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누구도 모르는 시간, 누구도 모르는 것들

희망으로 2020. 9. 5. 08:43

<누구도 모르는 시간, 누구도 모르는 것들>

 

이럴 줄 몰랐다.

예정대로고 원하던 계획대로면 딸아이는 지금 이 시간 미국 UCLA대학에 단기유학중일 거다. 울산과학기술원 유니스트에 입학당시 받은 해외장학금 500만원에 조금 경비를 보태고 자격시험 토익과 토플 점수도 통과했으니 별 일 없었다면 지금쯤 그곳에서 머물며 공부도 하고 문화도 경험중일 시간이다.

 

그러나... 세계 어떤 나라도 예상못한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은 모든 것을 휘저어버렸다. 미국 단기유학이 무산돤 것에 끝나지 않고 학교 등교조차 못하는 우울한 상황이 되었다. 1년은 그렇게 지내야하고 더 심각한 것은 도무지 언제 이 괴로운 상황이 종료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지 아무도 장담을 못한다는 점이다.

 

어저께 어느 신문기사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는 경쟁률이 나왔다. 무려 200대 1이나 된 경우도 있었고 필요한 만큼 일하고 생활비 학비를 보탤 일자리를 못구해서 낭패를 겪는 숱한 학생들의 사정이 딱하게 실렸었다. 우리 아이도 다를 바 없다. 학교 등교를 못하니 학교에서 제공하던 근로장학 일이 다 중단되었고 주 2-3번 나가던 외부 카페 알바도 없어졌다. 워낙 경기가 나빠지니 주인이 직접 일하고 아예 구하지 않는다. 

 

학교생활도 재미가 없어졌다. 등교를 못하고 친구도 못보며 종일 방에서 컴퓨터로 공부하고 숙제를 제출하는 대학생활, 그것도 졸업하는 마지막 학기라니... 아이는 안팎으로 짖눌려 결국 본의아니게 휴학을 하고말았다. 그렇다고 생활이나 세월이 만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방황하고 은둔해서 해결 될 일도 아니다. 미국유학이 날라간 건 말도 꺼내지 못할 호사다. 생존과 미래를 걱정해야하는 판국이니.

 

언젠가 이런 기분을 나도 겪었던 기억이난다. 아내가 처음 희귀난치병이 발병하고 진단을 받았을 때, 암담한 하루하루가 여지없이 빚진 청구서처럼 내 앞에 몰아닥칠 때, 나는 모든 내 인생의 계획이 뒤틀리고 망가지고 사라지는 아득함 속에 새로운 삶에 적응해야했다. 울고 불고 있어도 어느 하나, 어느 문제도 저절로 돌아가지 않으니 다 포기하고 주어지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살아야 했다. 불과 한 해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꿈에도 없었던 날들이었다. 전혀 준비도 안되었는데...

 

아마도 딸아이도 그런 심정일거다. 다른 아이들도, 다른 가정들도, 다른 나라의 사람들도 그럴거다. 내년 이맘때는 또 어떤 상황, 어떤 처지가 되어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누군들 그걸 알까? 때와 장소를 아무도 모르는 것은 예수님의 재림과 심판날만이 아니라 이땅의 삶도 그렇다. 도둑처럼오고 강도처람 할퀴기도 하고 어느 누구에게는 살인자처럼 죽음을 안겨주기도 하니...

 

딸아이는 이런 저런 생각과 계획을 가지고 넘어지지 않고 일어나 움직여본다. 아무 일 없다면 내년 여름 이때는 자기가 원하는 모습으로, 원하는 곳에서 살기를 바라며. 물론 또 다른 바람이 세게 불어와 밀거나 끌고가면 그건 그거대로 또 수정하고 적응해야겠지만... 아이가 그렇게 살아주니 부모된 아내나 나도 주어진 불리한 삶이지만 열심히 최선을 다해 무너지지 않고 살아야겠다. 그러다 힘 부치고 더 이상 안되면 그것도 감사로 받아들일 각오는 이미 하고 사니까. 가다 못가면 할 수 없지. 아예 안가는 것은 배신이다! 그런 마음으로 일기장에 썼다.

 

 

못가는 것과 안가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못하는 것과 안하는 것도, 

못드리는 것과 안드리는 것도 그렇다. 

그러나 겉으로는 똑같아 보이기도 한다.

나와 하나님만 안다.

그 진실과 그 차이는...

그래서 진심과 노력으로 살아야 한다.

다 실패하더라도 안 한 것이 아니고 

못 한거를 아는 분 앞에서...

 

많은 분들이 무지 어려워진 생활조건속에서도 분투하며 마음 달래며 사신다. 잘 사셔서 내년 이맘때는 노력대로 원대로 좋은 날을 맞이하셨으변 좋겠다. 아무도 모르고 누구도 모르는 세상의 시간속에 살아가지만! 천국의 심판은 끝난 결과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과정과 자세도 본다고 하신다. 몇달란트를 벌었냐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주인의 재산을 관리했는가로 악하고 게으름을 판정하셨으니! 그런 하나님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라 조금은 숨이 트인다. 다행이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