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으로 생각

희망으로 생각 123 - 온 순서도 없는 떠남

희망으로 2019. 6. 4. 21:54

<온 순서도 공로도, 필요도 안 통하는 떠남...>

아내가 병원을 집삼아 산지 십년 넘는동안
두 번인가 문병을 와주신 귀한 분이 계시다.
멀리 캄보디아에서 수십년 자비량으로 사신 선교사님
그 먼 곳에서 고국을 올 때 들러서 격려를 해주셨다.
사역중 하나인 우물을 시엠립에 200곳 넘게 설치해주셨고
우리도 딸의 설날세뱃돈 모아서 하나, 병원비 아껴 하나
그렇게 두개의 펌프우물비용을 헌금했다.
아내가 좀 나으면 그곳 캄보디아를 갈 날을 꿈꾸기도 했다.
그런데... 수질 안좋은 물 때문이었을까? 과로때문일까?
신장에 암이 생겨 발견 1년만에 먼저 천국으로 가셨다.
얼마나 신체는 건장하시고 성격은 호탕하신지 부러웠는데
아내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 하늘로 가실지는 정말 몰랐다.
요근래 또 하나 아무도 모를 일이 시작되는 것 같다.
아내만 늘 걱정했는데 돌보던 내 몸에 심한 빨간불이 켜졌다.
오래된 만성위염이나 허리 손목부상은 아예 제쳐놓고도 
간기능 이상, 당뇨전단계, 다리통증에 심장부정맥까지.
새벽3시에 응급실로 실려간 호흡곤란 심마비 증상은 심각했다.
예전에는 아내없는 남은 세월을 나혼자 어찌사나 걱정했다.
하지만 이젠 나없이 살 아내를 자주 걱정한다.
가는 순서는 온 순서와 상관없다는 말 많이 들었다.
슬퍼지는 사실은 애쓰고 산 공로나 꼭 살아남아야할 
필요 같은 거 안 통하더라는 세상살이 법칙이다.
난 신앙은 출세나 오래 살 욕심만 없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오늘 생명도 욕심 못내고 공치사도 안통한다는 걸 알았다.
그저 지금, 할일을 하면서 겸손히 살아야 할 뿐이라는 것과
우리에게 주어진 아름답고 슬픈 하늘의 선물이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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