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그저 오늘 이야기...

미워하다가 죽고 싶지 않다구요1

희망으로 2017. 12. 6. 09:14

<미워하다가 죽고 싶지 않다구요!>

미워서, 쉴새없이 미워서 죽을 거 같습니다.
마치 목에 걸린 생선가시처럼 가슴에 큰 가시 담고 사는 것 같습니다.
움직이면 찔리고 숨만 쉬어도 아픕니다.

며칠 전 아이가 밤에 전화가 왔습니다.
휴학중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러 멀리 강원도까지 간 딸이
심하게 속상한 일이 생겨 아이 엄마와 통화를 하고 싶었나 봅니다.
취침시간 10시를 넘어가게 되어 제가 받아서 복도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아주 조용히 주로 대답만 하다시피 했는데도 미워하게 된 그 사람이
시끄럽다고, 조용히 하라고 나와서 지적을 했습니다.
미안하다고 말은 하고 곧 이어 끊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화가 나고 그 감정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대놓고는 맞는 말이고 정당한 지적이니 머리는 수용 했는데 감정은 안됩니다.
1년에 한 번이나 할까말까한 밤시간 복도에서 통화,
그것도 아주 신경써서 하는 건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그런 섭섭하고 억울하기까지한 변명이 자꾸 솟아나는 겁니다.

예전에 MBC에서 한글날 특집으로 말로 하는 미움에 대한 실험을 한 적있습니다.
식물에도 해보고 파장인가를 측정을 해보았습니다.
진짜 놀란 것은 밥을 넣은 투명 그릇 두곳에 말로 하는 실험이었습니다.
두 종류로 나누어 한쪽은 사랑해! 너 참 좋다! 라고 라벨을 붙이고
사람들은 지나가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한쪽은 미워! 못생겨서... 짜증나! 그런 라벨을 붙이고
역시 사람들이 오가며 그렇게 말을 했습니다.
세상에... 그 결과는 시간이 지나면서 육안으로 보이게 달라졌습니다.
칭찬받고 다정한 말을 해준 밥은 오래 윤기가 나고 그냥 하얗게 말라갔지만
욕먹고 미움 받는 밥쪽은 시커먼 변색과 곰팡이가 피어서 보기도 끔찍했습니다.

그런데... 제 경우에는 대놓고 말로 하지 않아서일까요?
미워하는 사람은 멀쩡하게 웃고 다니고 죽을거 같지않고 잘만 지냅니다.
정작 뒤로, 그 사람 몰래 미워하던 내가 먼저 죽을 것 같습니다.
정말 미움이 독이 되고 암덩어리가 되어 죽는 경우도 있을까요?
복도에서 마주쳐도 속에서 열이 확 오르고 붉어지는 얼굴에 숨도 거칠어집니다
걷는 모양도 저게 뭐야? 밤늦게 돌아다니고 불량하다! 왜 맨날 바깥 밥 사먹어?
이런 식으로 하는 행동, 생긴거까지 모든 게 못마땅하게 보이기만 합니다.
이러는거 아닌데... 하는 이성적 머리와 아무 이유없이 계속되는 미움이 동시에 머뭅니다.
며칠 되어도 사라지지 않아 몸이 다 아플지경인데 마음은 괴로움을 넘어 슬퍼집니다.
‘나 이 정도였어? 신앙인이라고 좋은 말은 다 하면서 고작 이런 인간이었어?
몇십년 고상하게 폼 잡으면 뭐해? 이러고 마음 하나 다스리지 못하면서...’
그렇게 미워하다가 자책하고, 묵상하고 감사하다가 마주치면 또 욱! 열오르고.
이 반복하는 쪼잔한 성품을 들여다보면서 한편 내가 측은해집니다.

“하나님, 제게 왜 이러세요?
제 형편이 좀 꼬여서 힘들게 하셨으면 이러지는 말아야지요.
가난하고 병들게 했으면 심성이라도 너그럽게 좀 해줄 수 있잖아요?
곰처럼 바위처럼 무디게라도요. 그런 선물 쯤은 주실 수도 있잖아요?
이게 뭐냐구요...”

그러면서 마음의 색연필을 들고 소원을 다시 그려봅니다.
무슨 은총을 입에달고 무슨 영생을 바라보고 무슨 겸손 무슨 용서를 운운하고,
정작 복된 신앙인이 되는데 필요한건 엄청난 고백이나 극단적 결심도 아닌 것 같습니다.
겨우 따뜻한 성품, 하다못해 타고난 너그러움 비슷한 거 하나만이라도 있으면 싶습니다.
날마다 생기는 숱한 만남과 사소한 에피소드들을 별나지 않고 편히 받아들이며
맞는 건 맞고 잘못한건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그냥 솔직하고 단순한 사람만 되어도 좋겠습니다.
거창하게 십자가의 길을 따라 걷겠다느니, 바울처럼 베드로처럼 살겠다느니 그딴 말은 접고
그냥 눈앞의 일상이나 곱게 적응하여 이렇게 미움에 시달리지 않기만 해도 좋다 싶어요.
만약 타고나는건 이미 틀렸다면 그 정도 성품이 되도록 목표를 수정이라도 하고싶어요.
잔잔한 평안, 소소한 즐거움, 고요한 감사로 보내는 하루가 얼마나 좋은데요.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말며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고 마귀로 틈을 타지 못하게 하라 - 에베소서 4:26-27]

“하나님, 저는 미워하다가 죽고 싶지 않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