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하늘도화지에 그리는 봄

희망으로 2017. 3. 19. 12:13

 

<하늘 도화지에 그리는 봄>

 

4월 같은 3월 어느 안식일의 봄 기운

병실 작은 창밖으로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봄 빛만 채운 도화지 되어 펼쳐졌다

 

쓱쓱 싹싹

저 도화지에 연필 지나가듯 마음으로

집 하나 지어본다.

 

어둡고 습했던 가난한 방 추억이 슬퍼서

밝은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넓은 창도 내고

밤이면 은은한 조명이 바깥으로 자랑처럼 퍼지는 집

 

그 안에 조용한 음악 흐르고

오랫동안 먹지 못한 맛있는 음식 만드는

아프지 않은 아내가 두드리는 도마 칼 소리 들리고

 

너무 많은 시간을 밤하늘을 통해 얼굴 보던

아들 딸들이 무릎 닳을 거리에 앉아 웃고 있는 집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면 더 좋겠다.

 

쓰윽...

검은 구름 한 덩어리가 그림을 덮고 들어왔다.

지우개처럼 파스텔 느낌의 그림이 사라지고

금방 우르릉 천둥소리 들릴 것 같이 두려운 하늘

 

창밖에서 안으로 눈 돌리면

옆에는 여전히 아픈 아내가 누워 있고

딸은 멀리, 아들은 취업준비로 돌아다니느라 없다.

 

아직은 꽃이 피지 않은 봄

아직은 실상이 아니고 향기가 없는 그리움

아직은 돌아 오지 않은 내 인생의 봄처럼

다만 기다림이 안식일의 한 순간을 흐르고 있다.

 

다시는 그리고 싶지 않다.

없어지는 창밖 하늘 도화지에는...

사라지지 않는 봄이 오면 좋겠다.

사라지지 않는 하늘나라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