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나의 것! 그러시는 이유가?>
같은 병실의 한 분이 먹음직스러운 꽤 큰 포도 한송이를 주셨다.
“와~ 맛있겠네요! 감사합니다!”
“쉿!”
내 인사말에 얼른 입에 손을 대며 비밀로 해달라는 제스처를 하셨다. 6인실 방 식구 모두에게 나눌만큼 못 사오셔서 다 주지 못했나보다.
나도 가끔 그런 상황에 마주친다. 가진 양은 적고 어느 분은 특별히 조금이라도 나눠먹고 싶기는하고... 물론 대부분은 다 나눠주거나 아예 아무도 안주는 공평한 결정을 하지만.
새 병원으로 옮기기 직전 정말 속상하고 황당한 맘고생을 거의 한달을 넘게 하고 왔었다. 7년을 같은 병실에서 살면서 한 번도 안겪어본 일을.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고 서로 기분이 상한데다 에어컨을 켜고끄는 온도차이로 갈등이 더해진 상황은 그 두사람을 이상하게 만들었다. 병실 이전문제로 9인실에 더 환자를 받지않아 단 3사람만 남았는데 이 두 사람이 한 편이 되었다.
어느 날부터 무슨 음식이 생기거나 만들면 조금이라도 나누어먹던 7년간의 방 문화가 졸지에 사라지고 우리는 투명인간이 되어버렸다. 있어도 보는 앞에서 주지도 않으면서 자기들끼리 먹거나 아님 들고 옆 병실로 가져가서 먹고 돌아오거나...
사람이 먹는 것으로 삐친다는 말도 안돼는 진실을 내내 실감했다. 왜그리 속상하는지 나중에는 나도 과일 같은걸 사와서 나와 아내만 먹는 소심한 복수도 해보고 커튼을 쳐버리고 안보는 항의도 해보고 했다.
병원을 옮기는 시점에 내 부탁에 따라 간호실에서 병실을 따로 배치해주셔서 그 갈등의 관계는 끝이 났다. 얼마나 마음이 편한지 살 것 같았다. 그런 옹졸하고 불편한 싸움에 휘말릴줄은 정말 몰랐다. 다시는 그런 병실룸메이트는 안생기기를 빌었다.
그 기억이 나서 좀 미안했다. 막 입원하신 그분들도 한 방 식구고 오랜 안면 있는 사람도 한 방 식구는 마찬가지인데. 차라리 우리도 같이 안주거나 양을 줄여서 다 나누어주었으면 맘이 좀 편하겠는데 그건 또 내 범위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 해줄 몫이다.
문득 하나님의 방식이 떠올랐다. 악인에게나 착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비와 햇빛을 주시는 분. 가라지조차 다 클때까지는 곡식을 다칠까봐 냅두라고 하시며 물도 주고 키우시는 분.
한때는 그게 이해가 안되었다. 악을 행하사람은 강경하게 벌을 주시고 바로 바로 하늘에서 벼락이나 우박이 매려 머리통을 때려버리고! 그럼 누가 감히 나쁜 짓을 할 생각이나 할까? 그런데 안하시는 하나님이 이해가 안되었다.
맘에 더 들거나 안들거나, 내 편이거나 아니거나, 먹는 것으로 차별을 하는 행동은 또 다른 불행을 만든다는 경험을 하고나니 조금은 다른 생각도 들었다. 갈등을 더 깊게 골을 만들고 분노와 옹졸함을 불러 너 나 상관없이 망가지게 한다는 것을.
복수는 나의 것이라며 하나님이 여러차례 우리는 다만 용서하고 사랑만 하라는 성경의 가르침은 상대만을 위한 것이 안었음을. 망가지고 같은 범죄를 지어 영혼이 더러워지는 우리를 방치하지 않으시는 배려였음을!
“그러게요, 늘 좀 더 알아듣고 잘 받아들이는 똑똑이가 되게 해주세요. 하나님!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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