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도화지에 그리는 봄>
4월 같은 3월 어느 안식일의 봄 기운
병실 작은 창밖으로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봄 빛만 채운 도화지 되어 펼쳐졌다
쓱쓱 싹싹
저 도화지에 연필 지나가듯 마음으로
집 하나 지어본다.
어둡고 습했던 가난한 방 추억이 슬퍼서
밝은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넓은 창도 내고
밤이면 은은한 조명이 바깥으로 자랑처럼 퍼지는 집
그 안에 조용한 음악 흐르고
오랫동안 먹지 못한 맛있는 음식 만드는
아프지 않은 아내가 두드리는 도마 칼 소리 들리고
너무 많은 시간을 밤하늘을 통해 얼굴 보던
아들 딸들이 무릎 닳을 거리에 앉아 웃고 있는 집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면 더 좋겠다.
쓰윽...
검은 구름 한 덩어리가 그림을 덮고 들어왔다.
지우개처럼 파스텔 느낌의 그림이 사라지고
금방 우르릉 천둥소리 들릴 것 같이 두려운 하늘
창밖에서 안으로 눈 돌리면
옆에는 여전히 아픈 아내가 누워 있고
딸은 멀리, 아들은 취업준비로 돌아다니느라 없다.
아직은 꽃이 피지 않은 봄
아직은 실상이 아니고 향기가 없는 그리움
아직은 돌아 오지 않은 내 인생의 봄처럼
다만 기다림이 안식일의 한 순간을 흐르고 있다.
다시는 그리고 싶지 않다.
없어지는 창밖 하늘 도화지에는...
사라지지 않는 봄이 오면 좋겠다.
사라지지 않는 하늘나라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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