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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원수덩어리를 늘리지 않기>

희망으로 2019. 6. 10. 11:18

<세상에 원수덩어리를 늘리지 않기>

필요한 것이 있어서 병원 지하 편의점에 갔다.
올라오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문이 열리고 몇명이 우르르 나왔다.
나오는 사람들을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다 웬수탱이가 없어서!”
어디서든지 마주치면 밉고 밥맛없게 하는 웬수덩어리가 있다면,
그것도 하나 둘 자꾸 늘어나다보면 얼마나 불편할까?
또 크고 작은 새로운 악연을 계속 만들어내기라도 하면...
병원안이든 거리에서든 어디서나 자유롭고
예전 어느 방송국 표어처럼 ‘만나면 반가운 친구’까지는 아니어도
편하게 다닐 수 있어야 좋을거다.
어저께 원수를 만들 뻔 했는데 하나님이 안 그러도록 해주셨다.

아내가 밤 10시가 되어 다시 관이 연결된 담낭에 통증이 심해졌다.
숨을 쉴 수 없도록 맥박의 간격으로 통증이 온다. 
며칠은 하루 3번 마약성 진통주사로 견뎌야 했다가 지금은 일반 주사다.
간호사실로 달려가서 주사를 놓아달라고 요청을 했다.
“알아보고 줄게요. 가서 기다려요!”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건성으로 대답을 한다.
아픈 채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 길다.
5분, 10분, 15분이 되어도 오지도 않고 다른 말도 없다.
다시 갔다. 좀 짜증이 났다. 
“왜 주사를 안줘요? 안된다고 해요?”
돌아온 대답은 엉뚱했다. 의사 처방이 안나는게 아니라
간호사 교대시간이라 못준다고 한다.
“인계가 끝나면 해줄게요 가세요.”
부글 끓고 속상했지만 방법이 없다. 환자가 약자이기도 하고.
그런데... 5분이 지나도 여전히 안온다.
다시 일어나서 싸우러 가려는데 다른 간호사가 왔다. 
진통제 주사를 놓아주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다.
‘진짜 열 받게 한 밉상 간호사는 딴 사람인데 사과는 다른 사람이?’
좀 화가 난다고 말했더니 좀 지나서 다른 간호사가 다시 왔다.
좀 년차가 높은지 아내 담당 간호사인지 그랬다.
“인계 시간에는 환자가 통증도 없어야하고 무조건 기다려야 해요?”
“그건 아닙니다.”
“그 규정 좀 알려주세요. 내일 수간호사에게 항의하고 원무과도 가겠어요!”
“죄송합니다. 그 간호사가 대답을 잘못했어요. 사과드립니다”
“병원 규정을 내가 어떻게 바꾸겠어요. 인계를 10분에 하라던지,
중간에라도 오라던지 그런거 못하지요. 
내가 화나고 속상하는 건 성의를 가지고 정확하게 말해주라는 거지요.
인계시간은 부득이 20분(혹은 30분) 기다려주셔야합니다! 
그러면 내가 기다리지 무슨 수가 있어요? 
근데 왜 처음에는 처방여부를 알아본다고 보내고, 15분이나 걸리지도 않는걸
알려주지도 않고 다시 가니 이제는 인계해야해서 못준다하고! 
아픈 사람은 1분도 힘든데 미리 말해주면 참기도 쉽잖아요?
뭔 이런 무심하고 한심한 대응을 해요? 화나고 속터지게 하잖아요!”
그리고 그 간호사의 이름을 물었다. 
직접 면상에 삿대질에 욕을 퍼부으면 다른 사람도 지장있고
다음날 정식으로 수간호사에게 항의를 하겠다고 이름을 확인했다.

다음날, 새벽에 이상하게 꿈처럼 목수 요셉이 어른거렸다.
정혼자 마리아가 자기도 모르게 임신해서 복잡해진 마음에 고민하는 요셉.
결국 돌 맞아 죽도록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파혼하지 않고
조용히 분노와 섭섭함을 안으로 삭이고 넘어가기로 작정하는 요셉의 마음이.
“참, 한심하네. 내 그릇이... 요셉은 그 억울하고 분통터지는 일도 덮고 
조용히 정리하려고 했는데 난 쩨쩨하게 이런 작은 일로 원수를 만드려고 벼른다니...”
아내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웃는다. 내가 우스워보였나? 
수간호사실 문앞에까지 갔다가 돌아서고 결국 안하기로 작정을 했다.

“어디 가셨어요? 두번이나 왔었는데 안계셔서!”
수간호사가 우리 병실로 찾아왔다. 
다른 간호사에게 상세한 내용을 다 듣고 왔다면서.
“그건 고자질인데요? 그러면 안되는데...
그리고 저 아무 항의도 안하기로 했어요. 아내가 안하기를 바라기도 하고요.”
수간호사님은 웃으면서 고자질을 한건 아니고 좋은 마음으로 보고를 했단다.
미안하다는 사과를 몇번이나 하면서 교육을 해서 고치겠다고 하신다.
주먹쥐고 욕던지고 싸우지 않은 것도, 차분하지만 소심한 복수도 다 그만두었는데
일은 잘 해결되고 속상하던 내 마음도 풀렸다.
해코지를 그 간호사에게 하지않고 이름도 일러바치지 않고도.
다만 아픈 환자나 고단한 보호자들이 속상하지 않도록 좀 부탁했다.

그 일이 있고 얼굴 마주치거나 엘리베이터 안에 같이 타게 되는 경우
그 간호사를 만나면 최악으로 불편할뻔했는데 자유로울 수 있게 되었다.
세상에 여기저기 구덩이를 만들고 원수덩어리를 늘리지 않는 복.
하나님이 성경을 통하여 우리를 인도하고 계시나보다.
고맙게도~

(이미지 - 요셉의 마리아 받아들이기. 동방 정교회의 외경인 야고보 원 복음서에는 요셉이 마리아가 잉태하자 조용히 파혼하고 헤어지려다 천사의 말을 듣고 돌이킵니다. 그럴뿐 아니라 진노한 대사제 앞에서 마리아의 무죄를 증언합니다.
이를 위해 요셉은 마리아와 함께 기꺼이 ‘질책의 물’을 마시고 광야로 내보내집니다. ‘질책의 물’이란 마시고 살면 죄가 없는 것이고, 죽으면 죄가 있는 것이 되는 매우 위험한 물입니다. 그런데도 요셉은 기꺼이 이 시험을 받아들인 뒤 마리아와 아이의 목숨을 살려 냅니다.)

이미지: 사람 1명, 앉아 있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