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면서 잃는 것과 얻는 것들>
천국은 잠시 머물러도 기쁘고 행복하다. 지옥은 길면 길수록 괴롭고 힘들다. 의학이 발달하여 아픈 사람도 오래 살려놓는다. 그것이 반드시 좋은걸까? 사람답게 하고싶은 일 가고싶은 곳을 가지못하면서 시간만 길게 산다는 것이...
아내가 처음 발병하고는 참 많이도 기도했고 기다렸다. 그저 살려만 달라고, 그리고 제발 낫게해달라고!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런 기도를 하지 않기 시작했다. 반드시 오래 살아야만 하는 것도, 반드시 일어나 걷고 예전처럼 건강해야 한다고 조르지 않는다.
하루를 살던 십년을 살던, 사는 동안 고마웠고 유익했고 너무 슬프지 않게만 지내게 해달라고 빌게 되었다. 특히 통증을 달고 견디는 시간이 많지 않기를 첫째로 빌었다. 그런 삶은 길수록 지옥이니까...
사는 것이 점점 가슴 벅찬 날보다 잔잔한 평화가 더 좋아지고 대상이 사람이든지 물건이든지 혹은 재산이나 명예든지 별 욕심이 안생긴다. 다 소멸될 건데 생각되니 시들 해진다.
다만 이 상태로 아이들과 만나고 입을 여는 것이 종종 미안하다. 완전히 꺼진 불은 아니지만 사그라들고 내려가는 태양같아서 열정으로 사는 아이들에게 의욕을 망치는거 아닌가 싶어서다.
어떻게 하다보니 너무 오래 버텼고, 그 사이 제대로 살지도 못하면서 그렇다고 죽어 썩어 없어지지도 못한 삶이 마른채 미이라가 되어가는 기분이 든다. 좀 서럽고 슬프기도 하다. 어쩌랴, 사람은 환경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니...
바람 한무리가 나를 스쳐지나간다. 등 두드리고 머리 쓰다듬으면서. 흐린 날이라 그런지 시원하다. 병원 건물 밖의 벤치에 앉아 바람을 맞는 이 순간이 평안하다. 아픈 사람 비명도 안들리고 소독약 냄새도 없는 이 장소 이 시간에는 불행도 정지된 느낌이다.
휴식은 이렇게 찾아온다. 다시 들어가서 현실을 받아들이고 견딜 힘을 지금 충전하라고. 하늘의 아버지라는 분이 슬그머니 보내는 은총이다. 고맙지 뭐, 이것도 없으면 마냥 연속되어 얼마나 긴 지옥이 될지 모르니!
“생큐입니다! 오늘도 잊지 않고 버리지 않아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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