌아보니
그것이 가장 나를 두렵고 슬프고 무겁게 하는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내 마음을 찢어 놓듯 아프게하는 상황은 따로 있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이 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살고 나이가 들어가면
점점 연약해지고 힘이 없어지고 온갖 병이 걸린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러면서도 지금 하루하루를 의욕을 가지고 무엇인가를 하면서 삽니다.
그 평정심, 그 심리적 안정이 꼭 필요합니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아무리 부자거나 지금 건강하거나 자녀들이 성공하여 경사를 알려와도
그게 무슨 소용 있을까요? 사는 게 기쁠 수 없고 감사할 수 없는데...
그래서 소원을 접고 순서를 바꾸었습니다.
앞의 두가지보다 더 간절한 소원이 의욕을 잃지 않고 우울하지 않게
이 투병을 해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 부탁드렸습니다.
아프거나 안아프거나, 부자거나 가난하거나 그것을 뛰어 넘어
누구나 오늘 지금 의욕을 가지고 평안한 마음으로 살 수 있어야 합니다.
늘 우리 가정을 위해 기도해주시는 남쪽나라 장로님이 보내주신
기도예배 동영상을 보는데 설교목사님이 그러십니다.
복을 받거나 안받거나 늘 한결같을 수 없을까? 생각해보라고 합니다.
웃시야 왕과 할아버지 왕도 강해지면서 교만하고 태도가 변했는데
요담왕만은 강하거나 약할 때나 변함없어 하나님이 좋아하셨다고
‘헤세드’ 늘 신실한 신앙심, 충성이나 사랑도 변함없기를 강조하십니다.
나의 소원도 아내가 형편이 어떠하든지 변함없이 살아주는 것입니다.
나아지든지 더 나빠지든지 투병의 삶을 이어나갔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수시로 울컥 몰려오는 슬픔과 무기력한 감정때문에 커튼을 가리고
다른 사람들을 신경쓰며 오열을 참고 눈물을 쏟는 아내를 볼때마다,
그런 날마다 도저히 더 견딜수없어지는 참담한 내 마음은 너무 힘듭니다.
그 하나만 덜어주셔도 이 찌그러지고 버림받은 것 같은 구차한 삶도
하루하루 버티고 살아보겠습니다. 때론 감사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요...
세가지 소원 때문에 아내가 언제 가장 힘든지, 무엇을 가장 필요로 하는지
거울을 앞에 놓고 보듯 분명히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아내도 한때는 목련같은 인생의 봄날, 꽃 같이 건강하고 젊은 날이 있었습니다.
202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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