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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도는 안들어주나봐...>

희망으로 2019. 6. 4. 21:58

<내 기도는 안들어주나봐...>

저녁밥을 먹는 중에 갑자기 아내가 고개를 숙이더니 중얼거렸습니다.

“하나님이 내 기도는 안 들어주고... ㅠㅠ”

눈물을 글썽이며 수저를 얼음땡처럼 멈추었습니다.
티비를 보니 요즘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스페인하숙’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송중입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순례길 중에 순례자들이 숙소로 사용하는 알베르게(순례자용 저렴한 민박집)를
차승원 유해진 배정남 세 사람이 시한부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나이가 65세인 한국인 아주머니가 머무르는중에 특별히 만들어준 한식을 먹으며
서로 나이를 물어보기도하고 서로 대단하다고 인사도 나누는 모습을 본 아내.
나이든 저 분도 가는데... 그만 속상한 지 슬픈지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아내는 나와 다르게 평생 외국이나 여행에 대한 욕심이 없었습니다.
나를 따라 다니기는 했어도 단 한 번도 어디를 가고싶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단 하나, 780킬로미터를 걸어서 가는 산티아고순례길은 달랐습니다.
유일하게 그 하나는 죽기전에 꼭 다녀오겠다는 약속처럼 욕심을 냈습니다.
아이들이 성인으로 독립하는 날 출발하기로 우리는 꿈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울면서 접어야만 했습니다. 무리할 수 없는 희귀난치병에 걸려
딱 한 번, 하나뿐인 도보순례길 꿈을 허락하지 않고 빼았아갔습니다.
아내의 심정이 그런가 봅니다.
원망과 아쉬움에 밥을 먹다말고 눈물이 핑글해서 고개를 숙이는걸 보니.

“당신은 지금 걸어서 가는 순례길의 열배는 힘든 순례를 하는 중이잖아,
그깟 배낭하나메고 한달이면 끝나는 순례길과 비교도 안되지.
십년을 목숨걸고 가는 순례길인데...”
하지만 나도 압니다. 그런 말로 위로라고 하지만 하는 나도 속상하고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하나님의 결정이 밉습니다.
평생 주어진 삶 최선으로 착하게 살다가는 아내가 야고보의 순례길 한번 가게 해달라는데
그게 무슨 호강도 아니고 허영도 아닌데 거절을 하시는지...

나중에 아내가 먼저 떠나고 내가 혼자서 얼마라도 더 살다가 가게한다면
그 남은 날을 아내의 사진을 품에 안고라도 기어이 가고싶습니다.
가다가 숨이 멈추면 순례길에 천국가는것이고 
무사히 마친다면 나와 아내의 슬픔이라도 조금은 덜어지겠지요.

이미지: 하늘, 실외
이미지: 사람 2명, 사람들이 앉아 있는 중, 실내
이미지: 사람 1명, 앉아 있는 중
이미지: 사람 2명, 사람들이 앉아 있는 중,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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