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197 – 자신이 연약하고 걱정이 많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ㅇㅇ병원입니다. 김재식씨 맞나요?”
“예, 제가...”
“건강검진 받은 중에 간수치가 높아 2차 검사를 해야 합니다.”
그렇게 전화를 받고 정해준 시간에 가서 피검사를 했다.
“저... 먼저 검사에서 간수치가 얼마나 나온 건지 알 수 있나요?”
“잠깐만요, 아, 좀 높네요. 60이하가 정상인데 335나 되네요.”
뭐, 건강검진 때마다 위염과 간수치는 걸렸던 전과가 있어서 그러려니 한다.
그래도 335는 좀 더 걱정되는 수치다.
나는 아파도 쉬는 건 고사하고 입원도 못하는 처지인데...
아내의 생사가 내 손에 달린 형편인데 당장 쓰러지지 않는 한 꼼짝 못한다.
마음이 싱숭하고 어지럽기 시작한다.
몰려오지 않은 비상상황들 몇 가지가 시나리오처럼 떠오르고 화면도 보인다.
사람들은 가끔 나에게 참 대단하다고 말한다.
중증 난치병으로 사지마비가 되어 7년을 넘어 병원에서만 사는 아내를 돌보며
지치지도 않고 잘 버틴다고.
사람들은 모르는 게 있다.
그거 내 힘보다는 환자인 아내나 오히려 아이들이 더 잘 참는 힘으로
내가 그나마 따라가며 버틴다는 것을.
나 혼자거나 내가 병이 들었으면 불안초조로 한 달을 못 넘기고 지례 죽었을 거다.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나는 암 선고를 받으면 암이 퍼져 죽기 전에
신경쇄약 불안 노이로제로 먼저 죽는다에 백만원 내기도 할 수 있다고.
나는 참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아내도 알고 있고, 이제는 아이들까지도 다 안다.
미리 당겨서 걱정하고 작은 일도 최악의 경우를 늘 가정하면서 조바심 낸다는 걸.
“하나님, 저 죽을 수도 없는 형편인거 알지요? 차라리 아내랑 저를 데려가요.
아니면 버티고 지금처럼 아내를 돌볼 수 있도록 해주던지.
아, 막말로 당장 아내를 벌떡 일어나게 고쳐달라는 것도 아니고...
너무 한 거 아닌가요? 명색이 아버지 소리를 천 날 만 날 도 넘게 들으면서요.
궁시렁 궁시렁....“
저절로 속에서 마구 올라온다. 불평인지 기도인지 헷갈리는 내용들이.
세상에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참 많을거다.
작은 일에도 크게 놀라고 오지 않은 일에도 불안해 잠을 설치는 같은 부류가.
하지만 그 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염려 마시라! 비록 세상사는 동안은 찌질하고 발 동동 구르는 못난이로 보이더라도 분명히 천국은 갈 것이니까!
생각해보시라.
‘나는 연약한 사람입니다. 당신은 힘이 있고 돌봐줄 사랑도 있는 분입니다!’
이 고백을 하루에도 열 번도 넘도록 입에 달고 산다.
진짜 계신다고 믿지 않는다면 그런 푸념도 매달리지도 않을거다.
그렇게 자신의 모자람을 시인하고 당신의 존재를 철썩 같이 믿는데 안 그럴 수 있을까?
땅에서 좀 고생하며 살더라도 뭐 나중에 영구입주권을 보장받는다면~~
그러니 못난 것이 더 큰 복이 아닌가?
신앙인이라고 다들 그러고 살지는 않더라.
‘암, 맞는 말이지!’ 그러면서도 하나님 뜻대로 따르느냐보다 내 심기를 건드리나,
시키는 대로 하는지 안 하는 지로 도와도 주고 거두기도 하는 사람 많다.
자신도 예배, 기도 다 드리고 정작 믿는 것은 자기 건강과 소유, 재능인 사람도 있고.
나는 아무 것도 없다. 손 댈 능력도 믿을 구석도 없다.
조바심과 걱정 염려밖에는,
그래서 종일토록 해대는 푸념과 붙잡고 늘어지는 것 밖에는.
...정말 귀찮아하지 않고 귀 기울여 주실라나?
이것도 걱정거리 하나가 되네.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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