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말을 하고 살았다>
병원 옥상에서 잔뜩 흐린 저녁 하늘을 바라보다가 울컥했다.
‘...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살았다.’는 생각이 올라왔다.
언젠가 그런 자책으로 슬펐던 기억과 함께.
꼭 6년 전인 2014년 6월 17일, 그때 그랬다.
5시간이 넘도록 TV에서 월드컵 방송을 돌리고 또 돌리고 있었다.
병실은 나 혼자만의 방이 아니니까 끌 수도,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아예 눈 감고 귀 닫고 지내기로 마음 먹었다.
다른 때라면 나도 보고 또 보고, 응원으로 열 내고 있었을거다.
그런데 딱 두 달 전, 수백명의 떠나버린 가족 때문에 우는 사람들이 있었다.
눈물을 그치지 못하고 밥먹고 자는 것도 미안해하며 괴로운 이들이...
내가 무슨 거창한 뜻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
그들을 떠올리면 자꾸 침몰되고 불편했다. 단지 그것 뿐이다.
축구중계 그걸 보고 안보고가 무슨 옳고 그른거 아니다. 나도 안다.
다만 웃고 기뻐하고 먹고 마시는 동안 한쪽 구석에 웅크린 사람들은
더욱 슬프고 저절로 외면되어지고 잊혀져 버리기 때문이다.
악의가 없는데도 소외되어지는 비극...
10년을 넘기며 병원 병실에 갇혀 지내는 동안 봄이면 괴로웠다.
산수유피는 봄이 올 때마다 봄이 밉고 사람들도 밉고 미워 견딜 수 없었다.
평상시보다 유독 힘든 것은 명절과 휴가철과 단풍시절, 그런 때 였다.
아무도 특별히 나를 미워하지 않는데도 미움받고 있는 그 괴로움.
그래서 그때 그 가족들을 조금은 이해를 했다.
그들이 그때 보낼 상황이 조금은 마음이 아팠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저 말을 아끼고 웃음을 참고, 잠잠히 지내주는 정도라도...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 다 못하는 말을 그저 가슴에 담고
그 월드컵 기간이 지나가기를 묵묵히 지내야겠다고 작은 결심을 했었다.
빌라도앞에서, 십자가 길에서, 죽음에 이르도록
할말을 다 하지 않고 침묵으로 견디신 예수가 생각났다.
여전히 나는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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