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세리는 멀리 서 있고, 난 더 멀리서 웁니다

희망으로 2020. 6. 14. 10:47

<세리는 멀리 서 있고, 난 더 멀리서 웁니다>

 

별이 내 눈에서 멀리 있는 것처럼 

너무 멀리 떠나와서 빈털터리가 된 탕자처럼 

그렇게 내 마음은 아버지 앞에서 멀리 있습니다. 

잘 살 때는 딴 곳에 눈을 팔며 보내고

큰 일이 생길 때만 손내밀었으니 

염치가 없어 앞자리로는 도저히 못가고 

이렇게 멀리 서서 바라봅니다. 

저는 세리보다 더 사랑받으며 살았기에 

세리보다 더 염치가 없어 세리보다 더 뒤에 섭니다. 

 

한 때는 의욕이 넘쳐 일하고 잘되면

그 일을 내가 했다 생색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일이 꼬이고 어려움이 닥치면

가까운 사람들에게 불평과 미움을 쏟았습니다. 

생존이 불투명해지면 의심도 들었습니다. 

그러다 다시 해결되면 또 믿는다고 쫑알거려봅니다. 

몇 번을 다시 돌아오고 하다보니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러 보기 미안합니다. 

제가 밉지요? 제가 못났어요... 

저도 아이들 키우지만 변덕이 잦으면 많이 속상했습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하리이까? 

두 손 들고 하늘을 향하리이까? 

언제 하나님을 빈정거렸냐는 듯 해맑은 표정으로 

힘차게 찬양이라도 하리이까? 

아닌 거 하늘도 아시고 저도 아는 형편에 

다만 가슴을 칩니다. 

차갑게 식은 빵 한 덩어리가 식도에 걸린 듯 

기가 막혀 숨을 내보내기도 들이기도 힘든 듯 

그저 가슴을 쳐봅니다. 

그래도 말 할 수 있는 기운을 주신다면 

아버지께 울먹이며 한 마디 하고 싶습니다. 

아버지 제 기도를 들어주세요! 라고...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옵소서‘   

불쌍히, 그저 불쌍히 여겨주소서! 

한 때는 돈만 있으면 해결 될 것 같았고 

한 때는 실력 있는 의사만 만나면 살 것 같았습니다. 

환자도 의지만 있으면 회복되고 

정성만 다 하면 기적처럼 살아날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가 이 것 저 것 다 무너지고 

하나님 잘못도 아닌데 한숨 푹푹 쉬기도 했습니다. 

달리 무슨 말을 하리이까? 

아버지가 안계시면 천하에 불쌍한 사람이 성도라 하셨지요?

지금 아버지가 계셔도 불쌍한 처지가 되었습니다. 

돌아봐 주소서! 

 

그렇습니다. 

저는 죄인이로소이다. 

그래서 갈 곳도 없고 반겨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고개도 들지 못하고 하늘도 당당히 보지 못합니다. 

빤히 보이는 반복할 성품과 욕심을 모른체 해주시며 

한 번 더 품에 안아주소서. 

이 비 쏟아지는 밤에 날씨 때문에만 추운 것은 아니리니 

맘이 시리고 외롭습니다. 

왔다 갔다 변덕부린 제 지난 기억들 앞에 몸부림치는데

저만치 앞에 세리가 앉아 통곡을 하고 있네요. 

제 맘이 그이보다 더 아프고 민망한데 

세리보다 자격없어 자꾸만 뒤로 뒤로 밀려갑니다. 

이러다 문밖으로 밀려나고 문이 닫히기라도 하면

아픈 아내는? 아직 꿈도 제대로 세우지 못한 아이들은? 

...저는 어쩌라고요. 

저는 죄인이로소이다! 

용서 받고 싶고 기쁜 마음으로 다가가고 싶은 

저는 세리보다 더 멀리서 우는 죄인이로소이다! 

 

[세리는 멀리 서서 감히 눈을 들어 하늘을 보지도 못하고 

다만 가슴을 치며 가로되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옵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하였느니라. - 누가복음 18장 13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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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20개

 nada1026 (2020.05.16 오전 8:01:07)  android

답변

그림과 글이 심금을 울립니다!
뒤켠에서 쑥득거리며 등을 돌리고 있는 군중들 중에 한명이 저 인듯 싶습니다!!

   희망으로 (2020.05.18 오전 6:01:56)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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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어디에 계시지요? ㅎㅎ
숨은 사람 찾기!

 뷰티 (2020.05.16 오전 8:05:23)  android

답변

그 뒤켠 기둥 뒤에 안 보이는데 서 있는 저도 있슴도..
희망으로님..하나님 앞에서 도찐개찐이어라~
그래도 또 힘내 보자구요..

   희망으로 (2020.05.18 오전 6:04:17)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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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기둥 뒤에 꼭꼭 얼굴 감추신 여자분! ^^
저하고 도찐개찐이면... 좀 살이 말라야하는데, 괜찮겠어요? ㅎ

 닛시 (2020.05.16 오전 8:27:31)  PC

답변

눈물이라도 남아 있으면 감사아닐까요?
빗물은 그님의 눈물일까요?
오늘도 눈을 시원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해방은 되셨나요?
맨날 묻기만 하고 대답은 돌아 보지도 않습니다.ㅋㅋ

   희망으로 (2020.05.18 오전 6:04:41)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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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감금중입니다 ㅠ ㅎ

 코오드리 (2020.05.16 오전 9:06:54)  andro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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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서만 흘릴 수 있는 눈물.. 울 수 있는 존재로 만드신 이유가 있을테니 울고 싶을때 실컷 우세요.. 저도 강한척 안할려합니다. 천국 가서야 답을 알 수 있는 문제들이 이 땅에서는 얼마나 많은지요..

   희망으로 (2020.05.18 오전 6:05:30)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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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긴 골든벨 시간이지요?
정답을 알려주는데 7-80년 걸리는 퀴즈대회? ㅎㅎ

 예쁜아줌마 (2020.05.16 오전 11:21:17)  PC

답변

요즘 제마음을 읽으셨군요...어쩌면 저 뒤에 있는 군중일 수도...

   희망으로 (2020.05.18 오전 6:05:58)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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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가장 앞자리로 당당히 나가는 그날까지! ㅎㅎ

 닛시 (2020.05.16 오후 12:26:17)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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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하려고 다시 들렸습니다.ㅎㅎ

   희망으로 (2020.05.18 오전 6:06:21)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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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꾸벅~^^

 venus (2020.05.16 오후 5:50:32)  PC

답변

............



꾸~욱.

   희망으로 (2020.05.18 오전 6:06:57)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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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꾸~~~~~~~~~~~~~~~~~~~벅! ㅋ

 brokenreed (2020.05.16 오후 9:54:31)  andro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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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님...

저도 세리입니다

   희망으로 (2020.05.18 오전 6:07:49)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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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보다 조금 낫네요!
이 글 쓸 때의 제 심정을 기준으로 하면요~^^
반갑습니다! 동지니까요!

 sea of glass (2020.05.17 오전 1:10:43)  android

답변

저는 집사님보다 한발치 더 뒤에서...우울하고 힘든 하루였습니다.
주일은 은혜와 기쁨으로 회복되길 기대합니다.
집사님도 언제나 홧팅.

   희망으로 (2020.05.18 오전 6:08:42)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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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래도 우리는 같은 길을 가는 도반이 맞습니다!
주님의 날을 잘 보내셨는지요?

 김희선 (2020.05.18 오전 9:55:57)  PC

답변

저도 오늘 새벽 아버지만 불렀습니다
제모습도 한심하고 늘 반복하는 실수도 어설픔도 싫고
그렇지만 저는 이모양에서 발전할 가능성도 없고 ㅠㅠ
그냥 불쌍히 여겨주세요 살려주세요 만 ㅠㅠ

그래도 하나님이 아버지셔서 정말 다행이다 했습니다
우리의 부모도 지치고 싫어하여도
우리 하나님 아버지는 또 안아주실테니까
그냥 붙잡습니다

자식이 못나고 또 죄를 지어도
혼자 헤어나오니 못할 구덩이에 울고 있는 것보단
뻔뻔하게 또 도와주세요 하는 것이 천백번 낫지요 부모님은
그래서 또 가슴치며 아버지만 찾습니다

   희망으로 (2020.05.18 오전 10:36:08)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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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으며 산다는 것은
끝없이 거리를 유지하면서 산다는 것과 같은 말 같습니다.
무슨 일이 생기거나 상관없이 멀어지지 않아야 하는 관계로.
설사 못나고 실수하고 죄를 지어도...
품으로 안겨오는 자녀를 한없이 밀어내고 미워하는 부모는 잘 없지요?
사랑하지 않아서 멀어지는 게 아니라
어찌보면 멀어지면서 사랑하지 않게 되는 사랑의법칙 같습니다.
그냥 바라보고 불러보고 붙들고 살아야지요.
비록 기둥 뒤에 숨는 일 있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