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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208 – 한발만 더, 하루만 더...>

희망으로 2015. 3. 19. 13:04

<잡담 208 – 한발만 더, 하루만 더...>


“또? 40분밖에 안 되었는데...”

“..........”


10시에 넬라톤으로 소변을 빼내고 10시 40분에 또 방광이 찼다. 

벌써 3시간동안에 3번째. 평균 한 시간에 한 번씩 꼴이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좋아해야할까? 이 타이밍이 새벽에 걸리면 초죽음이 된다.

새벽 1시 2시 3시...그런 적이 셀 수도 없이 많았다.


- ‘3시간 남편’이라는 별명이 무색하겠다.‘ 속으로 중얼거렸다.


간병일기가 책으로 나오고 나에게는 ‘3시간 남편’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대소변 신경이 마비되어버려 자력으로는 안 되는 아내를 돌보면서 생긴 것.

배변 때문에 오전마다 근 1시간씩 땀이 나도록 배를 두드리고 힘쓰다가

약속이나 한 듯 둘이 동시에 내뱉고 나면 처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게 뭐야...이러고 살아야하나? 정말 살기 싫다...”


8년, 아내가 쓰러진 후 보낸 세월이다.

한 사람은 침대를 등에 지고 24시간 산 세월이고, 

나는 발을 묶어서 집짐승처럼 이동의 자유를 박탈당하고 산 세월이다.

길다면 긴 세월이다. 결코 짧지 않았다. 


시간보다 더 무거운 기억들을 떠올리다보면 몇 십 년은 되는 것 같다.

응급실 중환자실을 들락거리기를 수 십 차례,

병원비 생활비에 애간장 태우고 아이들 방치하면서 눈물로 때우고.


더 무서운 것은 남은 세월이다.

우리 앞에 남은 생명의 시간은 얼마나 될까?

기약 없는 희귀난치병 환자와 가족으로 산다는 수명이 지옥의 세월처럼 느껴진다.

오래 살게 해달라고도 못하고 빨리 죽게 해달라고도 못하는 복잡한 심정.


한발도 더 못나가겠다.

하루도 더 못살 것 같다.


이런 심정으로 견디는 사람이 어디 우리만일까?

사고로 가족을 잃고 수도 서울의 광장에서 밤낮을 울고 보내는 사람도 있고

바등바등 견디고 버티다 어디 구석에서 닫힌 방에서 지쳐 떨어진 사람도 있고

온 몸에 닥친 질병의 통증과 외로움으로 싸우다 녹초가 된 이도 수두룩할 것이다.


나도 아내도 참 모질게 살았다.

그동안 가진 체력과 인내와 믿음을 다 쏟아 부으며 견뎠다.

남은 힘이 한줌도 안 남았을 기분이고 지푸라기가 내려와도 잡을 힘도 없을 만큼.

그럼에도 또 펼쳐지는 하루는 새 힘이 아니면 불가능했다.

새 하루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만나를 먹고 새로 솟는 새 힘으로 살았다.


남은 날을 계산할 수 없다는 사실이 복일지 저주일지 마음먹기에 달렸다.

알고야 어찌 살까? 지난 8년이 그랬고, 남은 날들이 그렇고... 


그러니 여기까지 오느라 지친사람들이여

한발만 더 나가자.

하루만 더 살아보자.




(이미지는 CBS 새롭게하소서 방송화면 중에 나온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