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참 예쁘다>
아내의 컨디션이 또 내리막을 달리고 체력이 딸려 힘든가보다.
머리만 감아도 지치고 화장실을 다녀와도 지쳐 뻗고 만다.
그래서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해 치료 하나를 또 빼먹고...
맘대로 안되는 몸이 미운지 울컥 속 상한 말을 내뱉는다.
비관이 섞인 그 말을 듣다가 나도 그만 짜증을 내고 말았다.
“난 뭐 자꾸 땅 파면 돈 나오듯 힘 나는 사람이야?
당신이 그러면 나도 맥빠지고 기운이 없어진단 말이야!”
말 던지고 도망가듯 쓰레기통을 들고 나가 비우고 손씻고 돌아오는데
아내는 눈물이 그렁거리며 울고 있었다.
또 미안하다 빌었다. 그리고 잘 버티고 건강유지해서
나중에 아이들 좋은 일 있을 때 같이 축하해주고
막내딸 혹시 결혼하면 그 날 꼭 자리 채워주자고 의욕 돋우며 달랬다.
그리고 간신히 오후 마지막 재활치료 하나를 데려다주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별로 넓지 않은 옥상 마당을 뱅뱅 돌며 걸었다.
그것도 운동이라고 핑계대며 걷지만 사실은 몸 운동보다 마음 운동이다.
스트레스를 털어내며 햇빛에 말리는 꼭 필요한 운동.
‘가을은 참 예쁘다
하루 하루가...
가을은 참 예쁘다
파란 하늘이...’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노랫말 하나가 가슴 찡하게 맑고 위로가 된다.
목소리도 아이들이 동요를 부르듯 순수하고 기교없어서 더 좋다.
박강수님이 작곡작사 노래한 ‘가을은 참 예쁘다’ 라는 곡이다
노래들으며 올려 본 하늘이 정말 파랗다. 손톱만한 구름 한조각도 없는!
누가 깨끗하게 쓸고 치운 운동장이나 고요한 호수같이 푸르다.
사진 하나를 찍었다. 길게 파노라마 방식이라나 그런 걸로.
하늘을 마냥 바라보다가 자꾸 미안해졌다.
요근래 막내딸은 작지만 간단한 수술을 하고 환자복을 입고
혼자서 입원했다가 퇴원해서 외래로 병원을 다니는 중이다.
아내는 아픈 아이 곁에서 도움이 되지 못해서 그것도 울먹였다.
나도 대학병원을 한 주 건너 두번이나 검사를 받고 약을 먹고
또 검사를 받고 조심하라는 진단을 받고왔다.
그 마음들이 바닥에 굳어진 앙금처럼 남아 나도 모르게 나간것 같다.
‘어? 어떻게 올라왔어요!’
아내 담당 재활치료선생님이 아내를 휠체어에 태우고 옥상으로 왔다.
시간이 다 되어 치료실로 내려가려고 막 움직이는 순간에.
일부러 햇빛도 보고 남은 걷기 훈련을 시킨다고 워커까지 챙겨서 왔다.
잠시 후 둘이 조금 더 있다가 내려간다고 선생님 먼저 보내드렸다.
아내에게 하늘 사진도 보여주고 참 맑고 따가운 가을 햇빛을 쪼였다.
“저렇게 파란 하늘도 밤낮, 일년내내 똑같으면 재미없겠지?
지루하고 단조로워 차라리 구름이 변화무쌍한 하늘을 더 좋아하겠지?”
아내는 내 말에 동의하며 좋은 날이 계속되면 사막이 된다고 대답했다.
정말 그렇다. 하늘만 그런 거 아니고 사람 사는 일상도 그럴거 같다.
파란만장하고 오르고 내리며 맑은 날 흐린 날 지나가야 지루하지 않을 거다.
감사한 날이 어떤 것인지 알고 슬픈 순간 괴로움을 넘기는 인내도 생길 것이다.
상왕사심(常往死心)
시인 김수영은 글 쓰는 책상 옆 달력 한구석에 이 말 넉 자를 써놓았다고 한다.
어느 날 아내 김현경이 그 뜻을 묻자 김수영은 "늘 죽음을 생각하며 살아라, 이런 뜻이지. 늘 죽는다는 생각을 하면, 지금 살아 있는 목숨을 고맙게 생각하고 아름답게 살 수 있어."라고 설명해 주었다는 것이다.
얼마 전 기사에서 본 우루과이의 대통령도 생각났다.
프로필에 '농부'라 적는 이 괴짜 대통령은 삶도 말 그대로 ‘무소유’였다.
재임 기간에는 월급의 90%를 기부했고, 관저는 노숙자에게, 별장은 시리아 난민 고아들에게 내주었다. 정작 대통령인 자신은 쓰러져가는 시골 농가에 살며 낡은 차를 직접 몰고 출퇴근했다. 이런 그를 전 세계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정작 그는 이렇게 불리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가난한 것이 아니라 절제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은퇴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수십년간 내 정원에 증오는 심지 않았다. 증오는 어리석은 짓이다. 인생의 큰 교훈이었다”고 말했다. 또 “인생에서 성공은 승리가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일어나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주 힘들고 괴로운 순간들이 날마다 나를 스치는 바람처럼 지나간다.
아침이면 뜨고 저녁이면 변함없이 지는 태양처럼 단 하루도 건너 뛰는 날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 간다. 그 많은 우여곡절과 변화무쌍한 심정의 굴곡들을.
때로 절망하고 때로 기뻐 환희에 젖고 속절없이 연약해보이게 오르내린다.
그럼에도 오늘도 다시 확인한다. 늘 흔들리고 잊어먹기도 하지만.
곳간을 채운 부자의 든든한 환상을 ‘오늘 밤 너를 데려가면...’ 말로 깬 하나님과
비루한 삶을 살았지만 평안하고 결국 하나님 품에 안긴 나사로도 떠올리면서...
‘날 버리고 포기한 것은 불행한 순간들이 아니고 마음이더라.
마음 하나 다시 돌려 먹으면 잃어버린 희망 감사 기쁨이 다 돌아오고
오늘을 살 수 있는 힘도 다시 생기더라는 사실!’
가을은 참 예쁘다! 하나님이 만드신 가을이라~
나는 가을이 참 좋다! 하나님이 늘 같이 계셔주셔서~
2020.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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